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표현의자유행정심의

사건의 핵심은 방통심의위원회의 자의적 행정심의이다!

By 2011/08/0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논평]

 
사건의 핵심은 방통심의위원회의 자의적 행정심의이다!
 
 
‘2MB18nomA’ 트위터 계정 차단 등 정치적 심의를 두고 논란을 빚어온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이번에는 성표현물 심의를 두고 큰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다. 특히 이번 논란은 박경신 위원의 블로그에 대한 것으로, 박경신 위원은 그간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라는 연재물을 통하여 방통심의위의 심의 문제를 계속하여 제기하여 왔던 바 있다. 현재는 박 위원이 올린 성적 표현물에 대한 논란이 크게 불거져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 게시물에 대한 찬반에 있지 않다.
 
박경신 위원이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자의적 행정심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우리 사회의 양심 있는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정확히 주목하여 줄 것을 바라는 바이다.
 
행정법원을 비롯한 법원에서는 이 기관의 인터넷 심의를 행정처분으로 인정해 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자신이 행정기관이라는 점을 계속하여 부인하면서 행정기관으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적법절차도 준수하지 않고 법령에서 명확히 위임받은 이상의 권한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왔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실상 검열’의 소지가 있는 행태이다. 때문에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 권한을 중지시키고 민간에 이양할 것을 권고하였고 올해는 급기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 견해에 동의하는 한국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방통심의위 인터넷 심의의 문제점은 몇년간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면서 망신을 자초해 왔다. 특히 물의를 빚은 부분은 사전 의견제출권의 문제이다. 행정기관이라면 행정처분을 내리기 전에 처분 대상자에게 사전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마땅하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이러한 지적을 계속하여 무시하여 왔고, 의견제출권에 대하여 위원들이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조차 사무처의 독단으로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매우 어렵다. 때문에 박 위원은 회의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문제적 상황을 블로그를 통해 기록해 왔던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성표현물 심의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성표현물 가운데 우리 법령에 의해 규제되는 표현물은 두 가지 종류이다. 첫째, 형법상 음란죄를 위반하여 그 제조와 유통이 모두 금지되는 ‘불법 정보’일 경우, 둘째, 청소년에게는 유통을 제한하지만 성인 일반에게는 제조나 유통이 가능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일 경우이다. 불법 정보인데 왜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이 삭제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는지 위헌 논란은 별론으로 하자.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해서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삭제 등 게시물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 표시 등 청소년에 대한 격리 조치라는 점이고 청소년보호법에 의하면 그 또한 영리 표현물에만 적용된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해서도 법령상 표시의무 이행이 아니라 삭제 등 게시물 제거를 관행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비영리적 표현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조치를 취해 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진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그간 방통심의위는 혐오스럽고 불쾌하다는 이유를 들어 성적 표현물을 과도하게 삭제해 왔다. 개인들이 자기 블로그에 올린 야한 소설도, 야한 만화도, 야한 영화도, 누드페인팅도, 누드예술제도, 지금까지 계속하여 삭제되었다. 물론 이런 게시물들 중 일부는 혐오스럽고 불쾌할 수 있다. 그러나 혐오스럽고 불쾌하다는 근거로 행정기관이 인터넷을 심의한다면 이는 200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불온통신’ 규제와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검열이다. 
 
방통심의위가 법령에서 명확히 위임받은 이상으로 심의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발족 당시서부터 계속되어왔다. 2009년 제49차 회의에서 이윤덕 전위원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경우 삭제 전에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의무 이행을 권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방통심의위의 초법적인 관행은 개선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렀다. 성기 사진에 대한 방통심의위 심의에도 일관성이 없었다. 2010년에는 비뇨기과 등 병원 사이트에 게재된 성기 사진에 대해서 시정요구를 하였다가 병원으로부터 이의신청이 제기되자 그 경우는 의학적 정보이고 사진의 폭을 좁혀 제공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방통심의위는 박경신 위원의 블로그 게시물을 오는 4일 심의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수 의견이지만 온당한 문제제기를 해온 박 위원을 탄압하는 데 이번 사건을 빌미로 사용하는 불행한 일이 행여라도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통심의위에 필요한 태도는 지금이라도 법원과 국가인권위, 그리고 유엔의 관련 결정들을 존중하고 이런 결정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박 위원의 문제제기를 수용하여 책임있는 행정기관으로 거듭나는 길을 찾는 것이다.
 
 
2011년 8월 2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