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행정심의

[표현의자유/성명] 징병제에 대한 논의조차 봉쇄하는 ‘인터넷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라!

By 2001/03/2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성 명 서
징병제에 대한 논의조차 봉쇄하는 ‘인터넷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라!

최근 인터넷 사이트들에 대해 마녀사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어떤 이가 자살을
하면 자살사이트 탓이고, 사제 폭발물 사고가 터지면 이는 폭탄사이트 때문이며,
이제는 징병제에 대한 논의를 벌이면 ‘반사회적인 선동’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인 3월 20일, 경찰은 ‘인터넷 사이트 상에서 게시판을 통해 병역거부를
선동하며 회원을 모집하는 병역기피사이트 3곳에 대해 전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경찰은 회원들간에 ‘병역거부를 위한 모임’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이트
운영자와 가입회원들을 적발해 형법의 ‘병역거부단체 조직 및 가입죄’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이들 3개 사이트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통보하여
폐쇄 조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 3개의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이다.

그러나 경찰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이 사이트들은 병역거부를 ‘선동’한 것이
아니라, 징병제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표출되고, 이에 대한 논의를 벌이는
곳이었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결국 이번 사건 역시 ‘인터넷은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라는 보수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론몰이인 것이며 따라서 경찰의
이번 징병제 논의 사이트에 대한 수사는 명백한 과잉 수사인 것이다.

또한 경찰의 주장대로 이 사이트들에 병역거부에 대한 내용이 올라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반사회적인 사이트라 매도할 수는 없다. 이미 독일, 대만 등 30여개
나라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데, 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에서 출발하는 권리인 것이다.

우리는 징병제와 관련한 각 개인들의 다양한 생각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로이
소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소수자의 인권보호라는 측면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경찰에서
징병제에 대해 단지 ‘논의’를 했다는 이유로 반사회적인 범죄 운운하는 것은
사건을 자의적으로 왜곡 해석하고, 인터넷에 대한 검열논리를 정당화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이기에 우리는 이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경찰이 사이트를, 동호회를 개설하였다는 이유로 ‘형법상의
병역거부단체조직
가입죄’ 운운하며 징병제 논의 사이트에 대해 전면수사 방침을 밝힌 것은
징병제의
문제점과 관련한 합리적인 토론 및 사회공론화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민주주의적인 의지의 표현일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논의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으로서 우리는 이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태도 역시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서 연일 매도하는 자살사이트, 폭탄사이트, 등 소위 ‘반사회적 사이트’가
현행법상 명백한 범법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범죄인 것처럼 확정하여 보도
하는 것은 인터넷 내용등급제 등의 규제논리를 정당화하여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인터넷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보수논리와 선정적인 상업주의에 영합하는 언론의 이러한 보도태도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인터넷을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로 환치해버리는 이러한 보도
태도는 결코 사회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뿐더러,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여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이에 우리는 징병제 논의 사이트에 대한 경찰의 과잉수사 및 언론의 자의적인
왜곡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나, 경찰은 징병제 논의 사이트에 대한 전면수사를 즉각 철회하라!
하나, 경찰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폐쇄된 징병제 논의 사이트를
즉각 원상복구 조치하라!
하나, 징병제 등 정치적,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토론과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하나,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범죄로 확정 보도하여 인터넷에 대한 악의적 왜곡
과장보도를 일삼는 언론은 시대착오적인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고
사실에 근거한 내용만 보도하라!

2001. 3. 23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http://freeonline.or.kr
도서관운동연구회, 문화개혁시민연대, 민언련 인터넷분과,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 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터넷신문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200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