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년 전,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온라인 세계에서 진보적 생각을 피력하고 함께 나누는 터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이 자금을 모으고 고군분투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노력으로 탄생한 진보넷은 지난 시간 넷세상에서 진보적 생각들을 아우르는 한편,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의 따뜻하면서도 든든한 둥지가 되어 왔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진보넷이 활동해온 지난 10년간 우리 세상은 넷세상과 현실세계, 두 가지가 맞물려 함께 돌아가는 세상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익명성에 기댄 인격모독이나 유언비어 등의 부작용도 있었지만, 우리는 넷세상의 건전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경험을 겪었습니다. 인터넷 여론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원동력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을 보기도 하였으며, 특히 지난 봄 국민의 건강과 주권을 지키기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몇 달 간이나 이어진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넷세상과 현실세계를 생각해 봅니다. 현실세계는 진보를 위해 헌신해 온 시민인권단체나 활동가들에게 더욱 가혹한 인내와 투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진보적 사상과 실천이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위한 방식도 새롭게 풀어야 할 는 지에 대한 회의도 깊습니다. 경제 위기를 포함한 국제적 국내적 상황이 진보적 활동가들에게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를 풀어내야 할 과제를 앞에 두고 넷세상과 현실 세계, 어디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실천력을 가진 진보를 위해서 우리는 이제 현실세계와 온라인 양쪽에서 그 진열을 가다듬고 더욱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목마른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풀어주고, 그 문제의식을 풀어주기 위하여 더욱 따뜻하고 알찬 둥지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에서의 생각과 활동이 현실에서 왜곡되거나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그 실천방식을 다양화하고 그 실천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진보넷 창립 10주년을 축하드리며, 놓여진 과제와 걸어야 할 길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크지만, 오늘 하루만은 서로 기뻐하고 격려해주면서, 앞으로 더욱 어깨걸고 든든히 나가는 넷세상의 큰 터전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