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성명] 약제비적정화방안의 구멍을 메꿔라! 필수의약품 공급 수단 확보!

By 2009/01/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홍지은

지난 4월 25일 심사평가원은 푸제온이 필수약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함으로써 4년 여동안 한국에 공급되지 않고 있는 푸제온의 ‘필수성’을 명확히 하였다. 필수약제라 함은 환자들의 치료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즉 환자들이 복용가능한 약값에 약이 반드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시행하면서 필수약제의 경우 협상 결렬시 60일 이내에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였다.

심평원의 필수약제 재확인 이후 오늘로 60일이 되었으나 보건복지가족부는 ‘필수약제’인 푸제온을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환자, 시민사회단체와의 면담에서 보건복지가족부 보험약제과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2조’는 ‘재량규정’이라며 약가협상이 결렬된 ‘필수약제’를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회부할지 말지는 ‘재량’에 해당하고, 로슈사와 유형, 무형의 수단을 갖고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푸제온 문제 한건만 ‘땜빵’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보험약제과는 제약회사가 공급을 거부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얘기를 반복하며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내재되어 있는 결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푸제온 문제는 ‘재량’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푸제온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현재의 약제비적정화방안 내에 필수약제의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표면적으로는 1)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선별하여 보험적용여부를 결정한 후 2)건강보험공단은 제약회사와 약가협상을 하여 적정한 약값을 결정하면 3)모두에게 평등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이 환자 손에 닿을 때까지의 과정을 보건복지가족부가 총괄하고 있다.
그런데 푸제온 사례에서 보듯이 3)의 과정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실제 공급을 거부하는 사례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공급방안이 복지부에겐 없고 제약회사만 공급열쇠를 쥐고 있을 경우 ‘공급’의 문제는 앞의 1)과 2)의 과정에 모두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약가협상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실무자들이 제약회사가 요구한 약가에 대해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 제약회사가 공급!!을 거부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스프라이셀의 경우 역시 약제급여조정위원장이 밝혔듯이 BMS가 공급거부를 하지 않을 수준을 고려해서 약값이 결정되었다.

현 제도상에서는 우리나라 환자의 규모가 적거나 비싼 약값을 지불할 능력이 안되는 경우 제약회사는 아예 의약품 허가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대륙을 아예 제켜 버리듯이. 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선별 폭은 제약회사가 정한 범위내로 한정된다. 어떤 약을 얼마에 공급할지를 제약회사가 정한 범위내에서 선택하는 방식은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는 순간을 불러왔을 뿐 아니라 제약회사의 횡포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푸제온, 스프라이셀의 사례는 ‘특별’한 예가 아니라 그 결함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자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푸제온, 스프라이셀을 통해 약제비적정화방안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냈으나 복지부는 어떠한 진일보한 대안도 모색하고 있지 않다. 환자손에 닿지도 못할 약의 가격을 정한들 그것은 의미없다. 환자손에 닿아 치료효과를 보는데까지 복지부는 책임을 져야한다. 따라서 복지부는 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약품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하여 TRIPS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강제실시 발동에 대해 복지부에 물었으나 복지부는 특허청 소관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며 특허법 107조에 따른 ‘강제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허법 107조 통상실시권 조항에 따르면 ‘1. 특허발명이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없이 계속하여 3년이상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지 아니한 경우 2. 특허발명이 정당한 이유없이 계속하여 3년이상 국내에서 상당한 영업적 규모로 실시되지 아니하거나 적당한 정도와 조건으로 국내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강제실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푸제온은 3년 이상 특허발명이 국내에서 실시되지 않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는 요건이 성립한다. 이런 경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즉 3자가 강제실시를 청구하는 경우에만 실시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의약품 공급은 복지부의 책임하에 있으므로 의약품 특허의 경우 복지부가 강제실시(통상실시권 설정에 관한 재정)을 발동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이처럼 특허를 국내에서 취득한 이후에 공급을 회피하는 폐해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필수적인 약제의 특허를 국내에서 득할 때 공급에 관한 각서를 체결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허의 원래 목적이 특허권자의 무한한 이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기술의 발전과 확산을 도모하기 위함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았을 때 이러한 방식은 현재의 왜곡된 특허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환자들은 푸제온을 공급할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가 로슈와 비공식적으로 다른 조건을 붙여 푸제온 공급을 구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시도는 굴욕적 광우병 쇠고기 협상과 같은 형태이며 우리 국민 모두가 용납도 이해도 할 수 없다. 복지부가 진정으로 환자들을 위한 대안을 고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밀실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는 결국 복지부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회피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당당하게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공식적 절차를 통해 푸제온을 환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 24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200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