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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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위헌 판결에 개정안 입법예고
■ 인터넷검열공대위, 강력반발하며 반대성명 발표
■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왜곡하지 말라"
[성명]
정보통신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왜곡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법개정, 명분없는 제밥그릇챙기기이고 또다른 헌법 위배이다
지난 26일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한달전인 6월 27일에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의 이번 개정안은 ‘불온통신의 단속’을 ‘불법통신의 금지’로 바꾸고 불법통신의 내용을 나열하는 한편, 불법통신을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헌시비가 있었던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권을 절차를 보완해 존속시키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또한 존속시킨 것이다.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도 사기, 성폭력 등의 불법 행위는 원칙적으로 통신에서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대위는 통신상의 불법 행위를 규제하는 주체가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서도 확인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정보통신부의 개정안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한다.
헌법재판소는 위의 위헌 결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가 ▲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행정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이루어지고 ▲ 정보통신부장관―사업자―이용자의 삼각 규제 구도가,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과 처벌의 형식적 대상은 전기통신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자는 이용자라는 모순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용자는 제3자로서 행정절차에 참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권리구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며 ▲ 형식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제한이지만, 이용자―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역학관계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는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과 처벌을 의식한 사업자에 의해 이용자가 상시적인, 자체 검열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위헌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의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이런 결정 취지를 싸그리 무시한 것이다. 아니,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몇개 조항만을 손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이 충족되는 것처럼 왜곡하였다.
핵심 문제는 인터넷 내용규제의 권한을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위에서 보다시피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형태의 행정권력이 사업자를 통하거나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터넷의 내용규제 권한을 가지는 상황 자체에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공대위 또한 정보통신부에는 통신상의 불법 행위를 규제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따르면 어떠한 경우에도 행정부는 국민의 표현의 내용을 검열할 수 없다. 여기서 ‘검열’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정부의 사전, 사후 내용규제를 모두 의미한다. 한편 명예훼손 등 통신상의 불법 행위는 이미 현행법률과 사법 주체들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만일 현행법률로 사이버 성폭력과 같은 신종 불법 행위를 규제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면 행정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인터넷 선진국에서도 행정부가 통신상의 내용에 대한 규제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게 인터넷을 방송으로 간주해 규제해온 호주에서도 최근 행정부가 통신상의 내용을 규제하도록 한 법률들이 철회 권고되거나 의회를 통과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신문이나 방송 등 다른 매체의 경우 행정부의 규제는 최소한으로 그쳐 왔다. 하물며 일반 국민이 이용하는 인터넷은 행정부의 검열로부터 신문이나 방송보다 더 자유로와야 한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어떻게 무엇이 불법인지를 감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무엇이 사기이고 무엇이 성폭력인지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불법 행위에 대해 판단할 능력도, 권한도 없는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통신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는 것은 사법권 침해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위협받은 제 밥그릇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졸작일 뿐이며, 또다른 헌법 위배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불법정보의 금지’로 이름만 바뀌어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위의 결정에서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겨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정보통신부에서 똑똑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의 주장>
– 정보통신부는 위헌적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 위헌으로 결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는 통신상의 불법 행위를 규제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다!
– 정보통신부는 장관 명령권이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인터넷 통제권이라는 제밥그릇을 챙기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헌법재판소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위헌 결정 취지는 왜곡되는 일이 없이 모든 인터넷 내용규제 정책에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2002년 8월 2일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임태훈·진관·홍근수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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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