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입장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미디어행동 논평

By 2010/01/2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장여경
[논평]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가인권위의 품위

국가인권위가 ‘게시판본인확인제’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방통위의 정보통신망법 전부개정안(2008년 11월 발의)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지난 해 11월 국가인권위 상임위가 정리한 것으로 상식적인 수준의 의견 개진이다. 다만 현행 정보통신망법의 문제점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개정안의 문제 조항은 현행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에서 “유형별”과 “10만 명 이상이면서” 부분을 삭제한 조항(115조 제1항)이다. 상임위는 10만 명이라는 하한선을 없애고 대통령령에 포괄적인 위임을 한 것은 법률유보 원칙과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개정안의 입법 근거로 불법 유해정보 확산 예방과 사후구제에 필요한 조치 등을 들었다. 이같은 근거를 들어 인터넷 사용자의 실명을 확인하는 관련법은 정보통신망법 44조 5항, 공직선거법 제82조 6항과 제93조,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 등이며, 정보통신망법 상의 본인확인제는 시민사회와 네티즌, 전문가, 사업자 할 것 없이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평가된 바 있다. 이용자 수 30만, 10만, 삭제 등 하한선을 두고 저울질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 유해정보 확산 예방과 사후구제에 필요한 조치를 위해서라면 실명제가 없어도 적용할 법안이 널려있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명예훼손죄, 제74조의 공포심이나 불안감 유발 혐의, 미네르바 씨에게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등이 그렇다.

2009년 1월에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일일 방문자수 10만 명 이상인 언론, 포털, UCC 대상 사이트는 153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YTN, 오마이뉴스를 포함해 네티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이트가 해당된다. 유튜브는 한국의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해 게시판 기능을 삭제, 한국 국적의 네티즌들이 웹을 통한 세계 소통의 장에서 익명의 글쓰기 권리를 침해당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5일 네티즌과 시민단체는 표현의자유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통제권, 평등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상임위원회가 개정안을 검토하며 헌법 제21조와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미국 연방대법원의 익명 표현의 자유 인정 등을 반대의 논거로 든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다. 이같은 논거대로라면 10만 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상의 본인확인제도 위헌이므로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 국가인권위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2010년 1월 28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