이동통신이나 인터넷과 같은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개인정보는 한해 얼마나 될까. 지난 3월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2년 12만7787건의 이용자 인적사항이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다. 인적사항 외에 감청은 1천528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은 12만2541건에 달했다. 여기서 ‘감청’이란 감청장치를 이용해 당사자 모르게 내용을 듣거나 보는 것이고 ‘통신사실확인자료’란 통신한 시간이나 번호, 인터넷 IP주소와 같은 통신이용에 대한 내역 자료를 뜻한다. 이 많은 자료가 제공되는 동안 당사자들에게는 그 사실이 전혀 통보되지 않았다. 모르는 새 수사기관은 국민을 감청하고 상당히 많은 통신 이용내역을 훑어보고 있는 것이다.
1998년 전자주민증 반대운동 때부터 한국 시민사회는 프라이버시법의 제정을 요구하였다. 한국의 정보화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으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는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1994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호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나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준이 충분하지 못하였다. 2003년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논란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 필요성이 공론화되었다. 2004년부터 국회에 개인정보보호법안들이 발의되기 시작하며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2011년 3월 29일 마침내 <개인정보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