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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노동자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 삭제소송 법원은 결국 ‘청구 각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해야

By 2021/09/01 No Comments

노동자와 활동가의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
당사자 사망시까지 국가 데이터베이스 보관은 부당하다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 2019년 6월 11일 노동조합 파업 농성과 관련하여 부당하게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가 채취된 H씨에 관한 검찰총장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삭제신청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디엔에이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6월 12일  행정법원은 노동자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삭제 청구를 각하하였고, 이에 불복하는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지난 2021년 8월 27일 대법원은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H씨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삭제 요청을 거부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0년 7월 7일 관련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부에 회부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디엔에이법의 위헌성을 다시 한 번 다투고자 합니다.

2.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 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한 부당한 디엔에이 채취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디엔에이 채취대상자가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거나 영장발부에 대하여 불복하는 등의 절차를 두지 않아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결정 이유였습니다. 이번 사건 H씨 역시 해당 헌법불합치 결정의 당사자입니다. 이에 부당하게 채취당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삭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 하였는데,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H씨에 대한 영장발부 관련 서류에 따르면 채취 영장을 청구한 검사는 물론 영장을 발부한 법원 역시 영장발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 제대로 심리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럼에도 법원은 H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3. 우리 단체들은 현행 디엔에이법의 위헌성을 지적해 왔습니다. 디엔에이법은 채취대상자의 재범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면 대상자의 사망시까지 영구무한으로 보존됩니다. 노동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개인의 생존권과 노동권,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이들을 중범죄인처럼 취급하여 사망할 때까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하여 관리하는 것은 침해최소성의 원칙과 법익균형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으로 법률에는 물론 헌법에도 위배됩니다. 디엔에이법의 입법 목적은 중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행 디엔에이법이 규정하고 있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범죄는 그 범위가 매우 넓고, 범죄의 경중 및 그에 따른 재범의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법원은 지난 판결에서 디엔에이법에 삭제와 관련한 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삭제를 요청할 신청권이 없다고 했습니다.

4. 디엔에이법의 남용과 인권침해 문제는 법이 제정된 이래 계속되었습니다. 노동자와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디엔에이감식시료 채취 시도는 물론이고 학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대학생들에게까지 강압적으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취득하여 보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취득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장기간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누적・보관됩니다. 이 과정에서 유출, 오용 등의 위험이 현실이 될 경우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 실제적 불이익도 적지 않습니다.

5. 2011헌마28 결정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장(이정미, 이진성, 김찬종, 서기석)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범죄예방의 필요와 사회적 낙인으로 침해되는 사익과의 균형 등을 고려하여 일정 기간 재범하지 않은 적절한 범위의 대상자의 경우에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입법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더욱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6. 우리 단체들은 헌법재판소가 디엔에이법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인정하고 위헌 요소를 고려하여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려 줄 것을 바랍니다. 또한 노동자와 활동가 등 기본권과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영장 집행이 중단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1. 9.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