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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신체 검증, 모든 노동자와 시민의 문제

By 2011/09/14 No Comments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강제적인 신체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무척 경악했다. 지난 6월 22일 유성기업 앞에서 있었던 경찰과 노동자들의 충돌은 경찰의 무리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편파적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며 대규모 출석 요구서를 남발해 왔다. 특히 10명의 노동자들에게는 특별한 출석요구가 있었다. ‘신체 검증’을 위한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경찰은 당일 채증된 사진에서 당사자들을 잘 알아볼 수 없으니 자신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면밀한 신체 검증을 하자고 한다. 그 면밀한 신체 검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3D 영상채증’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경찰은 검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까지 발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집회시위 참여자를 특정하기 용이하도록 검증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충격적인 인권침해이다. 국민의 신체에 대한 강제적 검증은 그 자체로 모멸적인 수사방식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경찰의 식별 편의를 위해 노동자들이 줄줄이 출두하여 샅샅이 영상 촬영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이 정부 들어 우리가 접한 황당한 강제수사는 이뿐 만이 아니었다. 전교조와 YTN 노동조합에 대한 장기간의 이메일 압수수색, 민주노동당 서버에 대한 PC방 압수수색,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DNA 채취, 실시간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지국 수사, 인터넷 패킷감청 등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수사기법이 현란하게 동원되어 왔다. 이런 무리한 수사방식은 결국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집회시위를 억압하는 이 정부의 반인권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이 무제한으로 디지털 수사기법을 동원하도록 놓아둔다면 어떤 인권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경찰 편의를 위한 신체 검증이 허용된다면 경찰국가는 이미 도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신체 검증은 결코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들의 사진은 앞으로도 유성 기업과 관련한 행동을 감시하는 데 계속하여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집회시위 참여를 비롯하여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동하며 연대할 권리를 명백하게 억압하는 것이다. 
 
또한 유성의 문제로만 그치지도 않을 것이다. 언제 또 어떤 시민이 집회 참여자를 식별한다는 명분으로 신체검증을 받을 지 누가 알겠는가? 집회 참여자를 식별하기 위한 명분뿐이겠는가? 경찰이 검증의 대상으로 삼고 싶어 할 불법 행위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전국 곳곳에 널려 있는 CCTV가 모든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미 상시적으로 채증하고 있는 시대이다. 의심스럽기만 하면 누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불려나가 검증사진을 찍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모든 이들의 문제이다. 유성 기업 노동자들 뿐 아니라 전 시민의 인권 문제이고 경찰권 남용에 관련한 문제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신체 검증’을 반드시 저지해내야 할 것이다.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민주노총 에 2011년 8월 25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