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개인정보 보유자는 아마도 정부일 것이다. 정부가 보유한 개인정보 파일의 목록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관보에 공고하도록 돼 있다.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7년 2만315개 공공기관(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및 각급 학교, 정부투자기관 등을 포괄함)에서 1360종류의 개인정보 파일 9만2855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1095개 기관에서 1078종류 1만510개 개인정보 파일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9배나 증가한 수치다.
주민등록제도는 국가신분증 발급, 전국민 식별번호 부여, 열손가락 지문날인, 거주지 이동신고(전입신고) 의무를 국민에게 모두 부여한 한국형 국가신분등록제도이다. 각각의 제도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더 멀리는 식민지시대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기류령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반민주성, 인권침해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시·군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하고 간이한 처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1962. 5. 10.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제정하였다.
주민등록제도는 디지털 시대를 만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배경이 되고 국가 뿐 아니라 민간이 개인에 대해 손쉽게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세계적인 악명을 떨치게 된 주민등록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대응은 꾸준하게 계속되어 왔다. 1990년대 주민등록제도의 반민주 반인권 측면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이 형성되었다. 이는 1998년 전자주민증 반대운동과 1999년 지문날인 거부운동의 토대가 되었으며 2000년대에는 인터넷 실명제와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이어졌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