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변경, 헌법재판소로
지난 2011년 11월 8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주민번호 변경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http://act.jinbo.net/drupal/node/6612
네이트에서 3천5백만에 달하는 국민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사건 등에서 피해를 입은 원고들은, 평생 불변하는 주민번호로 인하여 그 피해가 반복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번호를 변경해 달라는 원고들의 요청은 행정안전부와 구청에서 각각 거부당하였고 이에 그 거부처분을 취소할 것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소송들은 지난해 5월 4일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각기 패소판결을 받았습니다. 현행 주민등록법령의 해석상 원고들의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함께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들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되었습니다.
이에 이 사건의 원고들은 어제(2/27)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헌법소원에서 원고들은 주민번호제도와 그에 대한 변경을 규정하지 않은 법률조항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첫째, 전 국민에 대한 고유불변의 주민등록번호 부여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입니다.
개인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정보만으로도 인구의 동태 파악을 위한 개인식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설령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각각의 행정영역마다 개인에게 별도의 식별번호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현재 운전면허번호, 의료보험번호, 여권번호, 예금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 학번, 군번 등), 그 사람의 나이, 생년월일, 성별, 지역 등을 한번에 알 수 있게 하는 13자리 숫자코드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제도는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함은 물론 국민은 행정기관에 의해 고유번호로 분류되거나 구분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제도로 인하여 보호하려는 공익은 주민의 거주관계 파악, 주민생활의 편익 증진,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인데, 이러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령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13자리 숫자의 개인식별용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지나치게 많은 개인의 정보를 하나의 숫자체계에 담고 있다는 점, 이로써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사생활의 영역이나 인격의 발현에 위축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나아가서 공공영역은 물론 민간영역에서까지 주민등록번호가 수집 및 활용되고 있고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점을 고려한다면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그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둘째, 주민등록번호를 언제 변경할 수 있고, 언제 정정할 수 있는지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헌입니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은 개인정보의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라는 차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핵심적 내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조항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거나 유출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예상 또는 실제 피해가 발생한 국민이 이러한 피해를 제거할 방법이 전혀 없게 되고, 이러한 방법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할 것을 규정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형해화한다는 점에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합니다. 나아가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은 주민의 거주관계 파악, 주민생활의 편익 증진,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라는 주민등록법의 목적에 비하여 과도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주민등록번호에 담았다는 점, 이러한 정보 유출에 대한 아무런 변경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하여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위헌입니다.
201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