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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뻗치는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By 2010/06/1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김영홍

강제적 인터넷실명제를 생각하면 정말 성질 뻗쳐. 철지난 과거를 회상해 보면…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2003년 3월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 ‘인터넷실명제의 단계적 도입’을 천명했었어. 정보인권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지만 이 정책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지지를 받았지. 그 후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서 실명제를 확대하고 2004년 3월 선거법, 2007년 정보통신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에서도 강제적 인터넷실명제 조항이 신설되어 버렸어. 그리고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대상을 더욱 확대시킨다고 해…. 사실, 청와대와 국회를 보면 답이 안보여. 그 놈이 그놈이라는 촌부 어르신의 말이 딱 맞거든.

그림:네이버_실명인증.jpg
▲ 네이버 회원가입 실명확인 화면

어쩌다가 ‘말하는 자유’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오픈라인 세상으로 보면 주민등록증 확인 없이는 말하지 말라는 것이잖아? 웃기는 일이지. 인터넷에서 글을 실명으로 쓰든, 익명으로 쓰든, 필명으로 쓰든 그것은 나와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결정할 문제인데 정부가 천편일률적인 간섭과 통제를 하고 있으니, 이것은 딱 중국 공산당 수준이야.

이런 무식한 방법은 우리의 인터넷 환경을 왜곡시키고 있어. 인터넷 기업들에게 불필요하게 주민등록번호를 강제적으로 수집하게 만들거든. 국제적인 영어권 사이트를 보면 우리 같은 실명확인 없이도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또한 전자상거래도 이루어지지. 우리는 영어의 장벽 이전에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실명제로 인하여 그러한 꿈 자체가 생기지 않아. 지독한 세뇌이고 지독한 고립인데, 세계화와 영어교육 광풍인 대한민국의 또 다른 현실과 비교하면 이 엇박자는 너무 기괴한 모습이지.

올 초에 이명박 대통령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거의 폐쇄됐어. 실명으로 쏟아지는 욕설을 감당할 수 없었거든. 인터넷실명제가 악플, 욕설 등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증거들 중에 하나지. 가끔 어린 학생들이 서로 말할 때 욕설이 많이 섞여 있음을 듣게 돼. 거의 일상용어 수준이지만 그들은 평생 그런 식으로 살지는 않지. 누가 강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하는 것이거든. 인터넷에서의 말 폼새도 마찬가지… 누구에게나 그러한 기회가 스스로에게 찾아온다고 믿거든.

사이버 성폭력, 협박, 스토킹,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등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야. 고소할 이유가 있다면 사이버수사대를 찾아가야지. 그리고 지난 6월 한나라당 해킹했던 사람은 아이피 추적 끝에 바로 다음날 경찰이 체포했었잖아? 대한민국 경찰의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것이지. 강제적인 인터넷실명제가 없더라도 경찰들은 자신의 일들을 잘 수행하리라 믿거든.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사이트는 조사 대상 1만2007곳 중 1만22곳(83.5%)으로 2005년 36%에서 2006년 50% 2007년 60%로 2008년 83%로 증가하고 있대. 그런데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단속 현황’이란 자료에 의하면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 단속 건수가 2003년 837건, 2004년 1040건, 2005년 1569건, 2006년 1930건, 2007년 2106건이고, 2008년은 7월까지 1024건으로, 마찬가지로 증가하고 있지. 강제적 인터넷실명제가 인터넷의 역기능을 줄이기는커녕 불필요한 개인정보수집 관행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 중에 하나지.

강제적인 인터넷실명제의 실체는 자유롭게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것을 억압하려는 수단에 불과해. 결국, ‘미네르바 추적 사건’처럼 정부 정책의 비판자들을 용이하게 탄압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야. 자본주의 장점이 바로 ‘자유’ 인데… 말하는 자유가 이렇게 핍박받고 있으니 우리나라 너무 이상하지 않아??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