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기자회견] HIV/AIDS감염인의 건강권이 없는 한 세계에이즈의 날은 없다!

By 2009/02/0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홍지은

– 2008년 HIV/AIDS 감염인 치료접근권 확보 및 인권주간 선포 기자회견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이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 1월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회의에 참가한 148개국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류, 교육, 인권존중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제정되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HIV/AIDS감염인이 처해있는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1회성 기념행사를 해왔다. 그동안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왜곡된 정보와 편견을 확산시켜왔고, 감염인들을 시한폭탄과도 같은 감시대상으로 간주하여 차별과 인권침해를 확산시켜온 한국정부에게 세계에이즈의 날을 기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에이즈의 날이라도 있으니까 텔레비전에 에이즈광고도 나오고, 단 하루만이라도 감염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늘 한가위만 같기를 바라는 것처럼 늘 에이즈의 날 같기만을 바랄 수 있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364일동안 감시의 대상, 죄인취급을 받다가 단 하루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되는 것도 넌덜머리가 난다. 그래서 감염인들은 2006년 12월 1일에 보건의료, 인권, 성소수자단체들과 함께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을 선포하였다. 세계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의 목소리가 배제된 정부주도행사가 아니라, 감염인이 주체가 되고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는 감염인 인권의 날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이다. 감염인을 배제하고 감염인의 인권을 우선시 하지 않는 이상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HIV/AIDS감염인이 처한 현실은 3번째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만들어 나가기란 한없이 험난한 여정임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건강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HIV감염인의 현실에 대해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지금의 상태라면 에이즈는 이제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제때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되었다는 말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2000년 이후에 세상에 나온 에이즈치료제 17가지 중 한국에 보험적용되어 공급되고 있는 것은 2가지 뿐이다. 약이 있는데도 환자에게 약이 오지 않는 이유는 푸제온사건이 보여주는 대로이다.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은 2004년 11월 연간 1,800만원으로 보험적용이 되었다. 그러나 초국적제약회사 로슈는 약값이 싸다며 지금까지 공급을 하지 않고 있다. 로슈는 “의약품 공급에 관한 문제는 의약품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구매력이 없는 환자는 푸제온을 이용할 자격이 없다며 공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약을 먹고 건강할 ‘권리’를 ‘자격’으로 둔갑시키는 제약회사에 대해 복지부는 사기업의 ‘상품’을 강제로 공급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약품 및 건강보험법상에는 푸제온을 환자에게 돌려줄 방안이 없다고 했다. 환자, 시민사회단체는 특허법에서도 허용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허용하고 있듯이 복지부 장관이 푸제온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특허법이 복지부관할이 아니라며 할 수 없다고 했다. 제약회사가 특허라는 독점권을 무기로 근거없이 비싼 약값을 요구하고, 환자들의 의약품접근권을 아예 막아버려도 정부는 속수무책인 반면 급증하는 진료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푸제온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근거없는 비싼 약값은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고 감염인의 생명권을 박탈하고 있다. 건강보험급여액만 보더라도 에이즈관련 치료비용이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본인부담금이 후불로 지원되고 있으니 약값이 비싸든, 진료비가 증가하든 환자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지 말라. 매해마다 진료비 지원이 지연되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감염인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게다가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감염인들에게조차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차라리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어 의료보호환자로 전환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치료를 위해서는 첫 번째로 HIV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해야한다. 유엔에이즈에서는 “차별과 편견이 만연하는 한 에이즈는 더욱 확산될 것이며, 결국 에이즈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하였다. 국제적인 경험으로나 논리적으로 보더라도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이 최선의 에이즈예방책이다. 두 번째로 다양한 치료제의 공급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진료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진료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즈치료제의 가격통제와 강제실시를 통한 공급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진료비지원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HIV감염인은 죄인이 아닌 건강권을 보장받아야할 인간이며, 에이즈정책 개발 및 지원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주체이다. 감염인의 생명권,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세계에이즈의 날은 없다. 우리는 허상뿐인 에이즈의 날이 아니라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 다음을 요구한다.

▶감염인의 건강권 없는 에이즈의 날은 필요없다!
▶단 하루 시늉 말고 365일동안 감염인의 목소리를 들어라!
▶환자들이 죽어간다 푸제온을 공급하라!
▶약값을 내리고 진료비 지원을 확대하라!

2008년 11월 27일

제3회 HIV/AIDS감염인 인권주간 준비위원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한국HIV/AIDS감염인협회KAPF, 감염인을위한모임LOVE4ONE, HIV/AIDS인권연대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동성애자인권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신천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의사회], 건강한세상더큰연대를위한보건의료학생 매듭, 동성애자인권연대, 망할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언론 완전변태,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성적소수문화환경모임 연분홍치마,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젊은보건의료인들의공간 다리, 진보신당, 푸제온스프라이셀공동대응, 환자단체사랑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