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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중앙대 교수, 진보네트워크센터 전 대표

By 2010/08/2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문을 연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돌아가신 김진균 선생의 후임으로 잠깐 대표직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

1990년대 후반에 정보운동을 위해 진보네트워크센터를 결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제는 이런 운동도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 우리가 정보운동의 이 산실을 출범시키지 않았다면 한국 사회운동은 메울 수 없는 큰 구멍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당시 정보운동이 등장한 것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과제가 동시에 제기된 때문으로 보인다. 1990년대 말 한국 사회에는 인터넷기술 환경 조성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변동이 생겨났고, 이때 등장한 온라인 소통체계에 대한 진보적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 당시는 또한 IMF 위기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강화되던 시점이다. 국내외 자본의 지배가 강화됨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은 스스로 권리를 지켜야 했고, 지적재산권을 내세운 자본의 공격에 맞서 정보공유 운동을 전개할 필요성도 이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실천해온 정보운동이 사회적으로 중요해진 것은 인권의 의미와 양상이 역사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정보운동의 등장은 온라인 소통이라는 기술적 환경이 새롭게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정보의 소유와 이용 방식을 둘러싼 계급적 대립이 발생한 결과이다.

정보운동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보의 생산과 소통, 온라인 활동 등을 둘러싸고 긴박한 싸움이 계속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사이버 활동에 대한 통제 기도가 노골화되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 정권은 지금도 ‘사이버모욕죄’를 제정하려고 나서고 있다.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려는 자본과 국가의 기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정보운동은 멈출 수 없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앞으로도 한국 정보운동의 선두에 서줄 것을 기대한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 진보네트워크센터 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