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정보의견서입장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법률개정안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

By 2019/12/23 No Comments

ㅇ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현행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디엔에이법’) 8조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조항에 대하여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헌법불합치를 선언함(2016헌마344‧2017헌마630)

  • 이 사건 영장절차 조항이 채취대상자에게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부 후 그 영장 발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채취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절차마저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였음

ㅇ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에는 여러 건의 디엔에이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1. 21. 법안심사제1소위에 디엔에이법 개정안을 상정하여 심사중임.

* 정부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안)은 10. 21.자로 발의됨

ㅇ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이번 개정에 이르게 된 입법자 국회는 디엔에이법을 개정함에 있어 억울하게 디엔에이를 채취당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에 이르게 된 노동자, 노점상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책무가 있음.

  • 수사기관은 시한을 이유로 개정에 서두를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국회는 임박한 개정 시한에 급급하여 서둘러 심사하기 보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여 신중하게 심의할 필요가 있음.
  • 특히 법안심사소위는 정부안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국회에서 발의된 헌법불합치 관련 개정안들을 누락없이 모두 검토하여 이 법의 인권침해 요소를 일소할 필요가 있음.

□ 개정 배경

ㅇ 디엔에이법은 본래 중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되었음. 하지만 입법 목적과 달리 노동 쟁의에 참여한 노동자들, 생존권 투쟁에 나선 철거민, 노점상 등 당사자는 물론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강제적인 디엔에이 채취 및 국가데이터베이스 수록이 이루어짐에 따라 다수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옴

  •  디엔에이는 신체에 각인되어 있는 생체정보이며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강력한 본인확인수단일 뿐 아니라 가족이 공유하는 정보라는 점에서 그 채취 및 국가데이터베이스 수록과 검색의 기본권 침해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음. 수사기관은 여기서 본인확인에서 더 나아가 직계 가족, 친족 검색은 물론 부계 유전자로 전해지는 성씨를 검색하는 기능 확장을 검토해 왔음

* 한겨레 2015. 9. 10. “가족 중 전과자 있으면 당신 DNA도 들춰질수 있다” 참조

  • 또한 현재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수형인 중 대다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자가 아니고, 벌금・집행유예・조건부선고유예 등을 받은 ‘수형인 외 형 확정자’가 무려 73%를 차지하는 현실은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 법의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함

* 2010. 7. 26 ~ 2017. 12. 31. 전체 137,519명의 수록인 중 실형 확정자는 37,636명(27%)이고 수형인 외 확정자는 99,883명(73%)에 달함

ㅇ 이 사건은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노동자 및 노점상에 대한 강제적인 채취 및 데이터베이스 수록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 헌법재판소는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의 발부 과정에서 대상자의 의견 진술 기회, 발부 후에는 그 영장 발부에 대한 불복 또는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 지적하였음.

  •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이 사건 영장절차 조항의 입법상 불비를 개선함에 있어서, 채취대상자의 의견 진술절차를 마련하는 데에 그칠 것인지, 영장 발부에 대한 불복절차도 마련할 것인지, 나아가 채취행위에 대한 위법성 확인 청구절차까지 마련할 것인지, 이들 절차를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과 방법으로 만들 것인지 등에 관하여는 이를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 바, 입법자는 응당 각각의 제도적 효과에 대하여 신중하게 검토하고 심의할 필요가 있음

* 소수의견(이진성, 김이수, 강일원, 서기석 재판관)은 이 사건 채취 조항이 행위자의 재범의 위험성 요건에 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고 특정 범죄를 범한 수형인등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였음.

* 또 다른 소수의견(이진성, 김이수 재판관)은 이 사건 삭제 조항은 일단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에 대하여는 법원의 무죄판결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형인 등이 사망한 경우에야 이를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의 기간 제한 없이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음. 국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대다수 국가가 삭제규정을 두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이 문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함.

□ 정부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안)의 제8조 개정 조항에 반대함

ㅇ 정부안은 검사의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청구 및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요건 심사 단계에서 채취대상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였음(안 제8조 제4항 및 제5항)

  • 그러나 청구시 제출하는 채취대상자의 서면 의견은 지방법원 판사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갈음하게 하였으면서(안 제8조 제5항) 반드시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폭넓은 예외를 허용하였음(안 제8조 제4항). 디엔에이 채취 대상인 수형인(5) 및 구속피의자(6)가 모두 수사기관의 주도권 하에 있는 압박상황에 처해 있고 그 자발성이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수사기관의 재량에 의존하는 폭넓은 예외를 두는 것은 이번 헌법불합치에 이르게 된 채취대상자 의견진술 기회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에 다름이 없음.

* 독일 부퍼탈 주법원의 판결(1)에서는 수사기관의 주도와 필요에 따라 피의자의 동의가 발생하는 “압박상황”에서는 자발적인 동의로 볼 수 없다고 보았음

⇨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가 가족과 공유하는 정보라는 점, 사망시까지 수록되어 수사대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취대상자는 예외 없이, 가능하면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함

  • 또한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에 대한 검사의 청구 및 지방법원 판사의 발부 심사에 있어서 아무런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은 개정안의 커다란 흠결임. 헌법불합치 소수의견에서 ‘재범의 위험성 요건’에 대한 규정 미비를 지적하였음

⇨ 디엔에이법의 주된 목적이 장래의 범죄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것임. 채취 대상자가 차후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한 개별적인 근거가 갖추어지기 위해서는, 디엔에이감식시료의 채취대상자의 직업과 환경, 해당 범행 이전의 행적, 그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재범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건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2)

□ 정부안(송기헌의원 대표발의안)의 제8조의2 신설 조항에 반대함

ㅇ 정부안은 시료채취영장 집행단계에서 채취대상자에게 영장 발부에 대한 불복절차로서 채취대상자가 영장 발부사실을 안 날부터 7일 이내에 관할 지방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하였음(안 제8조의2)

  • 그러나 이는 일정하게 디엔에이감식시료의 채취가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에 준하는 절차라는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디엔에이감식시료의 채취영장은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과 달리 채취 뿐만 아니라 감식, 데이터베이스에의 수록까지 포괄에서 영향을 미침. 또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면 대상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무기한 보관되고 수시로 범죄수사를 위해 검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건 범죄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압수수색과 그 내용이나 기본권의 제한의 정도가 크게 다름. 따라서 불복 절차를 규정함에 있어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체포구속 수준의 불복 절차를 두는 것이 바람직함

* 참고로 정부안과 함께 심사 중인 김병기 의원 대표발의안의 경우에는 불복절차로서 적부심사 규정을 두고 있음

⇨ 영장발부 이후의 구제 절차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르면 디엔에이감식시료 채취영장에 의하여 채취된 대상자는 적부심사를 통해 불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함

□ 추가적인 검토 사항

ㅇ 국회가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디엔에이법 개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점은 이 사건 헌법소원에 이르게 된 노동자, 노점상에 대한 강제적인 디엔에이 채취 및 데이터베이스 수록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임.

  • 영장 청구 및 발부에 있어서 대상자의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요건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 범죄의 중대성과 개별 행위의 위법성 정도를 적극 고려하여 채취 대상 범죄와 대상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음.
  • 또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사실상 대상자 사망시까지 무기한으로 보관하는 데 대하여 헌법불합치 소수의견에서 지적받은 바 있고 대다수 국가가 삭제 규정을 두고 있음을 고려하여 볼 때, 재범의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삭제하는 제도의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ㅇ 국회가 디엔에이법 제8조를 올바르게 개선하기 위하여서는 임박한 개정 시한에 급급하지 말고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적극 살피고 신중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음.

  • 현재 일부 언론과 수사기관에서는 디엔에이법이 올해 안에 개정되지 못하면 범죄자 디엔에이 채취를 못 하게 된다는 낭설이 돌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름.
    첫째, 디엔에이법은 국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데이터베이스와 관련하여 디엔에이감식시료의 채취 및 신원확인정보의 수록을 소관하는 법률로서 일반 범죄 수사시 용의자의 신체검증을 위한 디엔에이 채취와 무관함.
    둘째, 헌법불합치 결정은 디엔에이법 전체의 효력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제8조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에 대한 것이고, 영장에 의한 디엔에이 채취는 전체 채취자 중 일부에 불과함.
  • 법안심사소위는 정부안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국회에서 발의된 헌법불합치 관련 개정안들을 누락없이 모두 검토하여 이 법의 인권침해 요소를 일소할 필요가 있음. 지난 11월 21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논의된 디엔에이법 개정안은 김병기의원 대표발의안(2015881), 권미혁의원 대표발의안(2016987), 송기헌의원 대표발의안(2022921)임. 그러나 정부안 뒤에 발의된 서영교의원 대표발의안(2023948) 및 박주민의원 대표발의안(2024276) 역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을 그 취지로 하여 발의된 바 함께 심사할 필요성이 있음
  • 따라서 국회는 정부안 중심으로 서둘러 심사하기 보다 헌법불합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신중한 심의로써 디엔에이법의 인권침해 요소를 일소하는 올바른 개정에 이르는 것이 바람직함.

끝.

(1) LG Wuppertal, Beschl. v. 5. 5. 2000 – 25 Qs 2/00, NJW 2000, 2687. 판결
(2) 대법원은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관련하여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라 함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그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도2289, 2012감도5, 2012전도51(각 병합)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 바 있음

201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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