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2015년 정보인권, 사이버 감시에 맞서다.

By 2015/12/28 No Comments

안녕하세요. 진보네트워크센터입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박근혜 정부 3년 차를 맞아 재벌, 자본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온갖 악법들이 쏟아지고 있어 연말까지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단비같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현재의 주민등록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죠. 97년 전자주민카드 운동으로부터 진보넷이 태동하였고, 설립 이후에도 진보넷은 주민번호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해왔습니다. 깨질 것 같지 않던 주민번호 제도의 장벽에도 이제 균열이 생겼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올 한 해의 활동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국가 사이버 감시의 위협에 대응하다

2015년은 국가의 사이버 감시 위협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한 해였습니다. 이미 지난 2014년에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불거졌죠. 정진우씨의 카카오톡 대화내역이 압수수색되었고, 함께 단체 카톡방에 있던 2,368명의 정보가 수사당국에 제공된 것입니다. 나의 통화내역, 메일, 메신저, SNS, 검색기록, 문서 등 사실상 내 모든 기록을 갖고 있는 휴대전화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제 집회에서 연행만 되어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7월에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인 RCS를 몰래 사용해왔다는 것이 드러났죠. RCS 제작회사인 해킹팀이 해킹 당하기 전에는 국회조차 몰랐고, 이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국정원은 국회의 진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10월에는 카카오가 감청에 응하기로 검찰과 합의했죠. 정당한 영장이라면 작년에는 왜 거부했을까요? 편법 감청에 응하기로 한 카카오에 항의방문을 했습니다. 한편, 연말에 발생한 파리 테러 이후, 정부는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국정원 권한 강화법으로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통신사, 포털, 언론 등 민간망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됩니다.

진보넷은 사이버사찰긴급행동과 함께 정보수사기관의 사이버 사찰을 막을 수 있는 법제도적 방안, 사이버사찰금지법을 고민해왔습니다. 3.1 ‘사이버사찰피해자 만민공동회 : 반격의 서막’을 시작으로 사이버사찰금지법 입법청원 운동이 진행되었고, 4월 20일 전해철 의원 소개로 국회에 입법청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2주 동안 291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5월 19일 입법토론회를 개최했죠.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히려 통신사와 SNS에 감청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출하였고, 국회에서 서로 다른 방향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들이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한편으로 통신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통신보안을 지킬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진보넷은 <디지털 보안 가이드>를 제작하고, 대중적 보안 강좌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인 RCS를 검출하기 위한 ‘오픈 백신’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지요.

한국의 통신감시는 국제적으로도 문제를 지적받았습니다. 진보넷은 다른 인권사회단체와 함께 한국의 인권 현황 정보를 유엔에 제공해왔는데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통신자료 제공, 기지국 수사, 국정원 감청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한국의 통신 감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게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과, 특히 국정원의 통신수사를 제대로 감독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한편, UN 인권이사회는 올해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신설을 결정하였고, 조셉 카나타치가 첫번째 특별보고관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이제 인권적 관점에서 사이버 보안을 보아야 합니다. 해킹, 바이러스, 디도스 공격만 사이버 위협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사이버 감시, 기업이 개인정보 침해가 시민들의 보안을 더 위협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침해

빅데이터가 유행입니다. 분명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 삶에 유용한 지식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빅데이터 분석을 명분으로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빅데이터 산업이 육성되지 않는다면서, 방통위나 금융위원회 등 공공기관이 앞장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진보넷이 참여하고 있는 <프라이버시워킹그룹>은 <빅데이터와 프로파일링> 콜로키움을 개최하고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

한편,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돈벌이 목적으로 판매한 사례도 다수 나타났습니다. 홈플러스는 경품 행사를 미끼로 불법수집한 개인정보 등 무려 2,406만여건의 개인정보를 보험사들에 불법 제공하여 돈벌이를 해왔습니다. 진보넷과 경실련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소송인단을 모집하여 7월 1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보인권 침해 사례들

기자회견이나 집회 현장에서는 예외없이 경찰 채증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법적 근거도 없고 집회 시위를 위축시키는 인권 침해입니다. 진보넷은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과 함께 불법채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사진전’을 진행했습니다. 정당한 권리를 위해 투쟁한 노동자, 장애인, 철거민들에 대한 DNA 채취 요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애초에 강도, 강간, 살인 등 흉악범에 대한 수사를 명분으로 도입되었던 DNA 데이터베이스는 (예상대로?!) 이렇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편,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문제가 큰 이슈가 되면서 그 대책의 하나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 되었지요. 아동학대는 분명 근절되어야 하지만, 과연 CCTV 설치가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CCTV 감시는 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설치되어, 노동자, 시민, 집회 등을 감시하는데 이용되지요. 최근에는 노동자 감시가 우려되는 앱들도 도입되고 있어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진보넷은 이와 같은 정보인권 침해의 피해 당사자들의 문의를 종종 받고 있는데요. 아예 이를 모아서 정보인권 가이드북 <사례로 보는 정보인권>을 발간했습니다.

계속되는 국가 검열에 대한 대응

인터넷 게시물이나 사이트에 대한 삭제 요구나 차단 등 국가 검열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불법게시물’이니 삭제하라는 요구도 많은데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서 진보넷 등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대응매뉴얼을 개발, 배포했습니다. 한편, 검열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심의 규정을 개정하여, 제3자도 명예훼손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누가 이 규정의 혜택을 볼까요? 당연히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자신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자 하는 정치인이나 기업인과 같은 권력자들일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 여론이 더 많았음에도 방통심의위는 심의 규정 통과를 밀어붙였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총선인데,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 7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행히 국회에서 폐지법안이 법사위까지는 올라갔습니다만, 최종 통과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습니다.

민주적 인터넷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노력

인터넷 공공정책의 수립과 그 과정을 ‘인터넷 거버넌스’라고 합니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세계적 차원의 거버넌스 역시 중요하며, 단지 정부 관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의 개방적인 참여에 기반하여 정책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정신이 발전해 왔습니다. 국내에서도 도메인 등 주소자원 영역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있어왔고, 지난 해부터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가 만들어져 진보넷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30일에는 KIGA 주최로 제4회 한국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국제 인터넷거버넌스에도 적극 참여했는데요. 4월 16~1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사이버스페이스 세계회의는 사이버 보안 이슈를 중심으로 다루는 국제 포럼입니다.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가 ‘시민사회 자문위원회’에 참여하여, 이번 세계회의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과 교육을 지원하였습니다.11월에는 브라질 주앙페소아에서 개최된 제10회 인터넷거버넌스포럼에 참가 하였습니다.

올해의 정보인권 관련 판결들

진보넷은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좋은 판결도 나쁜 판결도 있었습니다. 오락가락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법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했지만,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와 지문날인 제도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민번호처럼 지문날인 제도에 대해서도 될 때까지 헌법소원을 제기해 보렵니다. 대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한총련 홈페이지 폐쇄 명령이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진보넷은 인터넷 행정 검열은 여전히 검열이고 위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판결도 있었습니다. 해군 자유게시판의 제주해군기지 반대 게시물을 해군이 삭제한 것에 대해 국가배상청구 소송 중이었는데,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공공기관이라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보장해야겠지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개회의 속기록을 비공개한, 말도 안되는 처분에 대해서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결국 대법원까지 승소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비공개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구글과 구글 코리아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했습니다. 본사가 미국에 있더라도 구글이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한 내역을 국내법에 따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회운동 지원을 위한 진보넷의 노력

사회운동을 위한 독립 네트워크로서 진보넷은 인터넷을 통한 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고민하고, 개발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진실과 안전을 깨우는 416 알람앱’을 제작, 배포하였습니다. 사회운동을 위한 후원 플랫폼은 꾸준히 이용되고 있는데요, 2011년 말에 오픈한 이후, 드디어 누적후원금 5억원을 달성하였습니다. 보다 많은 단체, 캠페인, 프로젝트에서 이용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16년 초에는 타임라인 플랫폼인 ‘따오기’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미 베타 버젼이 오픈되어 있으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올 해의 히트작은 <집회시위 제대로> 앱이겠죠. 특히, 요새같이 공권력에 의한 집회, 시위의 자유 침해가 극심한 때에 더욱 소중해지는 앱입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모두 지원합니다.

정보인권연구소 출범!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 변화는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도전을 던지고 있습니다. 공공성과 인권, 그리고 민주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진보넷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긴급한 현안 대응도 필요하지만, 정책 연구나 대중 교육과 같이 보다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할 사업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인권연구소가 출범하였습니다! 앞으로 정보인권연구소의 왕성한 연구 활동과 발전을 기원합니다~

진보넷의 온라인, 오프라인 새단장~

항상 다른 곳을 지원하느라 몇 년 동안 뒷전이었던 진보넷 홈페이지. ㅜ.ㅜ 올해에 맘먹고 진보넷 홈페이지를 개편하였습니다. 누구나 진보넷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오프라인 사무실도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였습니다. 기존 사무실보다 훨씬 깨끗하고 따뜻한 공간입니다. 방문하신 분들이 모두 놀라시더군요. ^^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도, 저희가 하고 싶은 일들도 참 많습니다. 2016년에도 더욱 힘찬 활동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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