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입장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

By 2006/03/0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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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신 : 진보네트워크센터
수 신 : 언론사 사회부, 정보통신 담당기자
제 목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
날 짜 : 2006년 3월 3일
담당자 : 김정우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통신정책 활동가, i@patcha.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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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십니까.

2. 지난 2월 9일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에서 본인확인절차를 의무화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3.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예단하는 조치이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통신비밀의 자유 및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입니다.

4. 본 단체는 이미 여러 차례 정부의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5. 이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본 단체의 의견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하였습니다. 관련 자료를 첨부하오니, 언론사들의 많은 취재 및 보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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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

–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 조항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을 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행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검열이며, 관련 조항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2006년 2월 9일 정보통신부는 본인확인절차를 의무화하는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아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정부는 최근 인터넷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이버폭력의 주요 원인이 익명성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실명제라는 처방을 들고 나왔지만,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들과 인터넷 언론사들이 이미 이용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폭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올바른 처방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실명제를 통해서 인터넷 상에서의 감시와 검열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통신비밀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을 위협하는 반민주적인 제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며, 제44조의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 및 관련 조항인 제2조(정의)9.게시판 조항의 삭제를 요청합니다.

또한 인터넷에서의 불법통신에 대해서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행정부에게 불법성을 판단하여 처벌하도록 규제권한을 부여한 제44조의6(불법통신의 금지 등)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인 조항이므로 삭제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근거법률인 개정안 제44조의7은, 200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받은 전기통신사업법제53조(개정안 제44조의6)에 부속되는 조항입니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폐지되어야 하며 관련 규정인 개정안 제44조의7과 제44조의8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1. 제44조의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

본 조항은 인터넷 실명제를 의무화 하는 조항으로서,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통신비밀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입니다.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모든 국민을 허위정보 및 타인에 대한 비방을 유포하는 자라는 사전적인 예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명백한 사전검열에 해당하며 익명성에서 기인하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여론형성의 권리를 제한하며, 세계인권선언 제19조와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또한 인터넷이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규정하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본인이 확인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다면, 앞으로 정부나 사업자는 인터넷에 누가 무슨 글을 올리는 지 일일이 감시할 수 있도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올리는 글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사전에 자기 검열을 해야만 할 것이며,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 커뮤니케이션의 권리를 크게 위축시키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 모든 행위와 통신에 명찰을 붙이고자 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에서의 감시와 검열을 정당화하려는, 지금까지의 어떤 정부 정책보다 위헌적이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위한 실명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불가피합니다. 인터넷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이런 거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는 언제나 유출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내부자에 의한 유출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유출될 경우 엄청난 프라이버시 침해 피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 제44조의5의 제1항은 “①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중 일일평균이용자의 수, 매출액 등이 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경우 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중 일일평균이용자의 수, 매출액 등이 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에는 주요 포털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포털 사이트를 단일한 성격의 공간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는 공개 정도, 회원들의 관계 등에 있어서 성격이 천차만별인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필요에 따라 실명 인증을 필요로 할 수도 있으며, 혹은 오히려 익명성을 요구하거나, 익명성에 기반해서도 원활히 운영되는 커뮤니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익명성과 실명성은 이분법적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중간 형태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와 같이 다양한 커뮤니티의 요구와 성격, 자발적인 정책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따라서 개정안 제44조의5는 삭제되어야 합니다.

2. 제2조제1항제9호. 게시판 정의 조항

이번 개정안에서 신설된 “게시판”의 정의는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게시판의 의미를 뛰어넘어 인터넷에서의 쌍방소통을 위한 모든 응용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게시판”의 의미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정의해 놓을 경우, 이는 해석에 따라서 일반적인 소통을 위한 게시판을 넘어서서, 인터넷 전반으로 그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블로그도 이에 포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게시판”의 정의조항이 신설된 핵심적인 이유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인터넷 실명제(제44조의5 – 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 조항 때문이며, “게시판”을 이렇게 해석할 경우, 인터넷 전반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정당화 해줄 수 있는 위험한 조항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게시판” 정의 규정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3. 제44조의6(불법통신의 금지 등), 제44조의7(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제44조의8(명예훼손분쟁조정부)

개정안 제44조의6과 제44조의7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와 제53조의 2를 정보통신망법으로 이동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규정되어 있는 바와 같이,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정보통신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인터넷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2년에 인터넷 상의 ‘불온’한 내용에 대하여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삭제하거나 이용 권한을 박탈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내용규제 권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 과정에서 내용 규제 기준이 ‘불온’이 아니라 ‘불법’ 여부를 따지도록 바뀌었을 뿐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 규제 권한이 존속되어 오면서 위헌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불법적 내용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만약 신속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법 영역에서의 새로운 규제 제도가 모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내용 규제 권한은 즉각 중지되어야 하고, 정보통신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며, 관련 규정인 개정안 제44조의6, 제44조의7, 제44조의8의 삭제되어야 합니다.

2006년 3월 2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0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