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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성명] 정보통신부에 사법 경찰권을 부여하는 법률안에 반대한다.

By 2002/10/0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통신부에 사법 경찰권을 부여하는 법률안에 반대한다.

지난 9월 2일 정부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 공무원이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는 이 개정안이 프로그램 저작권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편파적인 수사를 야기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수사는 일반적으로 직장이나 가정처럼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필연적으로 압수나 수색을 수반하게된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높은 만큼, 행정부가 아니라 수사기관인 검찰이나 사법경찰관리가 담당하여야만 한다. 지난 기간 동안, 이미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은 불법적으로 단속 과정에 개입하였으며, 단속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서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개악된 법률안을 내놓았다.

또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이용자들의 공정이용을 균형 있게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해온 정보통신부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있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인권침해의 우려를 낳고 있다.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는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범죄라기 보다는 민사적 분쟁의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이에 행정부 공무원에게 특별 수사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다. 이번 개정안이 단지 수사의 편의를 위해서 수사인원을 보충하겠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부 공무원에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려는 것이라면, 모든 범죄에 대하여 행정부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확장될 수 있다. 이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경찰국가로의 후퇴이며, 국제적으로도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 개정안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2년 10월 1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 진보네트워크센터

…………………………………………………….

[참고] 민변 의견서

[입법예고안] 제5조(검사장의 지명에 의한 사법경찰관리)
1.∼25. (현행과 같음)
26.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및 체신청에 근무하며 무선설비 전자파장해기기 전기통신설비 및 전기통신기자재 감청설비 및 소프트웨어불법복제 단속사무에 종사하는 4급 내지 9급의 국가공무원
제6조(직무범위와 수사관할)
1.∼20. (현행과 같음)
21. ……………………………………………
………………………………………………….
…………………………..전파법·전기통신기본법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중 무선설비·전자파장해기기·전기통신설비·전기통신기자재 및 프로그램저작권 침해에 관한 범죄와 통신비밀보호법제10조제1항, 제4항의 규정에 위반되는 범죄

[의견]

반대

[이유]

1. 범죄의 수사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큰 업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은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범죄의 수사는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검사가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5조). 다만 검사가 모든 수사업무를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를 사법경찰관으로 하여 이들로 하여금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경사, 순경을 사법경찰리로 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항). 다만 형사소송법은 검사나 사법경찰관리만으로 범죄의 수사를 하는 것이 부적당한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검사나 사법경찰관리 이외의 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형사소송법은 삼림, 해사, 전매, 세무, 군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의 범위를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여, 사법경찰관의 수사업무와 사법경찰리의 수사보조 업무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7조).

2. 그러나 수사업무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큰 업무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의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합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상의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예외를 인정할 특별하고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국한됩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삼림, 해사, 전매, 세무, 군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처럼 예외를 인정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법률로써 예외규정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예외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i) 삼림, 해사, 군수사기관의 경우처럼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검사나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법경찰관이나 사법경찰리가 수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나, (ii) 전매나 세무관련 수사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여 검사나 사법경찰관리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iii) 그리고 예외가 인정되는 이상의 모든 경우들은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검사나 사법경찰관리가 행정부서로부터 수사업무의 보조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해당 범죄의 수사를 해야만 하는 경우들입니다.

3. 실제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제정된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을 보더라도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들은 (i) 교도소·구치소 또는 보호감호소·치료감호소의 소내에서 벌어지는 일, 영림서의 삼림보호사무에 관한 일, 어업감독사무, 광산보안사무, 출입국관리업무, 등대관리업무, 관세범의 조사업무, 문화재 관리사무, 공원관리사무, 철도공안사무처럼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검사나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가 미치기 어려운 지역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대한 수사나, (ii) 식품단속사무나 의약품단속사무, 환경위반사범의 단속사무, 공중위생 단속사무처럼 수사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 기술이나 장비를 필요로 하는 사무들 뿐입니다. 그리고 이상의 예외들은 모두 한결같이 (iii)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행정부에서 해당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동원해서라도 해당범죄를 수사해야만 하는 경우들입니다.

4. 그런데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이상의 예외에 해당하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1) 우선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는 삼림, 해사, 군수사기관이나,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지역적으로 검사나 사법경찰관리의 수사가 미치기 어려운 지역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결코 아닙니다.

(2) 다음으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는 조세, 의약품 단속사무, 환경위반 단속사무처럼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장비를 필요로 하는 사무도 결코 아닙니다.

(3) 마지막으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는 삼림, 해사, 식품, 의약품, 환경위반, 공중위생 단속사무, 조세, 관세사무처럼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행정부의 인원을 동원하더라도 범죄의 수사를 해야만 하는 경우로 볼 수도 없습니다.

5. 오히려 정보통신부와 같은 행정부에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1) 검사나 사법경찰관리들처럼 형사소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정보통신부의 공무원들이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를 하게 된다면 인권침해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이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는 거리나 공공장소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나 가정처럼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는 거의 필연적으로 압수나 수색을 수반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느 범죄수사보다도 이 범죄에 대한 수사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행정부가 아닌 수사기관인 검사나 사법경찰관리가 담당하여야 합니다.

(2)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는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범죄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간의 민사적인 분쟁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성격을 감안하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를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는 이처럼 민사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행정부의 공무원에게 특별수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공공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수사의 편의를 위해서 수사인원을 보충하겠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부에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려는 것이라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행정부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경찰국가로의 후퇴입니다.

(3)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를 수사하려면 프로그램의 유사성 여부의 판단이나, 프로그램 저작물의 자유로운 사용이 허용되는 범위에 대한 판단과 같이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의 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성격상 그들에게서는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률적 지식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법률적 지식도 없는 정보통신부의 공무원에게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들에게서는 수사업무의 공정성도 기대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수사업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4) 그리고 정보통신부는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정보통신정책국의 지식정보산업과의 여러 담당업무 중의 하나로 ‘컴퓨터프로그램 및 지적재산권 보호업무’가 끼어 있을 뿐입니다. 업무상 거의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정보통신부에게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수사권을 주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더욱더 위험스러운 것은 정보통신부에게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주게 되면 편파적인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정보통신부에서 해당업무를 담당하는 주무부서인 지식정보산업과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만들어진 부서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저작권은 산업의 논리로만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듯이 저작권자의 보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프로그램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일입니다. 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은 산업계의 이익 뿐만 아니라 그와는 상반되는 이용자의 이익인 공정한 이용의 도모라는 가치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합니다.

수사는 철저하게 불편부당해야 합니다. 불편부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가능성을 애초부터 수사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에서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다면, 산업계의 이해에 치우친 편파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법률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산업계의 이익에 치우친 행정부서에 불과한 지식정보산업과가 프로그램 저작권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기를 기대한다는 난망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편파수사의 가능성은 매우 적더라도 그 위험성은 치명적입니다.

6. 결론적으로 정보통신부에게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의 입법예고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200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