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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운영의 비공개주의 관행

By 2012/10/2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민경

인권위 운영의 비공개주의 관행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 이래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두고 여러 가지 비판의 말이 많다. 그 중 인권위의 불투명한 운영도 한몫 차지하고 있다. 지난 ‘인권위, 파장? 파장!’ 에서도 인권위의 회의록 공개를 통해 무자격 인권위원의 망언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짧게 언급된 바 있다. 내 경험을 토대로 불투명한 인권위 운영으로 인한 실망기를 소개하겠다.

3년간 전원위원회 비공개가 무려 43.1%

인권위는 매달 2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나는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회의일정을 보고 주요안건이 올라오면 위원들이 어떤 논의를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모니터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인권위 회의 방청에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회의 시작 3시간 전까지 신청을 해야만 방청할 수 있고, 방청인은 10명으로 제한한다. 전원위원회는 월요일에 진행되는데 회의일정은 주로 금요일 정도에 공개되기 때문에 제때 확인하지 못하면 방청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안건이 비공개로 진행되어 방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방청을 갔는데 갑자기 당일 안건이 비공개로 전환되는 바람에 왜 비공개가 되었는지도 모른 채 허탈하게 돌아와야 했던 경험도 있다.

인권위 전원위원회 비공개 현황을 보면, 전체건수 중 재상정 건수를 제외하고 2010년 공개 27건, 비공개 35건(56.4%), 2011년 공개 40건, 비공개 24건(37.5%), 2012년 10월 기준 공개 32건 비공개 16건(33.3%)이다. 2010년부터 올 10월까지 전체 174건 중 비공개 건수는 75건으로 무려 43.1%에 달한다. 인권위 회의 비공개 진행은「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제8조의2(회의의 공개 및 방청 등) 제1호 “전원위원회, 상임위원회(단, 침해, 차별 등에 대한 진정구제사건은 제외한다.)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해당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의결한 경우에는 회의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의결한 경우"라는 모호한 조항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회의를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사유로 비공개 되었는지조차 공개하고 있지 않은 것은 인권위 운영의 큰 문제로 작용한다.

정보공개청구도 위법한 법적용으로 거부

인권위 회의에 직접 방청을 가지 못하거나, 의결 과정이나 결과가 궁금할 때는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공개 결정을 받기란 쉽지 않다. 작년 12월과 올해 초, 인권위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ㆍNAP) 권고의 건을 의결하기 위해 회의를 3차례 진행한 바 있다. 2011년 제48차 상임위원회(2011.12.15), 2011년 제23차 전원위원회(2011.12.26), 2012년 제1차 임시전원위원회(2012.01.03)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인권위는 제2기 NAP권고안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에서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실상 정부안과 같았지만,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1기 NAP보다 후퇴하는 안이 나왔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3차례 회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내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해왔다.「국가인권위원회법」제49조에 의하면 "위원회의 진정에 대한 조사, 조정 및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비공개 통지를 해온 것이다. NAP권고안에 대한 의결은 진정사건이 아님에도 법 적용을 잘못하여 비공개 통지를 해온 것이 어이없고 화가 났다. 이의신청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나를 더 황당하게 할 뿐이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의 예외규정에 의한 비공개 정보에 해당되며, 최종 확정된 내용이 아닌 내부 검토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서 공개될 경우 위원회의 공정한 의사결정 및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최종권고안이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었으니 청구정보를 비공개한다고 하여 알권리가 크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변을 인권위로부터 받았다는 것이 과히 충격적이었다. 결국, 행정심판을 청구하였고 인권위의 정보비공개 결정은 위법·부당하다는 재결을 받아냈지만, 이미 인권위의 부당한 답변과 불투명한 운영에 크게 실망한 뒤였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도 2010년 ‘현병철 위원장의 이름으로 보내진 화환, 조화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인권위가 “자료를 보유,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인권위의 불성실한 정보공개태도에 실망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정보공개 거부를 당했을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위원들의 자유로운 토의 보장을 위해 회의록 비공개?!

최근 시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공공기관 스스로 사전에 정보공개를 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정보 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정부2.0(Government2.0)’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인권위는 과연 공공기관의 투명성 보장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대답은 ‘아니오’다. 인권위는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자발적으로 공개하지도 않을뿐더러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위원들의 이름은 가려지거나 “인권위원들의 자유로운 토의 보장 및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현저하게 지장 받을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하는 일이 빈번하다.

오히려 다른 행정기관이 인권위보다 정보공개에 더 노력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작년 7월부터「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여 회의록 공개 적용범위를 소위원회 회의록까지 확대하였다. 이는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의록을 남김으로써 위원 개개인으로 하여금 보다 책임감 있는 논의와 발언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권위라면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다른 국가기관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권위는 회의를 비롯한 운영에 대한 정보 비공개 대상을 축소하고 구체화하여 자의적인 비공개를 막고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공개주의에 사로잡힌 인권위원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글은 인권오름 제319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