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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유전자 DB,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라

By 2004/04/2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권·시회단체 공동 성명>

유전자 DB,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라
– 경찰청의 미아 찾기 유전자 DB 구축에 대한 성명

1. 경찰청은 지난 7일 전국 보호시설에 수용중인 아동들과 미아 부모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한 후 유전자 DB를 구축하는 미아 찾기 사업을 오는 21일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전자 DB를 통해 미아 찾기 사업을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대검찰청은 2001년부터 유전자 DB를 통한 미아 찾기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이에 대해 인권·시민단체들은 미아 찾기라는 인도적 측면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신중한 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우리 인권·사회단체들은 미아와 미아 부모님들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며, 미아를 조기에 찾을 수 있는 시스템과 지원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그런데 현재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과거에 인권·사회단체들이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거의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인권·사회단체들이 지적했던 우려들에 대해서 경찰청은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신뢰 가능한 형태의 제도적 뒷받침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유전자DB 구축 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아와 부모들에 대한 DNA 수집 근거에서부터 분석, 이용, 보관, DB구축, 유전정보 보호 등에 대한 것들이 법률에 기초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사업의 각 주체별(경찰, 복지재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권한과 책임에 관한 내용도 임의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많다. 개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 중 하나인 유전정보를 추출해 낼 수 있는 DNA를 취급하는 사업임에도 법률적 책임이 모호한 협력관계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3. 경찰청은 인권 사회단체의 우려에 대해 미아 찾기 사업의 정당성과 국과수의 기술적 우수성을 내세우며 신뢰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부당하게 지문을 채취하고 공유하거나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관리해 온 경찰의 관행을 볼 때, 경찰이 법률적 근거도 없이 DB화 된 유전 정보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근거가 없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이 사업은 이미 2001년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등 세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사업 주체가 갑자기 바뀌는 등 유전자 DB구축을 둘러싼 정부 내부의 갈등만 보여주었다. 특히 새로 사업 주체로 선정된 경찰청은 단 2개월만에 예산을 배정 받고 치밀한 준비 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법률을 제정해야할 보건복지부의 태도도 문제다. 생명공학 활동의 안전과 윤리를 담보하기 위해 최근에 제정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서도 이 부분은 예외 조항을 두어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로 남겨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사회단체들은 사업 주체와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다.

4. 정부는 유전자 DB구축에 관련된 법률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경찰청을 비롯한 사업 주체들은 그 동안 인권 사회단체들이 제기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법적 구속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경찰청은 유전자 DB의 확장 계획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04년 4월 20일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동성애자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총 14개 인권 사회단체)

▣ 별첨 1. 경찰의 유전자 DB구축에 관한 인권 사회단체 의견서

▣ 별첨 1

경찰의 유전자 DB구축에 대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

인권·사회단체가 요구하는 관련 법률에는 유전자 수집의 근거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유전자 DB의 관리·감독 및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1. 향후 제정될 법률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

DNA수집 대상과 목적
DNA를 수집할 대상과 사용 목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수집 대상은 기존 신원확인 체계를 통해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하는 등 채취 대상의 최소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동의에 관한 사항
미아 및 부모 등에게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 동의서에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포함되어야 하며 문서로 된 형태이어야 한다. 또한 검사대상이 미성년자인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법정대리인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1. DNA 수집 목적
2. 유전정보와 잔여 DNA 관리 및 보존에 관한 내용
3. 예측 가능한 위험과 수집으로 인한 이익
4. 비밀보장
5. 동의 철회에 관한 내용

사업 각 주체의 역할과 권한 등에 관한 사항
유전자 수집, 분석, 보관, 이용 주체의 권한과 책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과정은 문서로 남겨두어야 한다.

자기 정보 열람 및 수정에 관한 사항
DNA 제공자는 자신의 인적, 유전자 DB의 관리 및 이용 등 제반 사안에 대한 열람 및 수정권한을 가져야 한다.

잔여 DNA의 보관 및 폐기에 관한 사항
잔여 DNA의 보관 기간 및 폐기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당사자 요구 시 잔여 DNA를 즉시 폐기한다는 규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경찰은 분석 즉시 잔여 DNA를 폐기한다고 밝혔는데 이 사항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유전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
유전정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내용과 위반 시 형사처벌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외부 관리 감독 기구에 관한 사항
사업 주체를 제외한 인권 사회단체나 미아단체 들이 추천한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1. 외부 감독기구의 설치 및 기능 (사업 전반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구)
2. 위원구성 (경찰, 복지부, 복지재단과 같은 사업주체의 참여 제한)
3. 운영 및 권한

2. 인권 시민 단체가 우려하는 유전자 DB의 문제점
지난 2001년부터 인권·사회단체들은 국가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신원확인 유전자 DB에 관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경찰청을 비롯한 정부는 인권 사회단체들의 우려에 대해서 임의적 형식이 아닌 제도적 형식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잔여 DNA의 오·남용 가능성
인간의 유전정보는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정보는 개인마다 고유하고 다양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어 정보에 대한 기밀유지와 차별 금지가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특정인의 유전자를 검사하면 가족의 유전적 상태까지 알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특성에 따라 개인의 유전정보는 대부분의 경우 법률로써 보호받고 있다.
물론 신원확인 목적으로 얻은 유전정보와 의료정보 같은 유전정보는 다르지만 유전자 DB구축과정에서도 식별 이외의 개인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원확인에 사용되는 DNA와 다른 정보 분석에 사용되는 DNA는 그 부위만 다를 뿐 동일한 DNA 가닥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수거된 DNA에서 다양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분석이 끝난 DNA는 일반적으로 차후의 검증 목적 등으로 보관하게 된다. 즉 DNA의 분석·이용·보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잔여 DNA에서 식별이외의 유전정보가 분석 된 후 오·남용되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분석 후 남은 DNA의 폐기는 법률로 보장되어야 한다.

유전자 DB의 확대 가능성
경찰은 향후 유전자 DB를 미아들뿐만 아니라 정신 지체 장애인과 치매 노인들에게 까지 확대하고 시설 아동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DB는 속성상 입력 대상이 확대될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한번 구축된 유전자 DB는 입력 대상이 확장되고 다른 DB와 연동 공유될 가능성이 있다. 신원확인 유전자 DB를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한번 구축된 유전자 DB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아 찾기 DB, 범죄자 DB, 이산가족 찾기 DB, 사설 DB 등이 운영중이거나 준비 중에 있다. 특히 경찰과 검찰은 90년대 중반부터 신원확인 유전자 DB를 준비해왔고 이미 각각 자체 유전자 DB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전자 DB를 강행하고 있는 경찰청은 유전자 DB의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약 경찰청이 이번 사업을 일부 장기미아에 한정해 실시할 것이라면 유전자 DB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언해야 할 것이다.

자발적 동의문제
개인 유전정보의 활용에서 당사자의 동의는 최소한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DNA 채취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유전자 정보은행 도입과정에서 개인의 인권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동의절차에 대한 검토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구속력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미아 찾기 사업의 우선 순위 문제
지난 2001년의 ‘유전정보 이용에 관한 시민배심원제 정책권고(안)’을 보면 배심원들은 유전정보를 이용한 미아 찾기의 대의명분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런 정책이 미아 찾기 사업에서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명한 바 있다. 미아발생에 대한 예방적 노력과 시설의 관리 감독이 매우 열악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유전자 DB 도입이 최우선 과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청은 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사업의 현재의 미아 찾기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안을 내놓아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유전자 DB구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관련 법률의 부재
현재 국내에는 국가 기관이 설립한 유전자 정보은행을 관리 감독하고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할 법률이 없다. 개인 유전정보 활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최근 제정되었으나 국가 기관이 유전자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 정보은행을 설립할 시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개인 유전정보 수집 행위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률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 기관에 의한 어떤 형태의 신원확인 유전자은행 설립도 구속력 있는 관련 법률이 제정된 후에 진행되어야 한다.

200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