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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열린채널,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최종 편성불가 결정 …
■ 진보네트워크센터, KBS 열린채널 상대로 지난 22일 헌법소원
1. 이땅의 언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확보를 위한 귀사의 활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본단체는 ‘지문날인 반대연대’와 함께 지문날인된 박정희가 시작한 지문날인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본단체는 지난 1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연출 : 이마리오)라는 제목의 작품을 KBS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 편성 신청하였으나, KBS는 7월 24일에 최종적으로 이에 대한 편성불가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KBS는 지난 4월에 △ 비속어 사용 장면 △ 공무원의 음성 등장 부분과 △ 박정희 생가 장면의 삭제를 요구하는 한편 △ 제목의 <~찢어라>가 위법행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편성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본단체는 ▲ 비속어 장면을 삭제하고 ▲ 공무원의 음성 부분은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받았음을 입증하는 한편 ▲ 박정희 생가 장면은 지난 1968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장면이고 ▲ 제목상의 <~찢어라>라는 용어가 심의규정을 위반하거나 위법행위가 아님을 변호사·법학 교수 등의 전문가들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논증하면서 지난 5월 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번 7월에 있었던 KBS의 결정은 이 이의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한 것입니다.
3. 이에 본단체는 지난 22일에 KBS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편성불가 결정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오는 9월중으로 행정소송도 제기할 예정입니다. (대리인 : 법무법인 한결 조광희, 문건영, 여영학 변호사)
4. 이에 별첨자료를 참고하시어 취재·보도하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 [자료]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개요
청 구 인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자 강 내 희)
서울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3층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강남구 역삼동 825-33 테헤란빌딩 8층 (우 : 135-934)
담당변호사 조광희, 문건영, 여영학 (Tel : 3458-0966, Fax : 3487-3811)
피청구인 1. 한국방송공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8
대표자 사장 박권상
2. 한국방송공사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8
대표자 위원장 이성춘
청 구 취 지
피청구인들이 청구인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제목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방송 신청에 대하여 2002. 4. 10.한 편성불가 의결 및 같은 달 12.한 편성불가 통보행위는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침해된 권리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 헌법 제11조 평등권
청 구 원 인
1. 관련 규정
방송법
제69조[방송프로그램의 편성등] ⑥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방송법 시행령
제51조[시청자 참여프로그램]
①법 제69조 제6항의 규정에 의하여 한국방송공사는 매월 100분 이상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②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③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운영, 제작지원 및 방송권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방송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
3. (운영주체)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은 방송법시행에관한방송위원회규칙 제13조 제2항에 의거 한국방송공사의 시청자위원회가 제작자 및 프로그램의 선정과 제작관리 등 운영을 담당한다.
4. (시행세칙) KBS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한 시행세칙을 제정해서 공표, 시행한다.
6. (프로그램 선정절차)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KBS 시청자위원회로부터 ‘방송심의에관한규정’에 의거한 방송프로그램 심의와 KBS로부터 기술 적합성에 대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
제6조(운영자) KBS시청자위원회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를 두고, 운영협의회가 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을 담당한다.
제46조(사전심의) ①운영자는 편성신청자로부터 제작완료된 프로그램 테 이프와 대본을 접수한 때에는 접수일로부터 2일 이내에 KBS 심의평가실에 제출하여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58조(이의신청) ①시청자는 운영자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그 결정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시청자위원회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2. 적법요건에 관하여
가. 피청구인 운영협의회의 이 사건 의결 및 통보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가기관의 공권력작용에 속하여야 합니다. 여기서의 국가기관은 입법, 행정, 사법 등의 모든 기관을 포함하며, 간접적인 국가행정, 예를 들어 공법상의 사단·재단 등의 공법인, 국립대학교와 같은 영조물 등의 작용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됩니다.
헌법 제21조는 제1항 및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의사 또는 사상의 표명과 그 전달의 자유 외에 알권리, 액세스권, 반론권 등을 포함합니다. 그 중 액세스권이란 일반 국민이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발표하기 위하여 언론매체에 자유로이 접근하여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오늘날에 와서 이 액세스권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당제 민주주의를 취하는 현제도 하에서 선거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고, 상시적인 국민의사 전달 수단으로서의 정당이 마비되어 있을 경우, 언론이 여론 형성과 그 전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언론 중에서도 방송이 맡은 이러한 공적 역할은 매우 크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시설이 재벌기업이나 국가에 의하여 독점되고 상품화되는 경향 때문에 언론은 맡은 바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국민의 의사는 매스컴 운영자들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정형화될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액세스권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표현의 자유 실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방송법은 위와 같은 헌법의 위임을 받아 방송의 공적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는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방송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방송법은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국가기간방송으로서 한국방송공사를 설립한다(제43조 제1항)’,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제44조 제1항)’,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방송 서비스 및 방송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한다(제442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00. 1. 12. 통합 방송법을 법률 제6139호로 제정하면서 방송법 제69조 제6항에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방영을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의 의무로 규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는 현대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표현의 자유의 구현 방법인 액세스권의 실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공권력의 주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방송법은 동법 시행령 및 그 위임을 받은 위 2.의 규정들과 함께 피청구인 운영협의회에서 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도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와 일체가 되어 표현의 자유 실현의 역할을 담당하는 공권력의 주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피청구인 운영협의회가 한 이 사건 의결 및 통보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입니다.
헌법재판소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해 설립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공영방송 텔레비젼을 이용한 토론회에 참석할 후보자의 선정기준에 관하여 원내교섭단체 보유 정당의 대통령후보자와 여론조사결과 평균지지율 10% 이상인 대통령후보자를 초청하여 합동방송토론회를 개최하기로 정한 결정 및 그 공표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공권력의 행사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갑 제17호증, 1998. 8. 27. 97헌마372 참조).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공영방송사는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방법인 방송토론회의 개최기관으로서 선거관리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공권력의 주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참여 민주주의를 위한 표현의 자유 실현의 중대한 역할을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가 담당하게 되는 이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2. 이 사건 의결 및 통보의 위헌성
가. 피청구인 운영협의회의 편성불가 의결
(1)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는 제16, 17차 운영협의회의 심의를 통하여 첫째, 비속어 사용의 삭제, 둘째, 행자부 공무원 출연에 따른 초상권 침해의 해소, 셋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의 삭제, 넷째,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를 요구하였습니다. 청구인은 첫번째 요구에 대해서 명백히 이를 수용, 해당 부분을 수정하였으므로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는 그 나머지를 문제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피청구인 운영협의회의 요구는 극히 부당하거나 청구인이 그 요구를 충족하였습니다.
(2) 공무원 출연에 따른 초상권 침해 문제에 대해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는 ‘공무원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의 방송공표에 대한 동의 여부 및 동의시 그 범위에 대해 본 협의회에 재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청구인은 노창권 사무관의 목소리 사용에 대한 동의 내용이 들어있는 녹취록을 제출한 바 있으므로(갑 제10호증, 의견서 첨부서류 참조) 공무원이 등장하는 장면의 방송공표에 대한 동의에 대해서도 협의회에 재확인해 주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3) 세 번째 요구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의 삭제 요구 또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는 삭제가 요망되는 이유로서 내용합치 여부 및 논리적 타당성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자막으로 표현했듯이 주민등록법은 1961년 박정희의 5. 16 쿠데타 이후 1962년도에 제정된 법입니다. 이전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도민증과 시민증이라는 형태로 신분증이 발급되었으나, 1968년의 주민등록법 개정 이후 중앙정부에서 일률적으로 발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10손가락 지문을 강제적으로 날인하게 만들었으며, 1975년부터는 주민등록증 발급의무를 부과하면서 현재의 주민등록제도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작품의 끝에 박정희 생가가 나온 이유는 이 제도의 출발이 박정희였으며 문제의 근원이 누구한테서 출발했는지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입니다. 따라서 위 장면은 내용합치 여부나 논리적 타당성에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청구인이 이와 같은 사실을 소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는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도 못하면서 기존의 결정 내용을 아무런 설명 없이 유지하였습니다.
(4) 넷째 요구사항은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피청구인 운영협의회는 그러한 요구의 근거조차 밝히지 않고 있어서 청구인으로서는 이 제목이 어떤 심의규정에 위반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이 ‘위법행위를 고무 또는 방조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라면 이는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와 같은 사고는 시청자들의 의식수준을 일부러 낮게 잡고 그들을 교육이나 순화의 대상으로만 삼는 가부장적 태도입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제목은 주민등록증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며 청구인이 방송하려는 내용 어디에도 직접 주민등록증을 찢거나 이를 고무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제목을 보고 ‘나도 주민등록증을 찢어 버려야지’라는 판단보다는 ‘주민등록증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저렇게 찢어 버리라고 주장하는가?’라는 의문이 선행하게 되는 것은 사회통념상 그리고 경험칙상 당연히 예상되는 반응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의 제기 또는 비판적 성찰의 가능성의 부여야말로 피청구인 한국방송공사가 제공하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이자, 민주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이라 할 것입니다.
(5) 결국 피청구인들의 이 사건 의결은 이유없는 것이며, 이는 아래와 같은 청구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나. 표현의 자유의 침해
(1)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의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액세스권의 보장을 위한 것이고, 액세스권이 표현의 자유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습니다.
완전히 전문화된 TV가 아주 많은 양의 정보와 오락을 일방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진정한 의사소통 과정이 사라진 현실에서 액세스 채널은 공적인 토론 공간을 제공해 줍니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은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교육받고,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결국 다원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2) 외국 프로그램의 예
(가) 퍼블릭 액세스운동은 60년대말 캐나다영화위원회(NFB)가 ‘변화를 위한 도전(Challenges for Change)’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이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개념은 고이윤을 창출하며 지배적 여론을 형성하는 상업적 미디어가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환경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개념은 표현의 자유 확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의식이 그동안 진행된 미국 퍼블릭 액세스 연합의 심의 거부 및 편성권 확보 투쟁의 배경입니다. 미국의 제도에서는 심의는 원칙적으로 없으며 편성은 선착순의 원리(first come first served)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나) 미국과는 달리 지역 민중 공동체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는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공동체TV’라는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퍼블릭 액세스’가 개방된 TV에 대해 접근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공동체 TV’는 지역 공동체의 방송사에 대한 소유, 운영의 권리 및 그것의 지역 내에서의 진보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개방 채널(Open Channel)’이라는 개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개방채널은 라디오와 TV라는 매체에 대한 대중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으로 방송 설비의 이용이나 프로그램의 방송을 선착순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프로그램들을 선착순으로 방송하지 않는 한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형태가 동일한 경우에 편집상의 개입이 전제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방송 자유에 대한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개념은 소수자 방송 및 지역 공동체 방송의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격의 프로그램이 상당수 제작 송출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3) 우리나라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의 규정 방식
이러한 외국의 예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2000. 1. 12. 통합 방송법 제정에 이르러서야 퍼블릭 액세스 조항이 처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 제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편성기준 등에 관한 내용이 법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를 시행령이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한국방송공사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에 따라, 한국방송공사는 최소시간 분량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무 이외에는 편성방식, 방송시간대 등 핵심적인 사항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현행 방송법상 방송심의위원회는 광고를 제외하고는 사전심의를 하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는 방송사의 자율심의에 맡기고 있는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구조 하에서 한국방송공사의 ‘자율심의’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에 대해서는, 제작신청인이 운영자 및 한국방송공사에 대하여 기획 및 제작에 따른 민사상 및 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 제40조 제2항).
(4) 소결
뒤늦게 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진정한 의의를 살리고, 앞으로 올바르게 이와 같은 제도를 정립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의 경우와 같이 선착순으로 무심의 방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에도, 도리어 이 사건 의결은 과도하고 부당한 심의를 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 출판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권은 경제적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성을 가지므로, 그 제한과 규제를 위해서는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다. 평등권의 침해
퍼블릭 액세스의 구조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지극히 독특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근저에 갈린 보편적인 성격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 못한 이들에게 발언의 공간을 제공”한다는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본과 국가권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주류 미디어의 근원적 한계, 그리고 소수 전문가에 의해 독점된 매체 생산의 구조 속에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발언권을 지니지 못하는 사회 내의 다양한 계급, 계층에게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들의 이익이 대변되지 못하는 집단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평등이 보장되게 해줍니다.
그런데 청구인은 이 사건 의결 및 통보에 의해서 평등권을 침해당했습니다.
6. 결론
따라서 피청구인들의 이 사건 의결 및 통보행위는 헌법에 위반되는 공권력의 행사입니다. 이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민주주의 기본원칙의 하나인 소수자 보호에 반하며 국민의 알권리도 침해하고 있습니다.
■ [연출자의 변] 내 생각을 검열하지 말라!!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씩 7,80년대 가요 LP판을 들어볼 기회가 종종 있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를 위해 심수봉, 김정미, 조덕배 등등 지금은 이름이 잊혀진 가수들의 LP판을 틀어놓고 설명을 열심히 하는 착한 후배와 함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약간은 촌스러운 사운드지만, 지금의 CD로는 느끼지 못하는 다른 느낌(약간의 잡음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는)의 소리를 듣는게 LP판을 듣는 재미라는 후배의 설명을 들으면서 노래를 듣다가 보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깨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음반의 마지막에 들어있는 소위 ‘건전가요’라는 것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대의 앨범 발표자는 ‘박정희’라는 후배의 엉뚱한 설명과 하나의 음반에 건전가요를 제외하면 나머지 노래들(원래의 주인들)은 건전하지 못한 가요냐는 이죽거림에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음반심의제도는 결국 정태춘씨의 지난한 투쟁으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고 한다.
최근 영화<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판정으로 인해 영화계가 시끄럽다. 제한상영판정이란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하라는 이야기인데, 당장 제한상영관이 한곳도 없는 현실에서 이 결정은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고매하고 지적 능력이 아주 뛰어난 분들이 우매한 국민들이 위험에 빠질까 염려스러워 이러한 판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KBS 열린채널은 <에바다 투쟁 6년-해 아래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하여>(감독 박종필)라는 작품의 편성불가 방침을 결정했다. 이유는 방송심의규정 11조, 즉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방송은 안된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방송사들의 뉴스나 보도프로그램들도 방송되면 안된다. 당연히 공중파라는 무지막지한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하게 재판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농담이 딱 맞는 경우이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도 마찬가지이다. ‘제목이 과격해서 국민정서에 안좋다’ ‘박정희 생가 장면이 나오면 그것을 나쁜 의도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된다’ …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 언제부터 공중파 방송이 국민정서를 그렇게 염려를 했고 나쁜 의도를 가진 악의 무리들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그리 걱정을 했는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여중생들에 대한 보도는 마지못해 잠깐 보도하고 월드컵 4강신화 보도는 거의 모든 뉴스시간을 동원해 말하는 공중파 방송들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시청료 거부운동을 하자 전기요금 영수증에 포함시켜 강제로 시청료는 챙겨가는 KBS가 그나마 한달에 100분 방송하는 유일한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런저런 근거규정을 들이대면서 편성하지 못하겠다는 발상은 자신들의 보스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매일경제 기자들이 하는 짓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편성불가에 대해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는 승산이 있다고 한다. 아니 승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싸울 건 싸워야 한다. 꼭 소송이 아니더라도 더 과격하고 더 나쁜 악의 무리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내용의 작품을 만들어 ‘열린채널’에 제출하여 계속 괴롭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괴롭힘을 당하기만 할건가? 쥐도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것을 KBS에 가르쳐 주고 싶다.<끝>
200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