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자유행정심의

방통심의위는 여전히 SNS∙인터넷 검열기구일 뿐이다

By 2012/02/0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민경

방통심의위는 여전히 SNS∙인터넷 검열기구일 뿐이다

  

방통심의위가 SNS 경고제를 도입한다고 밝혀 또 다시 SNS 규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SNS 심의에 대한 우려와 반발은 지난 해 방통심의위가 ‘뉴미디어정보심의팀’ 신설 계획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방통심의위의 계획은 뉴미디어정보심의심의팀을 꾸려 SNS 상의 정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심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SNS 상의 불법 및 유해 정보는 미미한 수준이다. 방통심의위가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한 배경에는 SNS를 위험한 매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규제의 잣대로 인터넷 상의 정보를 대하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근본적인 문제다.

 

‘SNS 경고제’는 있으나 마나

방통심의위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사업자가 운영을 하고 외국서버를 통해 유통되는 SNS 상 불법 유해 정보에 대해 국내 통신사에 차단을 요청하여 계정전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1건의 불법 혹은 유해 정보 때문에 나머지 수많은 합법적인 게시물까지도 차단하는 방통심의위의 규제 방식이 과잉규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방통심의위는 이러한 과잉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에 게시자에게 삭제 조치하라는 통보를 하여 자진 삭제를 하도록 조치하는 ‘SNS 경고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경고 후 1일 안에 게시자가 삭제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존의 방식대로 계정 자체를 차단하게 된다. 이러한 SNS 경고제에 대하여 방통심의위는 마치 계정접속차단을 하기 전에 게시자에게 자진삭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할 뿐이며, 국민의 기본권 침해 행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정요구를 할 때 게시자에게 사전고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며, 방통심의위가 조금이나마 과잉규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의를 하고 시정요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게시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절차가 확보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방통심의위가 게시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직접 통지를 아니하고 사전적으로 의견제출 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판단하였다.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사전의견진술 절차가 필요하다는 일부 위원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SNS 경고제는 게시자의 판단 여부와 관계없이 게시자가 직접 자신의 표현물을 삭제할 것을 강제하는 절차일 뿐이다.

 

유해에 대한 막연한 의심으로 표현의 자유 제약

2002년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즉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서 “부득이한 경우 국가는 표현의규제의 과잉보다는 오히려 규제의 부족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과잉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물 또한 규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MB18nomA’, ‘2MB18nomAX’ 트위터계정 차단 사례이다. 욕설이 혐오감 또는 불쾌감을 주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차단되었는데, ‘저속한 표현’은 우리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 받는 표현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위원들의 자의적인 생각에 의존하여 심의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행정기구의 통신심의는 국가검열

방통심의위의 SNS 심의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신은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본질적인 문제는 방통심의위가 SNS상의 정보를 규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 내용 전체에 대해 행정기구가 불법성과 유해성을 판단하는데 있다. 방통심의위는 자신들은 행정청이 아니며 삭제 등 시정요구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 이행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것은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가 수용자에 대하여 실질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인터넷 내용규제를 행정기구가 하는 나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심의는 바로 정부가 인터넷 게시글을 검열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검열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의 비판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한다. 이와같은 이유로 해외에서는 대부분 민간자율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정부의 역할은 자율규제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최소화하고 있다.

 

게시글의 불법 여부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불법이 아닌 다른 분야 심의는 자율규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인터넷 상 불법 유해 정보와 맞서는 방법은 시민사회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키우고 내공을 기르는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버티고 있는 한 시민사회 스스로 판단하고 규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란 불가능하다. 성숙한 인터넷문화를 위해서라도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는 폐지되어야 한다.

 

 

*정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이 글은 2012.2.3일자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vop.co.kr/view.php?cid=A00000472373

 

201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