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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체계적인 로드맵 필요

By 2004/06/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보운동

지음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부 각 부처와 시민단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이하 혁신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함께 포괄하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연내에 제정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책포럼을 연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행자부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안)’을 최근 법제처와 국무회의의 검토를 거쳐 국회로 넘겼다. 정통부 역시 독자적으로 지난 15일 ‘민간부문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연내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보인권 시민단체들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통합 기본법과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위상의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주요 골자로 한 ‘개인정보보호법 인권시민단체(안)’을 지난 1년간 준비해 왔다. 이러한 각계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혁신위, 정통부, 인권시민단체가 각각 주최한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행사가 잇따랐다.

혁신위 주최 ‘제 1회 개인정보보호 정책포럼’

5월 19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는 혁신위 주최 ‘제 1회 개인정보보호 정책포럼’이 홍준형 위원장(혁신위 법제정비소위원회)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번째 정책포럼인 만큼 혁신위의 입장은 개진되지 않았다. 정준현 교수(선문대 법학과)를 비롯한 ?명의 발제자는 개인정보보호의 대상 및 보호범위와 개인정보보호의 규제 메커니즘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과 원칙에 대해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논쟁은 지정토론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통합형 독립감독기구가 과도기적 단계없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통부의 독자적인 법률안 추진이 “부처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기권 과장(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은 “혁신위의 기본법과 맞도록 조율하고 있으며, 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구체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각 영역별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대응했다. 한편, 홍준형 위원장은 “이은우 변호사의 주장은 무척 강한 것이며, 현행 법체계와 관할 부서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정통부와 행자부의 독자적인 법률 제정 움직임을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통부 주최 ‘민간부문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정 공청회’

이틀 후인 21일에는 전경련 회관에서 정통부 주최 ‘민간부문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안) 제정 공청회’가 강경근 교수(숭실대 법학과)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통부 법률안에 대한 해설을 맡은 김기권 과장은 이번 법률안이 기존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중 개인정보 보호 관련 조항을 분리하여 적용범위를 민간영역 전체로 확대하고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주요 내용으로써 ▲법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영역을 민간영역 전체로 확대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통신부 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치 ▲자율규제를 촉진하기 위한 개인정보 사전영향평가제도의 도입 ▲국제사회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OECD 8원칙의 도입 등이 제시됐다.

뒤이은 지정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통부 법률안에 대한 크고 작은 비판이 줄을 이었다. 자신을 지문날인반대연대 활동가라고 소개한 한 방청객은 “그동안 정보통신산업 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사업자의 이해를 반영하며 개인정보보호를 소홀히 해온 정통부가 민간영역의 정보보호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불신을 표시했다.

반면, 사업자 측의 의견을 개진한 정재훈 변호사((주)한국MS)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정보수집시 고지의무를 명시한 12조, 동의철회시 정보 파기에 관한 규정을 담은 20조, 사업자의 입증책임에 관한 23조, 정보의 국외 이전에 대한 제한에 관한 33조 등에서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시민단체와는 확연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정통부의 법률안은 전체 44개 조항 중에서 무려 20여 개의 조항에서 토론자의 비판을 받으며 미비함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공청회가 끝난 직후에, 김기권 과장은 ‘법률의 명칭을 바꿀 용의가 있다’라고 황급히 발언함으로써 사실상 이 법안이 민간영역 전체를 포괄하는 법안이 아님을 시인해 방청객들을 허탈하게 했다.

인권시민단체 공동 주최 ‘개인정보보호법 인권시민단체(안) 공청회’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개인정보보호법 인권시민단체(안) 공청회’가 정선애 정책실장(함께하는시민행동)의 사회로 진행됐다.

시민단체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이은우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와 같은 위상을 가진 독자적인 감독기구로서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치해야 함을 거듭 역설했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행자부와 정통부가 현재 추진하는 법제 개선은 그 내용상 진일보한 것임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교수(중앙대 법학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법권의 수위와 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집행권의 강화를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기권 과장은 큰 틀에서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집행력과 실효성의 측면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보좌하는 차원의 사무국이 각 부처별로 필요하다고 주장해 여전히 정통부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윤현식 정책연구원(민주노동당)은 행자부와 정통부의 법률안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시민단체안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표명했다.

오병일 위원장(NEIS반대, 정보인권수호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은 “현재의 입법 과정에서의 혼선을 없애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하며, 정부 각 부처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틀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모든 토론자들은 동의를 표했으며, 특히 이인호 교수는 혁신위의 주도가 필요하다고 말해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200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