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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논평] 동성애사이트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인가 – 유감스런 엑스존의 패소

By 2002/08/14 4월 13th, 2020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 [논 평]

동성애사이트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인가
– 유감스런 엑스존의 패소

오늘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한기택 판사)에서는 동성애 사이트 엑스존(http://exzone.com)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고시를 철회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하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는 각각 지난 2000년 8월과 9월, 엑스존이 음란하다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고시하였고, 2001년 7월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시행과 더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엑스존에서는 이것이 무효라며 소송을 했었다.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인터넷검열공대위’)에서는 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판결문이 그렇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을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에 포함시킨 법(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이 “동성애자들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고”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위임입법으로서 법에 위반되어 무효”일 수 있으며 이 규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및 고시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재판부는 엑스존의 게시물이 “법에 규정된 심의기준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구구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 이를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고시함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는 원고의 주장 사유가 그대로 인정”될 수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재판부는 엑스존의 주장이 ‘처분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이 법의 무효를 선언한 바가 없고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엑스존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처분이 ‘당연무효 사유’는 될 수 없다는 법리를 내세워서 말이다.

그러나 법리대로 하자면 오히려 엑스존이 할말이 더 많은 처지다. 엑스존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고시된지 1년이 지나도록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청소년보호위원회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따라서 엑스존은 원천적으로 처분이 내려지고 1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는 ‘처분의 취소’ 소송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엑스존이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이번 무효 소송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엑스존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처분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피치못하게 제한될때에는 명확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이번 판결은 분명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체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구구할 소지가 있”는 기준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인터넷을 규제하는 것이 위헌적이고 위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그에 따른 엑스존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고시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엑스존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고시되면, 엑스존은 지난해 시행된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따라 홈페이지에 PICS라는 전자적 부호표시를 해야 하고, 최근 공공장소와 PC방에 널리 보급되고 있는 차단 소프트웨어에 의해 차단되게 된다. 동성애 사이트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공공장소의 인터넷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사이트가 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 땅의 인권을 크게 후퇴시켰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 재판부는 말장난에 불과한 법리로 엑스존과 이땅의 동성애자들, 나아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염원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좌절시켰다. 법원이 인터넷에서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을 옹호하고, 정부가 자의적인 잣대로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인 행태를 방치한 것이다.

인터넷검열공대위는 다시한번 서울행정법원 제11부의 오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동성애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이땅의 검열이 사라질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시한번 다짐하는 바이다.

2002년 8월 14일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임태훈·진관·홍근수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 NCC 인권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결혼 한국여성인권 운동본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의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불교 인권위원회, 사이버 녹색연합, 사회당 문화위원회, 새사회연대, 서울대 이공대 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시민행동21, 영화인회의, 사)우리만화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의 꿈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대정보통신큰눈,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전북민중연대회의, 전북여성단체연합, 정보통신연대 INP,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하자센터 시민운동기획팀,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교네트워크,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함께하는시민행동 (가나다순, 총 55개 단체)

200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