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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커뮤니티의 구축

By 2010/05/1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2004년을 맞으면서 지난 5년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수행되었다. 그리고 5년 동안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지난 5년 동안 ‘사회운동의 독립 네트워크’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하였다. 점차 독자 서버를 운영하는 사회운동 내의 단위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단체의 기술적 역량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며, 또한 독자 서버를 운영할 수 없는 단체 역시 존재한다는 점에서 독립 네트워크로서 진보네트워크의 역할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또한, 단순한 기술적 서비스의 제공에 그치지 않고, 게시판 운영원칙, 홈페이지 카피레프트, 스트리밍 서비스 포맷에 대한 원칙 등 기술정치적 방향을 제시해왔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활동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보인권운동 단체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확보했다. 다만, 정보운동의 사회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며, 정보운동 담론의 확산 및 활동가 재생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사이버 공간을 통한 민중 투쟁의 지원 단위로서의 인식을 확보했다. 이는 참세상방송국 활동을 통해 ‘민중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 것에 크게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온라인 소통공간’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이는 진보네트워크에 대한 접속수의 지속적인 감소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짚을 수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PC통신에서 웹 환경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웹-BBS 연동과 참세상 무료화로 대응하였으나, 이후에도 웹 커뮤니티인 ‘참세상 공동체’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웹 연동이 기술 활동가의 인력 부족으로 2~3년에 걸쳐 이루어짐으로써 시기적, 기능적으로 대응이 매우 늦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 단체들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커뮤니티 구축을 시작함으로써 굳이 진보네트워크 내에 커뮤니티를 개설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더불어, ‘진보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진보적 소통, 담론의 공간을 만들려는 비젼과 기획’ 자체가 부재했다. 초기 진보네트워크는 ‘사회운동 포털’을 선언하였으나, 1세대 포털이라고 할 수 있는 디렉토리 서비스(KPD) 이상으로 진전하지 못하였다. 주요 포털 사이트처럼 웹 기반 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나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진보네트워크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획 자체가 부재했다. 사실 이러한 기획과 집행을 위한 적절한 역량도 투입하지 못했는데, 이는 한편으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 역량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방적인 웹 환경에서 굳이 진보네트워크로 커뮤니티를 수렴하는 것보다는 개별 단체의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하여 커뮤니티를 분산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특성상 특정 사이트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분산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난 5년에 대한 평가를 거치면서, 온라인 공동체 구축에 대한 과거의 판단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였으며, ‘진보적 담론과 온라인 공동체가 형성되는 공간’으로서의 진보네트워크의 위상을 복원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사회운동 단체들(특히 민중운동, 소수자운동, 소규모 단체 등)이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운영 역량의 부족하여 분산‧고립화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엮어 줄 ‘관문’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둘째, 이미 어느 정도 정치세력화된 개혁운동, 시민운동, 통일운동 등에 비해, 민중운동, 소수자 운동의 담론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중적 입장을 가진 인터넷 언론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셋째, 갈수록 상업 사이트에 의존적인 개인의 인터넷 환경(메일, 메신저, 블로그 등)을 진보적인 소통 공간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중반을 전후하여 개개인들의 인터넷 이용환경은 다음(Daum), 네이버 등 소수 포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집중되고 있었다.

이러한 필요성 하에서, 2004년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진보적 온라인 공동체 형성’을 핵심적인 사업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게 된다. 이를 위한 사업으로 우선 기본적인 기술적 서비스가 갖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진보운동의 뉴스‧정보‧자료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검색 기능의 강화, 진보적 개인과 단체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기 위한 진보 블로그 서비스, 진보 공동체 내 개개인들의 안전한 소통을 위한 진보 메신저, 사회운동 뉴스들의 편리한 관리를 위한 뉴스저작도구 등의 개발‧제공하기로 하였다. 또한 진보적 담론을 형성하고,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의 확대를 위해 인터넷 언론으로서의 참세상 방송국을 강화하기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