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 5월 25일, 서울시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 얼굴인식 체온 측정 카메라를 청사 등 출입구에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질의한 바 있습니다.이후 성동구청으로부터 답변을 받았지만,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부당한 처리라는 의문과 헌법 제10 및 17조 등에 의하여 보장되는 청사 출입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 우선 성동구청의 답변과 업체의 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카메라는 단순한 얼굴 감지 기능이 아닌 개인 식별과 인증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단지 현재 얼굴 인식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결국 청사를 출입하는 구민들이나 구청 직원들의 얼굴정보가 언제든 인증 또는 식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얼굴인식 기술을 갖춘 카메라는 단순한 촬영장비나 CCTV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기술의 특성상 추후 사람의 신원을 식별하고 디지털화된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하거나 추적하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에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얼굴인식을 포함하여 개인을 식별하려는 목적으로 생체정보를 처리하는 ‘생체인식정보(biometrics)’를 ‘민감정보’로서 특별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2019년 스웨덴 개인정보 감독기구는 학교에서 얼굴인식장치 사용을 금지하였고, 올해 2월 프랑스 법원은 학교 앞 얼굴인식장치 사용을 불법으로 판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시를 시작으로 공공기관의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거나 강하게 규제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는 추세입니다.한국에서도 민감정보는 △다른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한 동의와 별도로 동의를 받은 경우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에만 처리가 허용되며, 행정안전부는 현재 추진 중인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체인식정보를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민감정보로 포함할 예정입니다.
- 한편 성동구청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정보주체 출입자의 동의 여부 등에 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습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58조(적용의 일부 제외)제1항제3호에 따르면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로 일시적으로 처리되는 개인정보는 제15조 제외 사유입니다. 코로나-19를 대비하여 이태원 클럽과 같은 사태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법 제58조에 따른 예외의 규정이 구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이 걱정되는 것은 백번 이해하지만, 도서관 등 청사 개방을 위해 인공지능 얼굴인식 체온 측정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과연 ‘긴급히 필요한 경우로서 일시적으로 처리’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습니다.
먼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는 코로나 19 확산 시기 소방청의 119 구조구급 활동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서도 감염병법 등 적법한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개인정보보호 법령 및 지침·고시 해설에 따르면, 해당 예외 규정은 법의 기준에 따른 개인정보처리가 곤란한 경우로 이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개인정보를 일시적으로 처리하는 경우에 한해서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지난 25일, 질병관리본부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열화상카메라 설치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코로나19의 특성 상 발열을 보이지 않는 사례도 상당수 있어 그 전체적인 투자 비용에 비해 효과가 있는지는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열화상카메라 같은 도구보다는 손씻기, 마스크 착용, 개개인 증상 시 검사 시행 등의 기본적인 조치를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사 출입 통제를 위해 인공지능 얼굴인식 체온 측정 카메라를 설치하여 주민의 얼굴인식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행위가, 정보주체의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을 일괄적으로 배제하여 인권 침해와 문제의 소지가 큰 개인정보 보호법 적용 예외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 개인정보 보호법은 적법하게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5.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성동구청에서는 “AI안면인식체온측정카메라의 경우 손, 머리와 같은 체온측정이 불가능하고 얼굴은 마스크가 착용되어 있기 때문에 안면인식이 필수이다”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피한 경우’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는 법령에서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개인정보처리자가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즉, 성동구청이 도서관 및 청사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더라도 ‘얼굴인식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직원이 체온을 측정하는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했는지가 현재의 쟁점입니다.
그러나 많은 다른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일반적인 열화상 시스템 및 비접촉 체온계를 활용하는 것을 보아, 해당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공 보건을 위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성동구청의 답변대로 만약 대상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대상식별이 불가능하다면 굳이 인권 침해의 위험성이 큰 얼굴인식기술을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 코로나19의 대응에 있어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권 규범을 잘 지키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없는지, 신중한 합의와 평가 없이 인권 침해의 위험성이 큰 시스템이나 정책이 도입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긴급 대응 기간 동안 지금은 정당화되는 사항들이 위기 이후에도 표준화가 될 수도 있다. 적절한 보호장치가 없으면 이러한 강력한 기술은 차별 및 개인 사생활 침해를 유발시키며 전염병 대응 이외의 목적으로 사람들 또는 단체를 압박하기 위해 악용될 수도 있다.”
“모든 대책은 유의미한 데이터 보호 장치를 반영해야 하고 합법적이고 불가피하며, 균등해야 하고, 기간 제한이 있어야 타당한 공중 보건을 목표로 정당화 될 수 있어야 한다.”
“코비드-19 대응책의 일환으로 감시용 신기술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한된 용도 및 충분한 사생활 및 데이터 보호가 이에 해당된다.”
COVID-19와 인권, 유엔 사무총장 정책보고서“보건모니터링은 개인의 행동과 이동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수단을 포함한다. 그러한 감시와 모니터링은 공중보건이라는 특정 목적과 특별히 연관되어야 하고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하며 특정 상황에서 요구되듯이 그 기간과 범위 또한 제한적이어야 한다. 정부나 기업들이 공중 보건 위기와 무관한 목적으로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러한 조치들을 남용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강경한 보호 장치를 시행해야 한다.”
COVID-19 인권보호지침 4.27,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모든 감시는 비례적이고, 합법적이며, 불가피한 것이어야 한다. 감시 조치는 공중 보건의 필요에 따른 최소한의 개입 수단이어야 하고, 분명한 일몰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개인의 감시, 접촉자 추적조사 및 개인의 이동 경로 추적은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데이터는 오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코비드-19와 관련하여 확대된 모니터링은 국가안보기관 및 정보 기관 하에 있어서는 안되며, 고유하게 독립된 기관들에 의해 효과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시민공간과 COVID-19,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위기가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그리고 국가의 통제 및 감시 욕망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는 4차산업혁명과 경제 부흥의 논리 속에서 이는 더 큰 압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장치는 그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만 합니다. 특히나 장기간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코로나19 상황은 긴급하고 임시적인 조치가 아닌 사회적 합의와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와 강력한 안전망을 갖춘, 인권에 기반한 생활 속 방역을 필요로 합니다.
이에 저희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성동구청이 인권 관련 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및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 이 사안에 대하여 민원을 접수하고자 합니다.
첨부자료
1. 보도자료, 성동구 구청사 개방 대비 원스톱 방역시스템 도입 (서울시 성동구청)
2. 서울시 성동구청 인공지능 얼굴인식 체온 카메라 설치에 대한 공개민원 및 질의 (진보네트워크센터)
3. 성동구청 인공지능 얼굴인식 체온 카메라 설치에 대한 공개민원 처리결과 및 답변내용 (서울시 성동구청)
4. 성동구청 인공지능 얼굴인식 체온 카메라 설치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및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공개민원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