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명분으로 정보인권 침해하는 전기통신사업법안 반대한다!
– 국회는 "휴대전화 본인확인 의무화"와 "전화서비스 무단중지" 법안 논의를 중단하라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 대책의 일환으로 심사중인 이 법안들 중에는 휴대전화 본인확인제를 의무화하거나 경찰 등 중앙행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이용자의 전화서비스를 무단으로 중지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법안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보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선 이우현(새누리당) 의원안은 부정한 전화서비스 가입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본인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손수 모든 전화 이용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위해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을 허용하였다.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본인확인제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익명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통신과 인터넷 서비스에서 본인확인을 지속하려는 욕심을 거두어 들이지 않고 ‘본인확인업’을 창설한 후 전국민 주민번호를 이들 기관에 몰아 주었다.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11개 민간 본인확인업체들에게 전국민 주민번호를 국가적으로 몰아주는 것이 어떻게 개인정보 보호란 말인가?
지난 3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잘 지적하였다시피, 1월 본인확인기관 중 하나인 KCB 직원이 카드3사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켰고, 그 이후 KT에서 980만 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본인확인기관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관 내외부의 부정한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전기통신사업법안은 이동통신사에 대한 막대한 특혜나 다름이 없다. 계속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하여 올 8월부터 시행될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모든 민간회사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동통신사에는 예외가 인정되게 생겼다.
미래부 장관이 운영한다는 전화 가입자 본인 확인 시스템 또한 수상하기 이를 데 없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사건으로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 정보수사기관이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데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형국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기관끼리도 서로 정보를 가져가는 데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 법안은 부정한 전화서비스 가입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래부가 직접 모든 전화 이용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무조건 열어줄 것을 명시하였다.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뿐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주민번호의 수집과 이용을 최소화하려는 최근 범정부 대책과 어긋날 뿐 아니라 그 스스로 공공 부문내 부정한 개인정보 이용의 근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조해진(새누리당) 의원안과 강동원(무소속) 의원안이 제안한 전화번호 이용정지 제도 또한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법안들은 보이스피싱 등 전화사기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래부 장관 또는 방송통신위원장이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는 이 법안들 어디에서도 그 대상을 보이스피싱이나 전화사기로 국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 2월 6일부터 불법 대부 광고, 대출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대한 신속이용정지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법안들은 아무런 사유 제한 없이 수사기관 또는 행정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미래부에서 무조건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시키도록 하였다. 경찰이 불법으로 보는 집회시위를 공지했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이용이 중지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주민번호 뿐 아니라 개인정보의 마구잡이 이용이 오늘날 우리 사회 정보인권을 위협하는 중대 사태를 불러왔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에 대한 해법은 휴대전화 업체들에 대한 주민번호 혜택 부여가 아니라 주민번호 폐지이며, 경찰 등 행정기관의 전화박탈권 부여가 아니라 유출된 개인정보를 아직도 온갖 서비스에 동원하는 공공·민간 행정의 전면 개편 뿐이다. 국회 미래위 모든 위원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희극을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
2014년 4월 15일
인권단체 연석회의
※ 인권단체 연석회의 소속단체는 다음과 같음 :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 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새사회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들’,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DPI,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KANOS
201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