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증 도입으로 인한 디지털화 된 개인정보의 집적과 이용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과도하게 프라이버시 정보까지 관리․이용될 수밖에 없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도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돌아온 전자주민증, 국회 통과 위기!
2011년 11월 14일(월)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인터뷰
현재 우리는 주변에서 전자신분증을 쉽게 접한다. 사원증이나 학생증도 RF칩이 내장된 스마트카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무 발급되는 국가신분증을 전자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최근 개인정보의 유출이 급증하고 그로 인한 보이스피싱 등 국민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민번호 등 주민정보가 민간업체에서 마구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간의 주민정보 사용을 제한하면서 국민의 주민정보에 대한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오히려 주민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조장하고 판매까지 해 왔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전자 신분증이 비전자 신분증보다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하다는 정부의 장담은 사실이 아니다. 비전자 신분증의 위험요소가 ‘증’ 자체의 위·변조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전자 신분증의 위험요소는 발급부터 이용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자 신분증의 ‘칩’에 포함되는 개인정보가 디지털로 집적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는 만큼 개인정보 오남용과 유출 사고의 위험과 규모는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네이트·싸이월드에 가입된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개인정보보호를 빙자하여 전자주민증 도입에 협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주민증은 개인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디지털화 된 개인정보의 집적과 이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만 증가시킬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상의 주민번호의 수집과 이용을 제한하겠다면서 아이핀의 사용을 독려하는 가운데 행안부는 주민증 발행 번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한 행안부는 주민번호 사용을 제한하겠다면서 1년 후부터 아이핀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또다른 번호가 아니다. 정부가 주민번호의 사용을 금지하고 위 번호만을 사용하도록 한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핀은 주민번호를 매개로 한 번호인데다가 5개 영리사업체가 발급 과정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행안부는 주민증 발행 번호 제도를 도입하겠다면서 주민번호 병행 사용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대책이란 말인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회원 3,500만명의 아이디와 이름, 주민번호, 비밀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2008년 옥션에서 1,8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후 또다시 사상 최대의 유출 규모가 경신되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 2천 5백만 명(2011년 6월 현재/통계청)을 훨씬 상회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행정안전부는 “아이핀”과 “전자주민증” 만큼은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어떠한 보안 기술에 대해서도 섣부른 장담을 하지 말라는 것이 오늘의 교훈이다. 다른 곳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역으로 아이핀과 전자주민증의 무결성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