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자·용산 철거민 DNA 채취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 28일(목) 오후2시 헌재 선고 직후 / 헌법재판소 앞
1. 오늘(8/28) 오후2시 쌍용자동차 노동자·용산 철거민 DNA 채취 사건(2011헌마326)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청구인인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용산 철거민을 비롯하여 이 사건을 지원해온 인권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선고 직후(오후 2시30분 부터 3시 사이 예정),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2.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은 본래 성범죄자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으로 2010년 7월 제정시행되었으나, 사회 모순에 저항해 온 이들에게서도 DNA를 채취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데 이용되어 왔습니다. 개인별로 적용되는 지문 정보와 달리 가족들이 함께 공유하는 DNA 정보는 가족 단위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로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그러나 현행 디엔에이법은 그 대상을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지 않아 많은 논란을 빚어 왔습니다. 특히 2011년에는 정리해고에 맞서 옥쇄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용산참사 현장에 있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철거민들에게 DNA 채취를 강제하여 헌법소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3. 기자회견 참석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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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 천주석 (용산참사 철거민 당사자/헌법소원 청구인), 이충연 (용산참사 철거민 당사자), 정영신(상임활동가), 이원호(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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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 김정욱 사무국장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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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 이혜정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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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시민단체 : 이호중 (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장/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연구교수),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신훈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변호사),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기자회견 사회)
2014년 8월 2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별첨>
– 기자회견 발언요지
– 헌법재판소 보도자료
– 헌법재판소 결정문 (초고)
<기자회견 발언요지>
○ 이혜정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이 사건 대리인)
이 사건의 위헌성을 인식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각하와 기각 의견이 나와서 당황스럽다. 우리나라가 지난 1월에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 피해가 많은데 이 번호도 제정 초기에는 유출을 예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회문화가 발달하면서 많은 정보가 유출되어 개인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지 않은가. DNA는 주민등록번호나 지문과도 전혀 다른 매우 내밀한 개인정보이다. 그럼에도 수형자, 구속피의자, 심지어 소년, 그리고 범죄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시민의 유류물까지도 모두다 DNA를 채취해서 국가가 평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 수사를 위한 것이고, 국가가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서 DNA를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위헌성이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헌법재판소가 아주 형식적으로만 판단해서 각하와 기각 의견을 낸 건 문제이다. 제가 민변에서 상근했을 때도, 중범죄인 성범죄나 강도, 살인이 아니라 술에 만취해서 자신의 집으로 착각해 주거침입을 하여 채취되는 분도 상담했다. 우리 청구인인 노동자들이나 용산 철거민 분들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정책이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 앞에서 자기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한 것임에도 국가가 그들의 DNA를 평생 관리하고 가족들까지도 언제든 용의선상에 세울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전한 위헌성에도 헌법재판소가 너무나 간단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는 것에 사실 많이 실망했다. 향후 수사기관은 경찰과 검찰, 이중으로 나뉘어서 수사의 편의를 위해, 당해 범죄가 아니라 장래 범죄를 위해 DNA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우리가 범죄 대상자가 아니라고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무슨 범죄가 일어나면 누구든지 그 가족들까지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고 소환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너무 쉽게 판단해버린 것이 헌법적 가치에 맞는 것인지, 개인의 기본권을 제대로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연구교수)
사실 이 논쟁은 꽤 오래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DNA 데이터베이스의 신원확인에 대한 논쟁은 2000년부터 시작이 되었다. 법률은 2010년에 만들어졌고 그 사이에 다양한 쟁점들이 드러났다. 특히 DNA 정보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냐 아니면 신원확인만 가능하냐 이런 것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헌재는 그것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단순한 숫자니까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감스럽다. 전세계적으로 혹은 우리나라에서 나온 논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선 DNA는 부모로부터 물려받게 되고 평생 변하지 않는 나의 신체 고유 물질이다. 그리고 가족과 공유하는 특질이 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일부 유전병을 알수 있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어떤 분의 DNA가 보관되어 있다면 그 분이 어떤 경찰관과 악수만 해도 그 악수한 손바닥에서 DNA를 채취해서 누군지 식별할 수도 있다. 숫자이지만 그 패턴을 가지고 특정한 질병이라던가 인종이라던가 여러가지를 알 수가 있다. 심지어는 가족을 유추할 수도 있다. 굉장히 민감한 정보임이다. 그것이 실제로 데이터베이스에는 숫자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이것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다라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 이호중 (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장/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DNA법에 대해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몇가지 지점들이 있다. 첫째, 현행 DNA법을 보면 죄명을 쭉 나열해 놓고 그 죄명에 해당하면 무조건 DNA 채취대상자가 되버린다. 그래서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폭처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고 DNA 채취 대상자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죄명을 나열하고 DNA를 채취하는 게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막는 거라고 정부는 얘기한다.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이 무조건 특정한 죄명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DNA를 채취하는 것이 위헌이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것이고,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재범할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서 채취대상자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재판관 다수는 이것이 장래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합헌으로 결정을 했고 4명의 재판관이 여기에 대해서 위헌 의견을 낸 것으로 되어 있다. 영장주의 측면에서 법원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를 심사를 해서(이것을 실질적 심사라고 얘기한다) 실질적 심사를 해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DNA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국가 공권력 행사에 가장 합치되는 방식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DNA법은 전혀 그렇지 않다. 특정 죄명에 해당하면 무조건 DNA 채취대상자로 되어 있는 것, 이것을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헌법의 기본권 보장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 아닌가. 둘째, 현재 우리 DNA법은 사망시까지 DNA를 계속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외국에 비해서도 굉장히 길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20년, 길어야 30년 정도로 DNA 보관기간을 제한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주기적으로 재범의 위험성을 심사해서 DNA정보를 계속 보관할 것인지 삭제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DNA정보를 국가가 수집한다 하더라도 최소한도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을 반영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DNA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재범방지를 위해서 필요하다, 재범위험이 높은 사람들이니까 사망시까지 그냥 보관하는 것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번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DNA정보가 채취되고 그 사람의 정보가 국가에 의해서 사망할때까지 지속적으로 보관되고 계속 관리되는 것이 과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용인하고 용납할 수 있는가 굉장히 의심스럽다. 헌법재판소가 이것을 합헌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상당히 유감스럽고 규탄하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헌재는 소급규정의 적용에 대해서도 합헌이라고 얘기했다. 보안처분이라고 그 성격을 이야기하면서 합헌이라고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헌법재판소의 논리, 문제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DNA정보가 순전히 개인을 식별하는 숫자화된 코드정보에 불과하고 개인에 대한 유전적인 정보나 민감정보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전제이다. 그런 전제에서 그 정도의 DNA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판결문에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누차에 걸쳐서 얘기했다. 외국에 많은 연구자료에서도, 소위 말하는 정크 DNA라고 하는 부분에서도 개인의 성별이라던지 인종에 관한 정보들이 들어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질병에 대한 정보도 부분적이지만 정크 DNA 속에 들어 있고 그래서 그 DNA 분석을 통해서 개인의 유전적인 인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문은 가족간에도 다 다르지만 DNA정보는 가족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90%이상 일치하는 정보이다. 예를 들어서 강모씨에 대한 DNA를 가지고 검사해 봤더니 가장 유사한 어떤 DNA정보가 나왔다, 그러면 그 DNA 정보를 가진 가족에 대해 수사하고 그 가족에 대해서 조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정한 개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도 이런 결과가 생긴다. 결국 DNA정보는 개인의 성별, 인종, 질병에 관한 정보, 가족에 관한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 정보이다. 이것이 어떻게 민감정보가 아니고 유전정보가 아닌가.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마치 지문처럼 개인의 인격과 아무 상관이 없는 숫자만 나열된 것에 불과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합헌이라고 이야기했다. DNA 정보에 대한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전세계적인 연구 추세와 동향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들여다보았는지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 결정에 대해서 앞으로도 계속 문제제기하면서 결국 입법적인 개정을 위해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헌법재판소가 DNA정보가 가지고 있는 민감정보로서의, 유전정보로서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규탄의 말씀 드리겠다.
○ 천주석 (용산참사 철거민 당사자/헌법소원 청구인)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지금 얼떨떨하다. 살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감옥에서는 DNA 채취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가져와서 DNA를 채취해 갔다. 저는 현재도 철거민이다. 저희 지역에는 지금도 용역들이 들어온다. 얼마전에도 한 260명 정도 용역이 들어왔다. 내 생존과 우리 지역을 사수할라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DNA 채취는 싸우지 말라는,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당장 어떻게 투쟁해 나갈지, 어떻게 지역을 사수할지 참 암담하기만 하다. 계속 이 법이 사라질때까지 투쟁해 가겠다.
○ 김정욱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조만간 저도 DNA채취를 당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잘 몰랐다. 제가 이렇게 될지, 또 이 결과가 초래하는 게 당사자인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들, 그리고 더 많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해당될지. 단순한 개인정보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관리하고 시스템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옥죄는데 사용될 것이다. 2010년에 이 법이 통과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이제는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 같다. 국가가, 부패한 정권들이, 그리고 경찰 공권력들이 우리 노동자들을 그리고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느껴진다. 정말 분노스럽다. 법이라는게 우리 국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이 되어야만 함에도 여전히 법은 가진 자들의 손에 놓인 것 같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저항하고 투쟁해서 막아내는 길만이 이땅의 국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고 우리의 인권침해를 막아낼 수 있다. 싸울 수 밖에 없고 그 싸움의 중심에 서서 싸워나가겠다.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