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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황성기)

By 2002/07/19 2월 27th, 2020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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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황성기(한림대 법학부 교수, R3net 법률담당 운영위원)

헌법재판소는 2002. 6. 27.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인터넷 내용규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번 위헌결정의 내용 및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항공대학교 학생으로서, 1998. 9. 14.부터 주식회사 나우콤에서 운영하는 종합컴퓨터 통신망인 ‘나우누리’에 ‘이의제기’라는 이용자명(ID)으로 가입하여 컴퓨터통신을 이용하여 왔다.
청구인은 1999. 6. 15. 위 ‘나우누리’에 개설되어 있는 ‘찬우물’이라는 동호회의 ‘속보란’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였는데, ‘나우누리’ 운영자가 같은 달 21.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위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나우누리’ 이용을 1개월 중지시켰다.
이에 청구인은 정보통신부장관의 위와 같은 명령의 근거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 법 제71조 제7호 중 제53조 제3항 부분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1999. 8. 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 법 제71조 제7호 중 제53조 제3항 부분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의 위헌여부이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제71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53조 제3항 또는 제55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불온통신) 법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전기통신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결정의 주요내용
이번 위헌결정은 6 : 3으로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뉘어졌다. 따라서 먼저 위헌의견을 낸 다수의견을 살펴본 뒤, 3명의 재판관들이 제시한 합헌의견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다수의견

1)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의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할 것이고,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와 같이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불온통신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통신"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즉 "불온통신"의 개념을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위와 같이 불명확한 불온통신의 개념은, 비록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대상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예상할 수 없어,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관하여 어렴풋한 추측마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은 각자마다 다른 대단히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입법에 있어서 추상적 가치개념의 사용이 필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부인할 수 없으며, 또한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률의 입법목적, 규율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의 성격, 관련 법규범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그러한 개념의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공권력에 의하여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입법에서 아무런 추가적인 제한요건 없이 막연히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잣대로 일체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비록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대상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령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에 현저하게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게 명확하면서도, 진정한 불온통신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입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규제대상이 다양·다기하다 하더라도, 개별화·유형화를 통한 명확성의 추구를 포기하여서는 아니되고, 부득이한 경우 국가는 표현규제의 과잉보다는 오히려 규제의 부족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규제되는 표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의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온라인매체상의 정보의 신속한 유통을 고려한다면 표현물 삭제와 같은 일정한 규제조치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예컨대, 아동 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이 아닌 한,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 차원의 제약을 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함부로 내용을 이유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먼저, 우리 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도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되어 규제될 수 있다. 우리 재판소는 "음란한" 표현과 달리 "저속한" 표현은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고 하면서, 외설성이 음란에는 달하지 않는 성적 표현, 한두 번의 폭력적 표현, 다소 상세한 살인현장의 묘사, 성을 소재로 한 유머, 왜곡된 사회도덕이나 윤리를 풍자하는 다소 품위없는 표현 등이 "저속"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저속한 표현 중에는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청소년보호를 위해 그 유통·관리를 규제하는 매체물이다. 여기에는 성인에게도 금지되는 음란물 같은 불법표현물도 포함될 수 있지만,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될 수 있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 개념의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청소년에 대한 접근만 금지하여도 족할 표현물도 불온통신에 해당되어 규제받게 된다.
더 나아가서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봉쇄한다.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계약결혼,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된다면,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마지막으로 1961년 구 전기통신법 제6조에 의하여 도입될 당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재의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인터넷을 비롯, 온라인매체를 이용한 표현행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온통신 규제의 주된 대상이 되는 매체의 하나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공중파방송은 전파자원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성, 정보수용자측의 통제능력의 결여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어, 인쇄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규제조치가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방송의 특성이 없으며,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의 포괄적 위임입법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포괄적위임입법금지원칙은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는 수권법률의 명확성원칙으로서 헌법 제75조가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같은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바, 기본권침해영역에서는 급부영역에서보다 구체성의 요구가 강화되고,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내용에 의하여 규제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구체성의 요구가 더욱 강화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또한, 이 개념은 행정입법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한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능은 위임입법에서 위임사항을 명백히 한계지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행정입법의 범위에 대한 아무런 한계로도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위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와 제3호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으로서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각 규정하여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에 못지 않게 불명확하고 광범위하게 통신을 규제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대통령령에 규정될 불온통신의 내용 및 범위를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위임하고 있지 않아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4)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의 위헌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과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 조항들을 전제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 또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헌이라 할 것인바, 아울러 위 조항에 의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제도는 실질적인 피규제자인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한 점에서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고, 나아가 위 취급거부·정지·제한에 이용자명(ID)의 사용금지 또는 사이트폐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용자가 당해 사이트를 통하여 다른 적법한 정보를 유통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많음을 지적하여 둔다.

5)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위헌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이를 근거로 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또한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위헌이라 할 것이다.

(2) 반대의견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3명의 재판관은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및 제2항의 위헌 여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는 것인데, 현재의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위임입법의 경우에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명확성원칙의 요구도 포괄위임여부의 판단을 통하여 충족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이 되고 있는 법률조항들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첫째, 위 법률조항들의 경우 그 위반으로 인하여 전기통신이용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전기통신사업자를 통한 취급거부·정지·제한이고, 구체적으로는 당해 표현물의 삭제를 비롯하여 이용자명(ID)정지, 사이트폐쇄 등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형벌을 택하고 있는 경우와는 구별하여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즉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그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형벌일 경우에는 어떠한 영역보다도 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강할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그 위반의 제재수단이 비교적 경미하여 형벌 또는 이와 유사한 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때에는, 단지 문제되는 영역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만으로 명확성의 원칙 내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특별히 엄격한 심사기준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둘째, 위임입법은 그 자체로서 완결적인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령 자체에서 완결적으로 내용을 정하는 경우에 비하여 그 정도에 있어서 완화된 명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위임입법인 위 법률조항들이 아닌 구체적인 시행령조항이므로, 어떤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규제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구체적인 시행령조항의 위배를 이유로 규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은 시행령조항에 대한 구체적 지침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명확하면 되는 것이고, 이에 비하여 시행령조항은 그 위배를 이유로 바로 규제가 가해지므로 보다 구체적이며 보다 강한 명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으로서 행정입법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행정입법자에게 아무런 한계규범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위 개념들의 모호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 또는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인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과 같이 불온통신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는 과잉규제가 필연적으로 초래된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은 외형상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는 법률이라도 그것이 헌법정신에 맞도록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함부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헌법정신과 조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는 헌법원칙으로서, 권력분립과 입법권 존중의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 특히, 기본권의 최대보장, 최소제한의 원칙에 의거하면, 위 법률조항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입법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하면, 입법자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넓은 의미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조금이라도 저해가 되는 모든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의 침해에 대하여는 이를 규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보게 되면, 위 개념들이 행정입법자에게 아무런 한계규범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거나, 또는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싸잡아 규제하는 과잉규제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즉, 위 개념들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켜야 할 것’만을 의미하므로,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인 ‘청소년유해매체물’은 불온통신의 이름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됨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므로, 우리 재판소가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저속한’ 표현 또한 불온통신의 이름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됨을 요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과연 무엇이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인가는 사회의 변천에 따른 유동적인 것으로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징집반대나 집총거부 또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하는 표현이 과연 위 기준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와 같은 수많은 한계적 상황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입법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그 구체적인 형성을 행정입법자에게 위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행정입법자의 구체적 형성의 결과인 시행령조항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통제가 가하여질 수 있는 것이므로, 만일 행정입법자가 위 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표현을 불온통신의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불명확한 규정을 두는 경우에는 이러한 규정은 위헌으로서 무효로 되거나 적용되지 아니하게 될 것이다.
결국, 과연 무엇이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인가는 행정입법자의 구체적 형성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비로소 명확하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석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개념은 적어도 위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적 명백한 것으로서, 행정입법자에게 그 위임의 내용, 목적 및 범위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따라서, 과잉규제의 위험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위 법률조항들이 위임입법으로서 최선의 입법은 아닐지라도, 누구라도 위 법률조항들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될 불온통신에 관한 기준과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불명확성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위헌 여부
위 시행령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불온통신의 내용을 확정적·완결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쟁점은 위 시행령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형사법규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러한 범죄행위를 교사하기 위한 통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고, 그렇다면, 위 제1호의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 및 제3호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수범자에게 최소한의 해석지침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크게 미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1호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나, 같은 조 제2호 및 제3호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의 위헌 여부

가.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여부
먼저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수단으로서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위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의 요건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위 제도는 이용자에 대하여 일체의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하여도 불온통신의 게재에 대하여 바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고, 먼저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령을 내린 다음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형사책임(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을 묻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하여 과잉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위 제도는 불온통신에 대하여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온통신에 대하여는 당해 정보의 개별적 삭제명령뿐만 아니라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매체의 경우 불온통신의 게재에 대하여 단지 당해 표현물의 개별적 삭제명령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즉, 당해 정보를 제공한 이용자가 삭제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사태는 실제로도 흔히 발생하고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면, 달리 적절한 대처방법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규제수단의 인정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지나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나아가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도 당해 전기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통신망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이용자는 그 밖의 통신망의 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규제수단의 인정으로 인하여 이용자가 입게 되는 피해는 이를 인정할 필요성이나 그로 인한 공익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위 법률조항에 의한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은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여지므로,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여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과 기타 필요한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은 행정청이 위와 같은 처분을 함에 있어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경우 외에는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행정절차법 제2조 제4호에 의하면, "당사자 등"이라 함은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직접 그 상대가 되는 당사자와 행정청이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하여 행정절차에 참여하게 한 이해관계인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 의한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이해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통신이용자도, 행정청의 직권에 의하여 또는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행정절차법 제2조 제4호 소정의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행정절차법 제22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다른 법령 등에서 청문 및 공청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행정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는바, 이 경우에는 전기통신이용자도 이해관계인으로서 청문기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참고인·감정인 등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같은 법 제31조 제2항), 청문의 통지가 있는 날부터 청문이 끝날 때까지 행정청에 대하여 당해 사안의 조사결과에 관한 문서 기타 당해 처분과 관련되는 문서의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할 수 있고(같은 법 제37조), 공청회를 실시하는 경우에 공청회의 통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같은 법 제38조).
그런데,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등에게 사전통지를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행정절차법 제22조 제4항은 위 제21조 제4항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은 명문으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의견진술·청문·공청회)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정보통신심의의 실무상 의견진술권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이유는 정보전파의 신속성으로 인하여 일일이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경우에는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는 위와 같은 법규정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서 전기통신이용자에 대하여 의견청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전기통신이용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 행정절차법에 의하여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가 열려 있으며, 청문이 실시되거나 공청회가 개최되는 경우에는 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고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기통신의 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위 법률조항에 별도의 의견진술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전파의 신속성에 따른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이 또한 행정절차법에 그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기통신이용자는 행정절차법에 의한 절차보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에서 별도의 의견진술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위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3. 결정의 의미
이번 결정은 이 사건의 접수연도가 1999년이라는 점에서 거의 3년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연혁적으로 살펴볼 때, 불온통신규제제도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전기통신산업분야가 민영화되면서, 행정부가 갖고 있던 통신의 내용에 대한 기존의 통제권한을 그 대상에 있어서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의 위헌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의 위헌성에 관한 자세한 논증은 황승흠, "인터넷과 기본권-이른바 ‘불온통신’의 규제를 중심으로-", [헌법학연구] 제5권 제2호, 한국헌법학회, 1999, 23-53면; 황성기, "사이버스페이스와 불온통신규제", [헌법학연구] 제6권 제3호, 한국헌법학회, 2000, 153-207면 참조.
}}, 온라인매체의 발전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고 있는 규제시스템이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리고 온라인매체에 있어서의 내용규제정책의 기본방향은 ‘공동규제시스템의 구축’ 및 ‘자율규제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은 인터넷 내용규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1997년에 판시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Reno v. ACLU판결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헌결정을 내리는 논리에 있어서도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매체를 "가장 참여적인 시장(the most participatory marketplace)", "표현촉진적인 매체(speech-enhancing medium)"라고 인정함으로써, 미국 법원의 논리를 많이 원용했음을 알 수 있다.

4. 입법개선시의 고려사항
앞으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제도에 대해서는 입법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크게 다음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가 대상범위가 불법정보에 국한될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현행 불온통신 규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의 불명확성과 포섭범위의 광범성이었다. 즉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되는 표현물의 개념이 너무 불명확하고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입법개선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맞게 그 대상이 불법정보에 국한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을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① 불법정보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그 대상을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정보를 어떻게 개념정의하고 그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가 어려운 문제로 등장한다.
② 불법정보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은 사법부에 있다는 점이다. 문제되는 정보가 불법인지 여부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은 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에 있다. 따라서 비록 그 대상이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사법부에 의한 궁극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행정기관에 의한 규제조치가 발동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둘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실 이번 위헌결정으로 인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심의 결정권한만 행사할 수 있는 기구로 전락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르면, 불온정보가 아닌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의권한과 시정요구권한을 보유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불법정보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이 사법부에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기구의 존재의의가 여전히 인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입법자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을 계기로, ‘매체규제의 합리화’를 위해서 그리고 온라인매체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보다 정치하고 표현의 자유에 부합하는 입법개선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0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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