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주민등록번호

[의견서]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발표

By 2015/06/04 4월 25th, 2018 No Comments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주민등록번호 변경 확대 등
주민등록번호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유종의 미 거둬야

1.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주민등록법 개정안들을 심사할 예정입니다. 이 개정안들에는 지난해 1월 카드3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비롯된 주민등록번호 개선대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사고 해결과 정보인권 옹호를 위해 활동해 온 진보넷은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마련하여 오늘(6/4) 발표하였습니다.

2. 카드3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주민번호 대체수단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고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 역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전면개편부터 변경 허용까지 이르는 주민등록번호 개선안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으며, 현재 발의되어 있는 정부안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3. 최근 언론에서는 주민등록증 일제 교체 추진 관련 보도가 있었습니다. 행정자치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였으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 이후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없었던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주민등록증만 교체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정부가 임의번호 부여나 주민등록번호 변경 등이 힘들다며 제시한 주요 이유가 ‘비용’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4. 법원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하여 신분이나 명의도 도용될 수 있고, 다른 개인정보까지 수집될 수 있으며, 결국에는 재산상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5. 국회가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감수해야 하는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주민등록번호 부여시 개인정보가 없는 임의번호로 부여하고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확대하는 등의 방향으로 현행 주민등록법을 개정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랍니다. 끝.


▣ 첨부.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 주요쟁점에 대한 의견서

첨부. 의견서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 주요쟁점에 대한 의견서

◈ 배경

  • 지난해 1월 카드3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됨.

최근 해외로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아이핀 75만건 부정발급 사건에 악용되었음이 밝혀졌음.
법원도 ‘주민등록번호는 영구적이고 변경이 불가능한데,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됨에 따라 신분이나 명의가 도용될 우려가 있고, 이를 이용하여 원고들의 다른 개인정보까지 수집될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아가 유출된 개인정보가 악용될 경우 재산상 피해까지 입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함(2012가합83365 판결 등).
그러나 현행 주민등록법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지 않음.

  • 게다가 주민등록번호 생성시 개인정보를 이용함으로 인해, 생년월일·성별·출생지 등 본인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강제함.

나이·성별·지역에 따른 차별을 야기하거나 강화할 수 있음.
그러나 현행 주민등록법은 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음.

  • 이러한 주요 문제점 등을 보완하기 위하여 현재 국회에 총 12개의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되어 있음(2015. 5. 27. 제안된 진선미 의원안 포함).
  • 이에 정부제출안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원안을 중심으로 유출된 주민번호를 해결할 수 있는 주민등록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전달함.

◈ 검토의견

1) 주민등록번호 개선 일반

  • 카드3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 이후 2014. 1. 27. 박근혜 대통령이 주민번호 대체수단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고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 역시 2014. 2. 4.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음. 그러나 정부는 전면개편부터 변경 허용까지 이르는 주민등록번호 개선안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음.
  • 먼저 주민등록번호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9월 당시 안전행정부가 개편안 6가지를 두고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사실상 주민등록번호 개편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주민등록번호 개편을 포기하는 명분으로는 첫째, 막대한 비용과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을 들 수 있음. 그러나 이는 오히려 현행 주민번호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야기되는 비용과 혼란을 간과하고 있음. 정보화가 더욱 진척될수록 향후에 체제를 변경하는 것은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인 바, 주민등록번호 개선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었을 때 그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 실제로 2100년부터 주민등록번호 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무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음. 또 주민번호 변경을 원하는 사람이나 신생아부터 새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 등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
둘째, 주민번호는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들 수 있음. 개인정보 수집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개인정보가 주민번호라는 단일한 식별자에 의해 연결되는 것이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 있음.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하였듯이 이는 역으로 정보주체의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국가 감시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한 개를 지방자치단체, 경찰,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육청 등 여러 기관이 공유할 수 있어 제한없는 뒷조사에 악용되었음.
독일, 호주,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국민식별번호의 수집을 최소화하고, 목적별 번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음.

  • 국가인권위원회의 주민등록번호제도의 개선안은 △목적별 번호체계 도입 △임의번호 체계에 의한 새로운 주민등록번호 부여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변경절차 허용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허용하는 법령의 정비와 목적 외 사용 금지로 요약할 수 있음[1]

2)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현황
  •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에 관한 규정 없음.
  • 정부제출안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상 위해,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변경 요건으로 규정함.
  • 김제남, 백제현, 민병두, 이상규의원안은 정부제출안보다 완화된 변경 요건을 규정함.
의견
  • 주민등록번호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그 일제개편이 어렵다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통해 원하는 국민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소기의 효과를 달성해 나갈 수 있음.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로 인해 평생 반복적인 피해에 노출된 국민들에게는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신청권은 중요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하나로서 보장되어야 함.
  • 정부제출안에서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 라는 매우 엄격한 요건을 설정함. ‘중대한’의 해석에 따라서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재량권의 여지와 자의적 판단을 가능케 하여 변경의 실효성이 반감시킴. 재산상 소액의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재산상 ‘중대한’ 피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이 거부될 수 있음. 일부의 국민만 주민등록번호 변경 대상자가 되며 종국에는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자체가 무용하게 될 수 있음.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문언상 또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
  • 정부제출안에 따르면, 작년 카드 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피해자들처럼 명의 도용 등 재산상 피해를 입을 우려는 있으나 그 피해가 중대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입증하지 못할 경우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불가능함.
  •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개정되기 위해서는[2], 정부제출안에서 ‘중대한’이라는 요건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함. 그 외 성폭력 피해자 등을 위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유지함.
  • 후술하는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주민등록번호변경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변경 허용과 관련하여 세부적 기준을 신설하여야 함.

3)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현황
  •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부여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음(이 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함).
  • 정부제출안은 현행 주민등록법을 유지함.
  • 이에 비해 김제남, 민병두, 이상규, 진선미 의원안은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번호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도록 규정함.
의견
  • 주민등록번호를 개인별로 강제로 부여하고 그 이용을 강제하는 현행 주민등록번호제도는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여야 함. 특히 주민등록번호 부여 방법은 개인정보 노출 등 직접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는 있으므로 부여 방법은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 주민등록번호에 노출된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 외국인 여부 등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개인의 식별을 넘어서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본인의 특성까지 알게 된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임. 카드번호나 통장번호에 개인정보가 담기지 않지만 타 카드와 식별이 가능함.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개인식별도 이와 다를 바가 없음. 번호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번호에 어떤 개인정보가 있느냐는 개인식별과는 아무런 관련 없음.
  •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 것은 전국적인 전산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작업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 생년월일ㆍ성별ㆍ지역 코드ㆍ출생신고 순서를 기반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구성하면 전국적인 전산망이 없어도 중복 부여를 최소화할 수 있음. 그러나 지금은 전국적인 전산망이 갖추어져 있어 중복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 더 이상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주민번호를 발급할 이유가 없음.
  • 나이, 성별, 출생지에 따른 차별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음. 주민번호 때문에 이런 차별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민번호가 이런 현상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상황임. 소위 ‘일베’라 불리는 ‘일베저장소’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전라도 출신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라도홍어검색기’ 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도 함.
  • 국가인권위원회는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하여 주민등록번호의 부여체계를 임의번호로 변경할 것을 권고한 바 있음. 가장 최근 국민식별번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개인정보 없는 무작위 숫자로 주민표 번호를 구성함.
  • 김제남, 민병두, 이상규, 진선미 의원안을 중심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할 때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번호를 부여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음.
  •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임의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함.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신생아와 주민등록번호 변경자들에게 개인정보가 없는 임의번호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점진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

4)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심의 주체

현황
  •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심의 주체에 관한 규정 없음.
  • 정부제출안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를 행정자치부에 설치하도록 규정함.
  • 원칙적으로 모든 변경신청자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한다면 심의가 불필요함. 그러나 최소한으로 변경 대상을 심의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 심의 주체를 입법취지에 맞게 설치 및 운용해야 할 것임.
  • 진선미의원안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를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여 주민등록번호변경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변경신청권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함.
의견
  • 행정자치부가 주도한 정부제출안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번호 부여 방식은 유지하고 변경 요건을 엄격히 하여 변경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듬으로 인해 주요 쟁점에서 현행 주민등록법과 다르지 않음.
  •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를 둔다면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최소화되거나 불가능할 것이 자명함.
  •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임. 계속 되는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정책·제도 개선권고권 및 이행점검권, 자료제출요구권,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 위촉권을 부여하는 등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기능 강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
  •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를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하는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두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아닌, 개인정보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설치하여 주민등록번호변경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함.
  • 또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를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여 주민등록번호변경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변경신청권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

◈ 결론

  • 최근 언론에서 주민등록증 일제 교체 추진 관련 보도가 있었음. 행정자치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였으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 이후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없었던 상황에서 주민등록증만 교체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임.

정부가 임의번호 부여나 주민등록번호 변경 등이 힘들다며 제시한 주요 이유가 ‘비용’ 문제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증 변경에 막대한 비용(1999년 갱신 당시 470억소요)을 들이는 것은 명분이 없음. 현재 국회에서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주민등록증 변경에 비용을 들이는 것은 이중 낭비를 초래할 것임.

  • 법원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하여 신분이나 명의도 도용될 수 있고, 다른 개인정보까지 수집될 수 있으며, 결국에는 재산상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음.
  • 국회가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감수해야 하는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국민들 입장을 혜량하시어 주민등록번호 부여시 개인정보가 없는 임의번호로 부여하고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확대하는 등의 방향으로 현행 주민등록법을 개정하여 주시기를 바람.

2015년 6월 4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주석]

[1] 국가인권위원회,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성명>, 2014. 1. 28. 국가인권위원회, <주민등록번호제도 개선권고> 결정, 2014. 8. 5.

[2] 가장 최근 국민식별번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주민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주민표 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