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입장

용산 참사현장에 등장한 CCTV

By 2009/02/25 10월 25th, 2016 One Comment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용산 참사현장에 등장한 CCTV

— CCTV의 집회시위 채증의혹 분명히 밝혀져야

 

24일 저녁 방영된 MBC PD수첩 <여성강력범죄, CCTV가 해결사?> 편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1월 20일 용산참사 당일 저녁에 열린 긴급촛불집회 당시, 민간업체의 이동식 CCTV가 현장에서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다루어졌다.

 

방송에 따르면 모업체는 당시 CCTV 4대를 이용하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경찰 병력 등 "참사현장" 주변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날 촬영이 경찰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CCTV는 공공기관 CCTV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 채증용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해당업체는 당시 촬영이 ‘홍보용’이었다고 해명하였다. 더불어 경찰의 요청도 없었고 CCTV 기록을 경찰에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이 업체의 해명은 탐탁치 않은 구석이 있다. 어째서 끔찍하고 불운한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 주변에서, 저녁 집회가 열린 시점에 이 업체는 홍보를 해야만 했을까?

 

혹시 우리 사회 곳곳에 설치된 CCTV – 추산되기로는 15만 여대에 달하는 공공기관 CCTV와 집계조차 되지 않는 수백만 대의 민간 CCTV – 가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기록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연쇄살인범 검거 후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서 CCTV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CCTV로 인한 범죄예방 효과는 확실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경찰 등 공공기관이 이를 오남용할 우려가 매우 크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교통단속용으로 설치된 공공기관 CCTV를 채증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런 의혹이 충분한 개연성을 갖추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CCTV가 실제로 인권침해적으로 보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주 최근까지 우리 사회는 CCTV 촬영기록을 인터넷에 유포시켜도 제재할 수 있는 아무런 법률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2년 강남구가 CCTV 수백대를 설치한 후 경찰과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CCTV를 설치, 운용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인권시민단체들의 계속된 요구 속에서 비로소 2007년 11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조항 몇개 생기긴 하였으나 여전히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CCTV 설치 전에 이해당사자들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가? CCTV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받고 있는가? CCTV가 함부로 줌이나 회전되고 있지는 않은가? 몰래 대화를 녹음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보주체는 CCTV 기록물에 대한 열람, 정정, 삭제 청구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누가 이 모든 운용실태를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감독하고 있는가? 그나마 공공기관 CCTV는 따져볼 법률이라도 존재하지만 민간 CCTV는 완벽한 법의 사각지대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CCTV 확대는 우려스런 상황임이 분명하다. 갈수록 첨단기능화되어 가는 전자감시장비들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첨단감시국가의 나락에 빠질 것이다.

 

용산 참사현장에 등장한 CCTV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것이 경찰의 요청에 따른 촬영이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용납받지 못할 일이다. 설령 업체의 홍보용 촬영이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추모촛불집회에 참가하였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정보인권이 침해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2009년 2월 25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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