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지문날인표현의자유행정소송

[지문반대-접근권/성명] KBS 열린채널에 헌법소원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By 2002/09/26 4월 13th, 2020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진보네트워크센터 http://networker.jinbo.net

■ 진보네트워크센터, KBS 열린채널에 지난 8월 헌법소원에 이어 오늘 행정소송
■ “KBS 열린채널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편성불가는 부당한 검열”이라 주장

1. 이땅의 언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확보를 위한 귀사의 활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본단체는 ‘지문날인 반대연대’와 함께 지문날인된 박정희가 시작한 지문날인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지난 7월 KBS는 본단체가 주민등록제도와 지문날인 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연출 : 이마리오)라는 작품을 ‘열린채널’에 편성 신청한 데 대해 최종적으로 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본단체는 KBS의 이번 편성불가 결정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지난 8월 22일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늘 본단체는 KBS의 결정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이에 별첨자료를 참고하시어 취재·보도하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 [성 명] KBS 열린채널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편성불가는 부당한 검열이다
– 헌법소원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지난 7월 KBS 열린채널은 주민등록제도와 지문날인 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연출 : 서울영상집단 이마리오)라는 작품에 대해 최종적으로 편성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신청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는 KBS의 이번 편성불가 결정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지난 8월 22일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늘 진보네트워크센터는 KBS의 결정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우리는 이번 일로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이 사회에서 금기라는 것을 알았다. KBS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는 시종일관 트집잡기를 계속하였다. KBS는 최종적인 편성불가 결정 이전에 이미 4월에 △ 비속어 사용 장면 △ 공무원의 음성 등장 부분과 △ 박정희 생가 장면의 삭제를 요구하는 한편 △ 제목의 <~찢어라>가 위법행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편성불가 결정을 내렸던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 비속어 장면을 삭제하고 ▲ 공무원의 음성 부분은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받았음을 입증하는 한편 ▲ 박정희 생가 장면은 지난 1968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장면이고 ▲ 제목상의 <~찢어라>라는 용어가 심의규정을 위반하거나 위법행위가 아님을 변호사·법학 교수 등의 전문가들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논증하면서 지난 5월 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 KBS의 7월 결정은 이 이의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한 것이다.
결국 그들이 마지막까지 문제로 삼은 것은 박정희 생가 장면과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제목이었다. 우리는 지문날인 제도의 태생과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박정희 생가 장면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지문날인 제도의 문제와 제목의 정당성에 대하여 다양한 자료를 제출해가며 증명하였다. 그러나 정성을 다한 논리적인 주장과 객관적인 자료가 어떤 규정에 어떻게 저촉되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거부당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유로 거부되고 나니 허탈하기가 그지 없다. 이것은 명백한 검열이다.

우리는 KBS 열린채널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검열을 자행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 열린채널이 사회적인 논란이 예상되는 민감한 주제를 방영할 뜻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퍼블릭 억세스 프로그램’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열린채널’이라는 이름조차 부끄럽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가 논란을 빚은 후에도 열린채널은 지난 6월 평택 에바다 학교와 에바다 농아원의 문제를 다룬 <에바다 투쟁 6년 – 해아래 모든이의 평등을 위하여>(연출 : 박종필)라는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편성불가 결정을 내려 인권단체 및 프로그램 제작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우리는 KBS 열린채널이 검열을 자행한 데 대해 다시한번 엄중 규탄하는 바이며 열린채널이 즉각 모든 검열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상의 요구들이 관철될 때까지 법적인 대응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이다.

2002년 9월 26일
진보네트워크센터(신청단체), 서울영상집단(제작단체)

■ 행정소송의 개요

원 고 진보네트워크센터
서울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3층
대표자 강 내 희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강남구 역삼동 825-33 테헤란빌딩 8층 (우 : 135-934)
담당변호사 조광희, 여영학, 문건영
(Tel : 3458-0966, Fax : 3487-3811)

피 고 1. 한국방송공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8
대표자 사장 박 권 상
2. 한국방송공사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8
대표자 위원장 이 성 춘

청 구 취 지

1. 피고들이 원고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제목의 시청자 참여프 로그램 방송 신청에 대하여 2002. 4. 10. 한 편성불가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라는 판결을 구합니다.

청 구 원 인

■ 관련 규정

방송법
제69조[방송프로그램의 편성등] ⑥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방송법 시행령
제51조[시청자 참여프로그램] ①법 제69조 제6항의 규정에 의하여 한국방송공사는 매월 100분 이상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②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③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운영, 제작지원 및 방송권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방송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
3. (운영주체)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은 방송법시행에관한방송위원회규칙 제13조 제2항에 의거 한국방송공사의 시청자위원회가 제작자 및 프로그램의 선정과 제작관리 등 운영을 담당한다.
4. (시행세칙) KBS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한 시행세칙을 제정해서 공표, 시행한다.
6. (프로그램 선정절차)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KBS 시청자위원회로부터 ‘방송심의에관한규정’에 의거한 방송프로그램 심의와 KBS로부터 기술 적합성에 대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
제6조(운영자) KBS시청자위원회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를 두고, 운영협의회가 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을 담당한다.
제46조(사전심의) ①운영자는 편성신청자로부터 제작완료된 프로그램 테 이프와 대본을 접수한 때에는 접수일로부터 2일 이내에 KBS 심의평가실에 제출하여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58조(이의신청) ①시청자는 운영자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그 결정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시청자위원회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1) 원고는 2001. 7.경 피고 한국방송공사에 원고가 준비하고 있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초안을 제출하였습니다. 그러자 피고 한국방송공 사는 2001. 7.경 피고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이하 ‘피고운영 협의회’라 고만 합니다)에 위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이마리오를 한 번 참석하도록 하였으며, 그 운영협의회에서는 내용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대본을 더 자세하고 길게 써 올 것을 요구했습니다.

(2) 원고는 2002. 1. 14. 피고 운영협의회에 기획안, 큐시트, 대본, 프로그램 제작일지, 제작비 견적서 등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하여 방송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갑 제1호증 내지 갑 제6호증 참조).

이에 대해 피고 운영협의회는 2002. 1. 23. 제15차 운영협의회에서 비속어 사용, 주민등록제도가 악의적 제도라는 부분, 공무원 등장 부분, 박정희 생가 장면 등 6가지 항목에 대한 내용 수정을 요구하였고, 원고 가 이를 수정할 경우 수정된 프로그램에 대하여 편성 여부를 재심사하 겠다고 의결하였습니다(갑 제7호증, 의결사항 참조).

(3) 원고는 위와 같은 결정에 따라 비속어에 “삐”음을 삽입하고, 공무 원은 그 이름과 직함을 ‘행자부 주민과 관계자’로 수정한 후 화면을 뿌 옇게 처리했으며, 자료화면 사용시 우측 상단에 자료화면임을 명기하여 세 가지 항목을 수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수용할 수 없는 세 가지 항목에 대한 수정 지시에 대해서는 수정할 수 없는 이유를 자세히 적은 의견서를 작성하여 2002. 2. 16. 수정된 내용과 함께 피고 운영협의회에 제출하였습니다(갑 제8호증의 1, 2 참조).

그러자 피고 운영협의회는 2002. 2. 19.에 제16차 운영협의회, 2002. 3. 13.에 제17차 운영협의회를 열고 내용의 재수정을 요구하면서, 재수정 요구에 따라 수정된 프로그램에 대해서 다시 편성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갑 제9호증, 의결사항 참조). 재수정을 요구한 내용은 ?비속어 사용 장면(행자부 공무원 인터뷰 뒤 홍석만의 ‘미친놈’이란 발언 부분)의 삭제, ?공무원 등장 장면의 방송 공표 동의 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해 피고 운영협의회에 재확인시켜줄 것과 동의범위에 따른 적법한 조치(촬영거부 장면 삭제, 음성 변조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의 삭제,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 등 4가지였습니다.

(4) 원고는 이에 따라 요구 받은 비속어 사용 장면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무원 등장 부분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갑 제 10호증의 5, 녹취록 참조). 그러나,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 장면과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에 대해서는 피고 운영협의회 요구의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갑 제10호증의 1 내지 4 참조).

그런데 피고 운영협의회는 2002. 4. 10. 제18차 회의를 열고, 원고가 다시 수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원고가 제16차 회의 및 제17차 회의의 요구사항을 전면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성불가 의결을 하였으며, 2002. 4. 12. 이를 원고 측에 통보하였습니다(갑 제11호증, 의결사항 참조).

(5) 원고는 위 2002. 4. 10. 제18차 회의에서의 의결(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합니다)에 대하여 2002. 5. 8.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 제58조에 따라 피고 한국방송공사의 시청자위원회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갑 제12호증, 이의신청서 참조).
그러나 이의신청은 그 기각의 사유조차 적시되지 않은 채 기각되었으며, 단지 기존의 운영협의회의 편성불가 결정이 정당했다고만 통보되었습니 다(갑 제13호증, 이의신청 기각결정 참조).

(6) 이에 원고는 피고들의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처분성에 대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공권력의 행사로서 행하는 처분 중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법률상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합니다.

(1) 이 사건 처분은 ‘행정청’의 행위입니다.

처분성을 갖추려면 우선 처분이 ‘행정청’의 행위이어야 합니다. 원래의 행정기관에는 속하지 아니하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사무를 위임 또는 위탁받아 행정작용을 행할 경우 공공단체 및 그 기관, 심지 어 사인까지도 위임, 위탁받은 그 특정사무를 행하는 범위에서 행정청 에 포함됩니다(행정소송법 2조 2항). 따라서 각종 공법인이 행하는 공권력적 작용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 한국방송공사나 피고 운영협의회가 행정청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권력적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래 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여 피고들은 행정청에 해당합니다.

(2) 이 사건 처분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합니다.

헌법 제21조는 제1항 및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 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의사 또는 사상의 표명과 그 전달의 자유 외에 알권리, 액세스권, 반론권 등을 포함합니다. 그 중 액세스권이란 일반 국민이 자 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발표하기 위하여 언론매체에 자유로이 접근하여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오늘날에 와서 이 액세스권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당제 민주주의를 취하는 현 제도 하에서 선거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고, 상시적인 국민의사 전달 수단으로서의 정당이 마비되어 있을 경우, 언론이 여론 형성과 그 전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언론 중 에서도 방송이 맡은 이러한 공적 역할은 매우 크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시설이 재벌기업이나 국가에 의하여 독점되고 상품화되는 경향 때문에 언론은 맡은 바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국민의 의사는 매스컴 운영자들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정형화될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액세스권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표현의 자유 실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방송법은 위와 같은 헌법의 위임을 받아 아래와 같이 방송의 공적책임 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 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5조[방송의 공적 책임] ②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조화로운 국민의 발전 및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지역간, 세대간, 계층 간, 성별간의 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④방송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 유를 보호·신장하여야 한다. ⑤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피고 한국방송공사는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방송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방송법은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국가기간방송으로서 한국방송공사를 설립한다(제43조 제1항)’,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제44조 제1항)’,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의 공 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방송 서비스 및 방송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한다(제442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00. 1. 12. 통합 방송법을 법률 제6139호로 제정 하면서 방송법 제69조 제6항에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 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방영을 피고 한국방송공사의 의무로 규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고 한국방송공사는 현대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 요한 표현의 자유의 구현 방법인 액세스권의 실현을 담당하는 기관 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방송법 은 동법 시행령 및 그 위임을 받은 위 2.의 규정들과 함께 피고 운영협 의회에서 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 운영협의회도 피고 한국방송공사와 일체가 되어 표현의 자유 실현 의 역할을 담당하는 공권력의 주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피고 운영협의회가 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입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해 설립된 대통령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공영방송 텔레비젼을 이용한 토론회에 참석할 후보자의 선정기준에 관하여 원내교섭단체 보유 정당의 대통령후보자와 여론조사결과 평균지지율 10% 이상인 대통령후보자를 초청하여 합동방 송토론회를 개최하기로 정한 결정 및 그 공표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공권 력의 행사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참고자료 2, 1998. 8. 27. 97 헌 마372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공영방송사는 가장 중요 한 선거운동방법인 방송토론회의 개최기관으로서 선거관리업무의 일환 으로 볼 수 있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공권력의 주 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참여 민주 주 의를 위한 표현의 자유 실현의 중대한 역할을 피고 한국방송공사가 담 당하게 되는 이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 처분의 취소 사유

가. 피고 운영협의회의 편성불가 의결

(1) 2항의 나. (3), (4)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 운영협의회는 제16, 17차 운영협의회의 심의를 통하여 첫째, 비속어 사용의 삭제, 둘째, 행자부 공무원 출연에 따른 초상권 침해의 해소, 셋째, 박정희 전 대통 령 생가 장면의 삭제, 넷째,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를 요구하였습니다. 원고는 첫번째 요구에 대해서 명백히 이를 수용, 해당 부분을 수정하였으므로 피고 운영협의회는 그 나머지를 문제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피고 운영협의회의 요구는 극히 부당하거나 원고가 그 요구를 충족하였습니다.

(2) 두 번째 요구인 공무원 출연에 따른 초상권 침해 문제에 대해 피고 운영협의회는 ‘공무원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의 방송공표에 대한 동의 여부 및 동의시 그 범위에 대해 본 협의회에 재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원고는 행정자치부의 노창권 사무관에게 2001. 3.부터 공식적인 인터뷰 요청을 전화와 공문을 통하여 했고, 2001. 4.경에는 인터뷰 내용을 함께 조정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노창권 사무관은 2001. 5. 4.에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기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연출을 담당한 이마리오 와 미리 약속을 하고도 촬영 당일에 와서는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이마리오는 “그럼 행정자치부의 입장이 나올 때는 검은 화면에 소리만 나오게 되겠네요”라고 말했고 노창권 사무관은 “뭐 그렇게 처리하던지 여러분들이 마음대로 처리하세요”라고 대답했습 니 다. 위 이마리오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홍문정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그건 그거에 대해서는 신경 안쓰시겠다는 거죠?”라고 물었고, 노창권 사무관은 “예, 뭐, 맘대로”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원고는 이와 같 은 노창권 사무관의 목소리 사용에 대한 동의 내용이 들어있는 녹취록 을 제출한 바 있으므로(갑 제10호증의 4, 녹취록 참조) 공무원이 등장하 는 장면의 방송공표에 대한 동의에 대해서도 협의회에 재확인해 주었 다고 보아야 합니다.

(3) 세 번째 요구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의 삭제 요구 또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피고 운영협의회는 삭제가 요망되는 이유로서 내용합치 여부 및 논리적 타당성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자막으로 표현했듯이 주민등록법은 1961년 박정희의 5. 16 쿠데타 이후 1962년도에 제정된 법입니다. 이전에는 각 지방자치 단체별로 도민증과 시민증이라는 형태로 신분증이 발급되었으나, 1968 년의 주민등록법 개정 이후 중앙정부에서 일률적으로 발급을 하게 되었 습니다. 그리고 1970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10손가락 지문을 강제 적으로 날인하게 만들었으며, 1975년부터는 주민등록증 발급의무를 부 과하면서 현재의 주민등록제도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작품의 끝에 박정희 생가가 나온 이유는 이 제도의 출발이 박정희였으며 문제 의 근원이 누구한테서 출발했는지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입니다. 위 장면은 내용합치 여부나 논리적 타당성에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이와 같은 사실을 소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음 에도 불구하고 피고 운영협의회는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도 못하면 서 기존의 결정 내용을 아무런 설명 없이 유지하였습니다.

(4) 넷째 요구사항은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피고 운영협의회는 그러한 요구의 근거조차 밝히지 않고 있어서 원고로서는 이 제목이 어떤 심의규정에 위반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습 니다.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는데(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피고 운영협의회는 처분을 하면서도 전혀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이유부기 결여의 하자 만으로도 이 사건 처분에는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이 ‘위법행위를 고무 또는 방조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라면 이는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와 같은 사고는 시청자들의 의식수준을 일부러 낮게 잡고 그들을 교육이나 순화의 대상 으로만 삼는 가부장적 태도입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제목은 주 민등록증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며 원고가 방송하 려는 내용 어디에도 직접 주민등록증을 찢거나 이를 고무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제목을 보고 ‘나도 주민등록증을 찢어 버려 야지’라는 판단보다는 ‘주민등록증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저렇게 찢어 버리라고 주장하는가?’라는 의문이 선행하게 되는 것은 사회통념상 그리 고 경험칙상 당연히 예상되는 반응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의 제기 또는 비판적 성찰의 가능성의 부여야말로 피고 한국방송공사가 제공하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이자, 민주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이라 할 것입니다.

(5) 결국 피고들의 이 사건 의결은 이유 없는 것이며, 이는 아래와 같은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나. 표현의 자유의 침해

(1)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의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 액세스권의 보장을 위한 것이고, 액세스권이 표현의 자유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습니다.
완전히 전문화된 TV가 아주 많은 양의 정보와 오락을 일방적으로 전달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진정한 의사소통 과정이 사라진 현실에서 액세스 채널은 공적인 토론 공간을 제공해 줍니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은 비판 적인 사고를 하도록 교육받고,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결국 다원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2) 외국 프로그램의 예

(가) 퍼블릭 액세스운동은 60년대말 캐나다영화위원회(NFB)가 ‘변화를 위한 도전(Challenges for Change)’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이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데서 시작되 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표현되 었습니다.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개념은 고이윤을 창출하며 지배적 여론 을 형성하는 상업적 미디어가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환경에서 출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개념은 표현의 자유 확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의식이 그동안 진행된 미국 퍼블릭 액세스 연합의 심의 거부 및 편성권 확보 투쟁의 배경입니다. 미국의 제도에서는 심의는 원칙적으로 없으며 편성 은 선착순의 원리(first come first served)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나) 미국과는 달리 지역 민중 공동체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는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공동체TV’라는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퍼블릭 액세스’가 개방된 TV에 대해 접근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공동체 TV’는 지역 공동체의 방송사에 대한 소유, 운영의 권리 및 그것의 지역 내에서의 진보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개방 채널(Open Channel)’이라는 개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개방채널은 라디오와 TV라는 매체에 대한 대중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으로 방송 설비의 이용이나 프로그램의 방송 을 선착순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프로그램들을 선착순으로 방송하지 않는 한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형태가 동일한 경우에 편집상의 개입이 전제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방송 자유에 대한 모든 사람의 평 등한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유럽의 개념은 소수자 방송 및 지역 공동체 방송의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미국 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격의 프로그램이 상당수 제작 송출되고 있 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3) 우리나라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의 규정 방식
이러한 외국의 예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2000. 1. 12. 통합방송법 제정에 이르러서야 퍼블릭 액세스 조항이 처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제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편성기준 등에 관한 내용이 법에 들어 가지 못하고, 이를 시행령이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편성 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한국방송 공사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에 따라, 한국방송공사는 최소시간 분량을 편 성해야 한다는 의무 이외에는 편성방식, 방송시간대 등 핵심적인 사항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현행 방송법상 방송심의 위원회는 광고를 제외하고는 사전심의를 하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는 방송사의 자율심의에 맡기고 있는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구조하에서 한국방송공사의 ‘자율심의’의 통제 하에 들어 가게 되었습 니다. 하지만 책임에 대해서는, 제작신청인이 운영자 및 한국방송공사에 대하여 기획 및 제작에 따른 민사상 및 형사상 일체 의 책임을 부담하 도록 하고 있습니다(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 제 40조 제2항).

(4) 소결
뒤늦게 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진정한 의의를 살리고, 앞으로 올바르게 이와 같은 제도를 정립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의 경우와 같이 선착순으로 무심의 방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에도, 도리어 이 사건 의결은 과도하고 부당한 심의를 하여 원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 출판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권은 경제적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성을 가지므로, 그 제한과 규제를 위해서는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해 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다. 평등권의 침해

퍼블릭 액세스의 구조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지극히 독특한 형태로 존재 하지만, 그 근저에 갈린 보편적인 성격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 못한 이 들에게 발언의 공간을 제공”한다는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본과 국가권 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주류 미디어의 근원적 한계, 그리고 소수 전문가에 의해 독점된 매체 생산의 구조 속에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발언권을 지니지 못하는 사회 내의 다양한 계급, 계층에게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들의 이익이 대변되지 못하는 집단 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평등이 보장되게 해줍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의해서 평등권을 침해 당했습니다.

■ 결론
따라서 피고들의 이 사건 처분은 행정청의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취소되어야 합니다. <끝>

200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