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한반도 긴장상황을 명분으로 한 인터넷 검열 납득할 수 없다

By 2010/12/22 12월 26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한반도 긴장상황을 명분으로 한 인터넷 검열 납득할 수 없다
 
 
오늘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포털업체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이 허위라고 신고한 글은 방통심의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긴장상황을 핑계로 법적 근거도 없는 인터넷 검열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간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 등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의사 표현을 과도하게 통제해 왔다. 정부의 입장과 다른 ‘사실’ 추정 게시물은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입장과 다른 ‘의견’ 게시물은 ‘명예훼손’이라거나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경찰과 검찰의 형사소추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천안함 사건 당시에 경찰은 수사를 넘어서서 직접 포털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과 게시물 단속에 나섰던 바 있고, 과도한 게시물 삭제 요구를 두고 포털업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그 결과 사실 묘사와 의견을 가리지 않고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터넷 게시물들을 형사처벌로 겁박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져 왔다. 
 
특히 이번 조치에서 방통위 관계자가 ‘허위사실유포’를 주요한 명분으로 삼은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허위사실유포’라는 죄목은 2008년 촛불 시위 이전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된 바가 없다. 그런데 촛불 이후 경찰과 검찰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나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형사소추하는데 이 조항을 사용해 왔다. 얼마나 많은 표현물이 "허위사실유포"를 이유로 형사소추되고 있는지 전체적인 통계를 구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에서만 2008년 1건, 2009년 3건, 2010년(상반기) 19건이 배당되는 등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임에는 분명하다.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때문에 지난 5월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 법률 조항의 삭제를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도 현재 이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심사를 진행 중이다.
 
한반도 긴장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입단속이 아니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허위라고 판단한 글은,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형식적인 심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인터넷을 ‘간이하게’ 검열하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때 반드시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우리는 엄중 경고한다. 
 
 
2010년 12월 22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