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개인정보유출생체정보월간네트워커

… 영화 VS 현실, 어느 쪽이 더 '리얼'할까{/}영화 속 ‘빅 브라더’ 이제는 현실 속으로

By 2003/10/05 10월 29th, 2016 No Comments

표지이야기

고영근

세 편의 영화(네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 영화 속의 가상현실과 2003년의 현실세계를 비교해 보자. 이외에도 ‘해커스’, ‘매트릭스’. ‘가타카’, ‘오픈 유어 아이즈’, ‘공각기동대’, ‘여인의 음모’, ‘트루먼 쇼’, ‘트론’, ‘워터월드’,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정보화사회를 비롯한 미래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영화들은 더 이상 ‘영화같은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영화’일뿐이다. 어느새 인간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버린 정보화물결속에서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개인정보침해·도용
영화 ‘네트’ VS ‘신용카드범죄·전자정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안젤라 베네트(산드라 블록 분)는 동료 데일로부터 새 인터넷 프로그램 분석을 의뢰받는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형상으로 평범해 보이는 음악용 소프트웨어에는 안젤라가 알아서는 안될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연방정부의 극비 데이터베이스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안젤라는 데일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데일은 의문의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 안젤라의 존재는 네트워크 상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린다. ‘안젤라’라는 개인의 정보가 다 사라지고 나자, 현실에 존재하는 안젤라 역시 그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 신용카드사용을 비롯해 개인증명을 위한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미아’가 돼버린 것이다.
영화 ‘네트’의 이야기가 단순히 상상속에서 가능한 영화적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불행히도 대답은 아니다. 네트 속에 이야기는 2003년 현실속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 불법으로 구매한 카드정보를 사용하기 위해 해당카드사의 고객정보에 접속해 고객의 전화번호를 몰래 바꾼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카드사에서 고객의 신용카드가 사용될 때마다 고객정보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카드사용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1996년에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국가전산망을 통합하고 공유하는 ‘전자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만일 4대 보험 통합시스템에 누군가(네트에서처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부의 누구일수도 있다)가 들어가 개인의 정보를 삭제·위조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 슬슬 암울한 현실의 징조가 보이지 않는가. 누군가 카드사에 접속해서 내 개인정보를 수정·삭제했다-누군가 국가전산망에 접속해서 내 개인정보를 수정·삭제했다. 네트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감시·위치추적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VS ‘휴대전화위치추적·휴대전화도청’

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 분)은 우연히 만난 친구로부터 디스켓 한 장을 건내받는다. 디스켓에는 국가안보국에 의해 국회의원이 살해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러나 딘은 그 사실을 모른다. ?기던 친구가 딘의 소지품에 몰래 디스켓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제 딘은 국가안보국의 감시대상이 되고 디스켓의 존재를 알게됨으로써 ?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속에서 딘은 국가안보국에 의해 모든 것을 추적당한다. 딘이 나눈 대화가 추적당하고 전화도청은 물론, 어디를 가더라도 위성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그의 위치가 추적되는 것이다.
자 이제 현실세상과 비교해보자. 얼마전 정보통신부는 심각하게 ‘위치추적법’을 고민한 적이 있다. 의무적으로 핸드폰에 위치추적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칩을 장착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이다. 지금도 통신업체들은 고객이 원한다면 GPS칩이 달린 휴대전화를 통해 개인의 위치를 찾아주는 위치추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고건 국무총리가 휴대전화 도청가능성과 관련해 휴대전화의 도청은 기술적,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풋볼 경기를 보러 온 관객들을 대상으로 위성촬영을 한 사례가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위성에서 촬영한 관객사진과 범죄자 데이터 베이스를 비교해 150여명을 적발해 낸 것이다. 그들은 지금 형무소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생체인식출입시스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VS ‘생체인식 여권-선원수첩’

미래 2054년 워싱턴.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잡아내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이다. 팀장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시스템이 예견하는 살인예고 영상을 분석하고 예비살인자를 체포한다. 영화는 앤더슨이 예비살인자로 지목되면서 급박하게 진전된다
예비살인자로 쫓기는 앤더튼은 프리크라임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자신의 안구를 다른 사람의 안구와 교체하게 된다. 출입자의 신분을 안구를 통해 확인하기 때문에, 도처에 널려있는 감시시스템에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안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곧잘 사용되는 미래사회의 기술로 지문이나 홍채, 음성, 정맥, 안면과 같은 생체인식 시스템이 등장한다. 그러나 생체인식 시스템 역시 단순히 가능성의 수준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술로 실현되고 있다. 현재 홍채와 정맥, 지문을 이용한 인증시스템은 상용화단계에 있고, 일부 기업들은 지문을 통해 PC에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인증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다. 안면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인증시스템은 개발 중이다.
최근 외교통상부에서는 여권에 생체인식 기능을 넣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고, 해양수산부에서도 생체인식정보가 담긴 선원수첩을 내년 상반기부터 발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