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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입장] 정보인권 침해하는 주민등록번호, 이제는 바꿔야 한다!

By 2015/11/02 2월 25th, 2020 No Comments
[13자리 주민번호 도입 40년 인권시민단체 공동입장]
1975년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종신집권을 꿈꾸던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2월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였다. 자유언론을 외친 기자들이 집단으로 해고당하고 대학에서는 유신철폐와 학원민주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 정권은 4월 고려대 휴교를 명한 긴급조치 7호를 시행하고 5월에는 표현의 자유 탄압으로 악명높은 긴급조치 9호를 실시하였다. 4월 인혁당 8명에 대해 사법살인이 일어났고, 8월 장준하가 의문사했다. 그리고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었다.

1975년 7월 25일 주민등록법 개정은 안보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등록신고를 강화하고, 주민등록증 발급연령을 18세에서 17세로 인하하면서 주민증 발급의무를 부과하였다. 경찰은 간첩 색출 등을 위해 언제든지 주민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해에 주민등록 소동은 공무원이 과로사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장발족은 머리를 잘라야 주민등록이 가능했고 노동으로 지문이 안나오거나 혈액형을 모르면 주민등록이 불가능하였다. 주민등록번호는 이 때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0월 31일 개정시행되고 11월 6일 공포되었다는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생년월일, 성별, 지역등을 표시할 수 있는 13자리의 숫자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르는 동안 주민등록번호는 한국 정보인권의 가장 큰 침해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국가가 행정편의와 수사편의를 위해 국민이 출생할때마다 강제로 번호로 부여하는 제도 자체가 갖는 존엄성 침해 논란도 그치지 않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주민의 거주관계 파악, 주민생활의 편익 증진,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라는 본래 목적을 벗어나 과도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정보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 만능 국민식별번호는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강력한 감시도구가 되어 버렸다. 주민등록번호는 전자정부와 디지털 환경에서 다방면의 만능식별자로 사용되게 되었고, 개인의 모바일과 인터넷 활동이 손쉽게 추적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노리는 사람이 많아져서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정신적, 재산적 손해와 신원도용이 증가하였다. 유출 피해자들은 평생에 걸쳐 언제 어떻게 위험에 노출될지 몰라 주민등록번호 변경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며 이 요구를 묵살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카드3사 1억 4백만 건 유출 사고가 일어나자 그 어느 때보다 파장이 커질 수 밖에 없었고, 대통령이 나서 주민번호 대체수단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입법, 사법적으로 주민등록번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검토해 오던 주민등록번호 전면개편안은 현실적인 한계로 좌초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해 말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변경권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개선안을 담고 있는 다른 국회 발의안에 비해 정부안은 변경 대상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19대 막바지로 달려가는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대상을 확대하고 번호 부여시 개인정보가 없는 임의번호로 부여하여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오는 11월 12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공개변론을 개최한다. 2011년 SK컴즈의 3천5백만 건 개인정보 유출사고 때 유출 피해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부디 헌재가 주민등록번호의 위헌성을 적극 검토하여 이 나라가 앞으로 만능 식별자의 인권침해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길 바란다. 국민식별번호는 최소한으로, 목적별로 제한적으로 존재해야 마땅하다. 유출 피해자들이 원할 때 번호 변경을 허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민등록번호, 이제는 바꿔야 한다.

2015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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