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넷은 작년 1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에 공개회의 속기록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말이 좀 이상합니다! 공개회의 속기록 공개? 아무나 방청할 수 있는 회의인데, 당연히 속기록을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공개할 줄 알았습니다. 진보넷 활동가들도 방청하는 회의니까요. 방청을 할 수 있어도 속기록은 필요합니다. 처음 보는 법령들이 너무 자주 나오고, 일부러 그러시는지 개보위 담당자들 발음이 안 좋고 너무 빨리 말합니다. 받아 적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힘듭니다.
개보위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 공개회의 속기록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위원들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사교환이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합니다. 님들아! 이건 공개회의 입니다. 아무나 와서 듣다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누가 무슨 말 했는지 기록할 수 있는데, 속기록 때문에 업무 지장이 생긴다니요. 작년 2월 입니다. 그 후 이의신청, 행정심판을 거쳐서 현재 행정소송 중입니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할 지 알 수 없으나, 공개되길 기도하며 성실히 소송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지난 달에 개보위가 법정에 나와서 “공개회의 속기록은 안건심의 후 파기한다. 그러므로 속기록은 원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헉!!! 이럴 수가!!! 없는 문서를 가지고 1년이 넘게 개보위와 다툰 것입니까ㅠ.ㅠ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가장 좋은 핑계가 ‘정보가 없다(정보 부존재)’ 입니다. 정보가 없다는데 어쩌겠습니다. 다투기가 힘듭니다. 개보위한테 원래부터 속기록이 없었다면, 당연히 정보부존재를 주장했을 겁니다. 진보넷도 다른 방법을 강구했겠죠.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것 때문에 1년 동안 다퉜는데, 이제와서 속기록이 원래 없었다고 말하면 이걸 믿어야 합니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이것저것 따져서 서면(준비서면, 구석명신청서)을 보냈습니다.
“이제와서 속기록이 원래 없었다고 말하는게 말이 되냐! 우린 도저히 못 믿겠다! 관리책임자가 누구냐! 속기록 폐기와 관련된 규정과 절차를 밝혀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을 검토하겠다! 1년 동안 헛짓을 한건데, 이 정도 해명은 니네가 해줘야 한다!”
개보위에서 답이 없었습니다. 공개회의 속기록 공개를 놓고 형사처벌까지 검토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가는가 싶었습니다. 지난 달에 법정에서 개보위를 다시 만났습니다. 재판장님이 “원고(진보넷 활동가)가 서면 보냈던데 피고(개보위)는 아직 답을 안하셨네요. 어떤 입장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개보위가 주춤거리며 “착각이었다. 찾아보니까 속기록이 있더라”고 답합니다. ‘우와!!! 착각은 무슨! 거짓말이었잖아! 정부기관이 법정에서 거짓말하는게 말이나 되냐!’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서면을 통해 해명을 듣기로 했습니다.
민사소송에선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집행불능 상태를 막기 위해서 가압류 등을 합니다. 상대방이 돈을 빼돌리면 재판에서 이기고도 정작은 돈을 못 받게 되기도 하니까요. 이젠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
구를 할 때도 미리 문서를 제출 받아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슬픈 현실입니다. (원래 이랬던 것인가요ㅜ.ㅜ)

지난 6월 10일, 안전행정부는 오프라인 본인확인 수단으로 (가칭)마이핀(My-PIN)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8월 7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못하게 되는데요, 마이핀 서비스는 안전행정부가 이에 따른 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다고 어떠한 불편이 있을까요? 법령에 근거가 없다면, 주민번호의 수집 자체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주민번호 수집이 필요한데 법령에 근거가 없다면 만들어야 하
고, 법령에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 수집할 필요가 없다면 법을 개정해서 없애야 하겠지요. 그런데 굳이 주민번호 수집이 필요 없는 영역에 마이핀을 쓰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본인확인’이 필요하다면 신분증으로 하면 됩니다. 신분증을 그래서 발급하는 것 아닌가요?
그럼 마이핀은 어디에 쓸까요? 안전행정부는 ‘서비스 연계가 필요한 멤버십카드 신청, 각종 렌탈서비스 계약이나 고객상담 등’에서 주민번호대신 마이핀을 쓰도록 하겠답니다. 아니, 민간기업이 멤버십카드 발급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연계할지 정부가 왜 관여하나요? 렌탈업체가 고객을 어떻게 관리할지 안전행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있나요? 정부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지 감독하면 될 뿐 입니다. 굳이 마이핀을 쓰라 마라 할 필요는 없지요.
지난 몇 년동안 정부는 온라인에서의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아이핀(I-PIN)’ 사용을 권장해 왔습니다. 아이핀이든, 마이핀이든 문제는 마찬가지입니다. 둘 모두 현행 주민번호에 기반해 있습니다. 이미 전국민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상황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아이핀이나 마이핀을 사용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입니다. 둘째는 아이핀이든 마이핀이든 정부가 민간에서의 불필요한 본인확인 관행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민간기업이 영업목적상 본인확인이 필요하면 알아서 방법을 찾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됩니다. 셋째, 아이핀이나 마이핀 모두 주민번호와 같이 범용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주민번호와 마찬가지로 그만큼 유출의 위험성과 유출에 따른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넷째, 아이핀과 마이핀 발급기관(소위 본인확인기관)은 본인확인 내역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이 정보가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야기한 KCB나 수차례 가입자 정보를 유출한 KT 모두 본인확인기관입니다.
진보넷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주민번호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방향은 첫째 주민번호의 재발급, 둘째 주민번호를 일련번호 체계로 변경, 셋째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의 엄격한 제한과 민간사용 금지, 넷째 행정, 조세 등 목적별로 다른 식별번호 이용 등입니다.
현재 진보넷은 다른 나라에서는 각 사회영역에서 어떠한 번호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나라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데 이 조사를 통해 바람직한 모델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에는 행정, 조세, 복지 등 각 영역별로 서로 다른 식별번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호주는 전국민 식별번호 자체가 없습니다. 휴대폰을 만들 때에도 물론 본인확인같은 것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호주 사회의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연구는 7월 말까지 정리하여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 13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한 사회단체들이 원탁회의를 구성하였습니다. 원탁회의에서는 (1) 실종자 수색, 희생자들에 대한 지속적 대책 마련 (2)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3) 박근혜 정부의 부실구조에 대한 책임추궁 (4)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 을 활동의 기조로 삼아 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습니다. 진보넷도 대책위원회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팽목항을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흐름에 맞서, 함께 기억하고, 기다리고, 싸움을 이어가며,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민간와 유족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특별법’ 서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뜻에 따라 1000만인 서명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서명 안하신 분들은 꼭 참여해주세요. 주말마다 촛불문화제도 진행하고, 금요일마다 진도로 향하는 기다림의 버스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진보넷은 인권단체들과 함께 대책위원회와 따로 또 같이 “존엄과 안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세가지 주제로 활동합니다. 첫째,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말하고 모이고 행동할 권리 옹호, 그리고 탄압에 대한 대응. 진보넷이 적극 결합하고 있는 이 팀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고, 정부 책임을 비판하고, 이후 대책을 촉구하는 이들에 대한 언론 탄압, 사이버 탄압, 그리고 대규모 연행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고자 합니다. 성역화된 청와대 비판에 도전하기 위해 토론회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권위와 유엔 진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째, 평등하게 추모할 권리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화물노동자, 일반 승객, 이주노동자 등 학생이 아닌 다른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대책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셋째, 안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안전과 관련한 대안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특히 노동자에 의한 그리고 사회적인 통제 방안이 필요하며, 이후 우리 사회의 기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내고 만들어 가려 합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에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잊지 않으려는 행동에 함께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후 시간이 지나면서 더이상 촛불을 들지 않는 지역들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서명을 받거나, 거리 퍼포먼스를 하는 등 더 다양한 연대 활동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촛불을 드는 곳들, 새로운 행동을 조직하는 곳들을 더욱 쉽게 알아보고, 가까운 곳의 행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동네 촛불’ 페이지를 개편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개개인들이 일상적 연대 행동이나 시/도 단위의 집중 행동을 직관적으로 알아보고 결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개편된 촛불 지도에서는 각 행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은 행동이 취소/변경될 경우에 대비해 주관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으며(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웹상에 노출되는 일은 없습니다), 지역의 각 촛불 등 연대행동을 조직하시는 분들은 직접 행동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뉴스레터를 발송할 때에는 사이트를 오픈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상세한 말씀은 다음 호에 기약드리겠습니다!

서울 ◯◯고교에서(어딘지 알고 싶습니다!) 원활한 교육활동과 효과적인 출결관리를 위해서 학생들의 지문을 수집한다고 합니다. (한겨레, 2014. 6. 11. 기사)
이번 기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문정보 수집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사례를 살피기는 힘들고, ‘① 2005년 학교급식관련지문날인 강요, ② 2005년 대학도서관지문인식시
스템설치, ③ 2011년 세종시 스마트스쿨, 학생출석확인 위한 지문인식시스템 도입, ④ 2012년 출퇴근 시 지문등록 강요’를 중심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문정보의 수집/사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위험성을 지적하였습니다.
① 지문 등 생체정보는 유일성, 불변성,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 유일식별자로 기능하므로 데이터베이스화되기 쉬운 특징, ② 수집된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 ③ 유일식별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
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연결의 고리로 기능, ④ 생체인식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유형의 공격, ⑤ 시스템의 오류, ⑥ 생체정보는 일반 개인정보와 달리 신체 그 자체로부터(만) 획득될 수 있는 강한 일신전속성을 가지는 유일식별자이기 때문에 생체정보의 활용은 언제든지 정보의 축적, ⑦ 축적된 정보가 집적될 경우는 그 정보주체에 대한 전면적인 추적과 감시 우려, ⑧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시민의 자유를 위협.
이런 위험성 때문에 지문정보를 굳이 사용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① 공공기관이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제한하여 지문과 같이 민감한 생체개인정보를 수집, 보관, 전산화,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할 것, ②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생체인식 시스템의 적절한 수단인지, 도입되는 구체적인 방식은 적절한 지를 사전에 검토하고, 그 과정에 해당정보주체의 참여를 보장, ③ 민감한 생체정보는 개인 동의 이상의 엄격한 기준 설정이 필요, ④ 이러한 영향평가와 엄격한 기준 검토를 통해 목적에 따른 적절한 인증수단 또는 신원 식별수단을 채택해야 할 것, ⑤ 기술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안정성 조치를 강구.
국가인권위원회는 네가지 사례가 모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출결관리를 위해서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동의서를 받은 ..고교의 사례도 인권침해에 해당할까요? 당연히 인권침해에 해당합니다. 지문과 같은 민감한 신체정보를 고작해야 학생들의 출결확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급식, 대학도서관 출입, 직장인의 출퇴근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한겨레 기사에 대해서 어떤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선생님이 출석부를 들고 한명 한명 이름 부르며 눈을 맞추는 것이 교육의 시작 아닐까요.”

는 민영화, 비정규직, 노동탄압, 대학기업화에 맞서는 싸움의 하나로, 노동자, 학생들과 간담회, 문화제 등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세월호의 침몰은, 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결말이 어떨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연대만이 우리 사회의 침몰을 막을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는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대학생,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싸우는 보건의료 노동자, 노동 탄압에 맞서 싸우는 전북버스, 충북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함께 연대하고자 합니다. 5박 6일 동안 전국 대학생들이 만들 뜨겁고 치열한 여름을 위해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http://www.socialfunch.org/2014nodong

안녕하세요. 정보공유연대에 운영위원으로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이동길 변호사입니다.
제가 진보넷과 정보공유연대에서 활동하고자 한 것은 제가 변호사가 된 계기와 같은 이유입니다. 2000년에 군 복무 중 걸린 말라리아가 잠복기를 거쳐 제대 후에 발병하여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13킬로가 빠지는 고통을 겪다가, 말라리아 진단을 받고 알약 네 알 먹고 두 시간 뒤에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말라리아 공부를 좀 했습니다. 근대 초기에 유럽에서는 말라리아 약의 원료인 키나 나무를 허가받지 안고 재배하면 사형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조리가 현대에도 의약품 특허라는 이름으로 계속된다는 것도. 이 사실을 알고난 뒤 변리사가 되려고 다니던 대학원(저는 원래 전기쟁이입니다)을 자퇴했습니다. 결국 변리사는 못되고 변호사부터 된 다음에 (자동으로 부여되는) 변리사 등록을 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 그 계기가 되었던 것들을 개선해 보고자 정보공유연대의 문을 두드리긴 했는데… 먹고 사느라 바빠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허락하는 만큼이라도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자리 잡으면…이라고 미룰 수도 있지만 지금 못하는 건 나중에도 결국 못하는 것이니까요.

이 영화는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서 “최근 본 영화중에서 제일 재미없었음”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본래 제목은 “폐쇄회로(Closed Circuit)”이다. 스포일링을 좀 하자면, 주인공들은 비밀정보기관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애를 쓰지만 정부가 짜놓은 회로 안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한다. 반전은 없었다. 이런 결말에 관객은 돈 아까운 생각이 들 법 하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의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 법이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우리가 이렇게 더러운 피를 묻혀 가기때문에 너희가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라며 늘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시민들에게는 질서를 지키라고 말하지만 자신들은 그 위에서 불법과 인권침해를 자행한다. 시민들에게서 선출되지 않은 정보기관이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붙이려고 하고 선출된 정부는 그들의 앞잡이로 전락한다. 국가안보 때문에 비공개 재판을 한다지만, 사실은 시민들의 눈과 입과 귀로부터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비공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죽어라 뛰었던 주인공들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것은 폐쇄회로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마지막 장면에 있지 않을까 싶다. 공개 청문회가 남은 것이다. 일찌기 대중 앞에 사실이 공개되었다면 죽어간 등장 인물들도 목숨을 부지했을지 모른다. 지금 러시아에서 망명 중인 스노덴 처럼 말이다. 음지가 그들만의 세상일 때, 그 음지의 범위를 줄여가는 양지가 바로 민주주의다. 아무리 시끄럽고 ‘미개해’ 보이더라도 민주주의에, 우리는 그래서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서까지 갑갑한 세상사 때문에 머리가 아파야 한다면, 아니 오히려 더 갑갑해져서 극장문을 나서야 한다면 참 우울할 것이다. 그래도 시민들이 답하지 않으면, 아니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폐쇄회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의 대책은 국가안전처로 귀결되는 듯 하다. 그것이 미국과 영국에서 국토안보부가 자행하는 시민감시와 달라지길 바란다면, 누구를 위한 국가안보인지 우리는 늘 물어야 한다.

편집자주: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의 검색결과 링크를 삭제해달라는 한 이용자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잊혀질 권리”라는 제하에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국내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구글은 결정 직후에 크게 반발했지만 며칠 후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구글의 검색결과로 나타나는 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부정확하거나 과도한 경우에는 검색결과에서 보이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든 것입니다. 단, 그 요청 대상을 유럽인으로 한정했습니다. 그래도 첫날부터 엄청난 신청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에서 관련 제도의 도입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이 권리를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이미 보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세계 검색시장을 독점하는 글로벌 공룡 기업 구글의 책무와, 잊혀질 권리와, 표현의 자유 모두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판결문의 본래 취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번역 오류는 della 골뱅이 jinbo.net 으로 알려주세요.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지침은 개인정보가 처리될 때, 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면서도 자연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특히 프라이버시권)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010년 스페인 시민인 마리오 코스테하 곤살레스는,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에 스페인 유력 일간지 ‘라 반가르디아’와 구글 스페인, 그리고 구글 본사를 상대로 한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진정에서] 곤살레스는,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 이용자가 구글 검색엔진에 입력했을 때 그 검색결과에는 1998년 1월과 3월의 라 반가르디아 신문 2페이지로의 링크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페이지들은 곤살레스의 사회보장대출금 상환을 위해 압류된 부동산의 경매를 공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진정서에서 곤살레스는 다음과 같이 청구하였다. 첫째, 라 반가르디아에 대해서는, 문제의 페이지를 삭제 또는 변경할 것(그래서 그에 대한 개인정보가 더이상 드러나지 않도록 할 것), 혹은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검색엔진에서 제공하는 특정한 기능을 사용할 것. 둘째, 구글 스페인이나 구글 본사에 대해서는, 개인정보가 더 이상 검색결과와 라 반가르디아로의 링크에 나타나지 않도록 그에 대한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감출 것. 이러한 맥락에서 곤살레스는, 몇년 동안 그와 관련한 압류 절차들이 완전히 해소되었고 그 사실에 대한 문서들은 이제 전적으로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문제의 정보가 적법하게 출판되었었다는 점에서 라 반가르디아에 대한 진정을 기각하였다. 하지만 구글 스페인과 구글 본사에 대한 진정은 인용되었다.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두 회사에 대해, 그들의 색인에서 그 정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장차 불능화할 것을 요청하였다. 구글 스페인과 구글 본사는 두 조치에 대해 스페인 고등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며, 개인정보보호원의 결정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스페인 법원이 본 재판소에 일련의 질의를 회부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오늘의 결정에서, 본 재판소는 무엇보다, 인터넷에 게시된 정보에 대한 자동적이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검색에 의해, 검색엔진 운영자는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에서 의미하는 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나아가 재판소는, 이 운영자가 자신의 색인 프로그램 체계 내에서, 문제의 개인정보를 ‘검색’하고, ‘기록’하고, ‘조직’하며, 그후 자신의 서버에 그것을 ‘보관’하고, 경우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검색결과의 형태로 ‘공개하고’ ‘사용’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운용은, 검색엔진 운영자가 개인정보를 일반 정보와 구분하지 않고 처리한다는 사실과 상관 없이,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에서 분명하고 무조건적으로 언급한 ‘처리’로 분류되어야 한다. 언론에 보도된 그대로 게재된 자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지침에서 거론한 운용은 ‘처리’로 분류되어야 한다. 이런 사건에 지침을 적용할 때 예외를 인정한다면 지침의 효과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 나아가 본 재판소는, 처리의 목적과 수단을 결정하는 것이 운영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침이 의미하는 바 처리의 측면에서 검색엔진 운영자는 개인정보처리자(controller)라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검색엔진의 활동이 웹사이트 게시자의 활동에 더해지고 프라이버시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검색엔진 운영자는 자신의 책무, 권한, 능력의 테두리 안에서 반드시 그 활동이 지침의 요건을 준수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는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이 완전한 보장 효과를 갖고 실제적으로 정보주체(특히 그들의 프라이버시권)를 효과적이고 최대한으로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침의 영토 범위와 관련해서, 본 재판소는 구글 스페인이 구글 본사의 스페인 영토 내 자회사이며, 지침이 의미하는 바 ‘설립체’라고 본다. 구글 검색엔진의 개인정보처리가 스페인 내 해당 설립체의 활동 맥락에서 수행되지 않는다는 논의를 배척한다. 그 점과 관련하여, 유럽연합 비회원국에 소재하고 있더라도 회원국 내에 설립체를 보유한 어떤 사업체가 있을 경우, 그 사업체가 운영하는 검색엔진의 목적을 위해 그런 정보가 처리되고, 만약 그 설립체가 검색엔진 서비스로 수익을 내기 위하여 문제의 회원국 내에서 광고공간을 홍보·판매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처리는 지침이 의미하는 바 그 설립체의 ‘활동과 관련하여(in the context of the activities)’ 수행되는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검색엔진 운영자 책임성에 관한 한, 제3자에 의해 게시되었고, 개인의 이름으로 검색한 결과 나타난 목록에 개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웹페이지가 있는 경우, 본 재판소는 운영자가 특정 조건 하에서 그 페이지로의 링크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런 웹페이지들에서 이름 혹은 정보가 사전에 혹은 동시에 삭제되지 않은 경우에도 그런 의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그 페이지들에 그러한 게시를 하는 것이 적법한 경우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적하는 바, 검색엔진 운영자에 의해 수행되는 개인정보의 처리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어떤 개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인터넷 검색결과를 통해 개인정보에 대한 조직적인 개관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보는 잠재적으로 그의 사생활 다방면에 관한 것이고, 검색엔진이 없었으면 이 정보가 상호연결되지 못했거나 무척 어렵게 연결되었을 것이다. 이로써 인터넷 이용자는 검색된 개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상세한 신상 명세를 구할 수 있다. 더구나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과 검색엔진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이들이 그런 유비쿼터스 검색목록에 담겨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 효과가 커지고 있다. 그 잠재적인 심각성 측면에서, 단지 검색엔진 운영자가 정보처리 과정에 대해 경제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검색결과에서 링크를 삭제하는 것이, 문제되는 정보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잠재적으로 그 정보에 접근할 생각이 있는 인터넷 이용자의 정당한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본 재판소는 그 이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특히 프라이버시권과 개인정보보호의 권리) 간에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 점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정보주체의 권리가 인터넷 이용자의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적절한 균형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정보의 성격과 정보주체의 사생활의 민감성, 그리고 해당 정보의 접근에 대한 공공의 이익(특히, 이러한 이익은 정보 주체가 공적 영역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웹페이지에 게재된 개인적인 정보가 일정한 시기가 지난 후에는 ‘잊혀지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정보주체가 검색결과목록에서 웹페이지 링크를 삭제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에 의해 가능한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회신한다. 정보주체의 청구에 따라, 검색결과목록에 그 링크들을 포함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검색결과목록에서 그 링크와 정보가 삭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 재판소는 본다. 이 점과 관련하여, 처음에 정확한 정보가 적법하게 처리되었더라도,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침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사건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그 정보가 처리되는 목적 및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적절하거나, 무관하거나, 더이상 관련이 없거나, 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그렇다. 덧붙여, 검색엔진 운영자의 정보처리를 중지시켜 달라고 정보주체가 제기한 청구를 살필 때에는, 특히 정보주체의 이름으로 검색한 결과에서 그와 개인적으로 관련된 정보가 더이상 자기 이름과 링크되지 않을 권리를 현 시점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검토해야만 한다. 그런 검색이 이루어졌을 때 (그 정보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공익이라는 사실이 타당할 만큼) 정보주체가 공적 생활에서 역할을 수행했다던지 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웹페이지로의 링크는 검색결과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본 재판소는 정보주체가 그 시점에 그 가치를 적법하게 검토할 수 있는 검색엔진 운영자(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 직접 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개인정보처리자가 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보주체는 이 문제를 주무당국이나 사법당국에 고발하여, 기관이 필요성을 검토한 후 개인정보처리자에게 특별한 부대조치를 취하도록 명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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