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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를 이유로 외국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미국… 실효성 없이 인권침해 요소만 가득{/}외국인은 모두 테러용의자?

By 2004/03/04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정보운동

이상진

지난 달 5일부터 미국은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정보수집에 들어갔다. 미국의 새로운 출입국심사제도규정은, 캐나다 등 28개 비자 면제대상국의 국민을 제외한 모든 입국 대상자들의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115개 국제공항과 14개 주요항구에 지문·사진을 이용한 방문자및이민자신분인식기술(US-VISIT)을 설치한 상태다.

이외에도 출입국심사제도규정에는 미국이 외국 항공사로부터 승객의 신상정보를 넘겨받아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후, 승객들을 ‘적색’, ‘황색’, ‘녹색’등 3단계로 구분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출입국심사제도만이 아니라 비자와 여권발급시에도 지문과 같은 생체정보를 담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한미대사관은 오는 8월부터 미국방문비자 발급시 지문과 사진을 디지털화해서 담을 예정이며, 유럽연합 역시 10월말까지 필요한 시행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만일 생체여권을 만들지 않을 경우, 비자 면제대상국 국민들도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미국의 새로운 비자발급제도와 출입국심사제도에 인종차별 요소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문날인반대연대(이하 반대연대)는 지난달 20일 성명서를 통해, 이는 ‘미국식 세계질서를 강요하는 오만한 발상’이며, ‘힘없는 나라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반대연대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정보로써 함부로 채취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되는 지문을 국제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폭력’이라며 ‘심각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제도의 실시 이유로 미국이 내세우는 ‘테러방지’효과에 대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즉 테러리스트 중 상당수가 위조하지 않은 여권과 비자를 이용해 테러에 가담한다는 점과 프랑스, 영국 등 비자 면제대상국의 국적이나 미국 국적을 취득한 테러리스트는 비자면제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간단한 출입국심사만으로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월 9일에는 미국의 한국인 대상 생체정보수집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진정서에는 ‘미국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채취해 관리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미국 정부가 생체 인식정보 채취 절차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상호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국인들에 대해서도 사진촬영과 지문채취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우리 모두는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브라질 정부는 보복조치로서 미국인 입국자에 대해 똑같이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실시한 바 있는데, 한국정부는 여기에 대해 한 마디 말도 없다. 정말로 자주외교를 외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2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미국의 생체정보수집시스템 철회를 요구한다.

200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