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계간지 액트온

코드 : 역감시逆監視, inverse surveillance

By 2010/07/2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laron

이것은 작은 교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초등학생을 교사로 보이는 이가 몸과 마음을 다해 폭력을 정확하게 행사합니다. 일명 ‘오장풍’ 사건. 사건은 폭행이 발생한 현장에서 한 초등학생이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 동영상으로 촬영 한 후 인터넷에 올리면서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을 마구 폭행했던 오장풍 선생은 결국 초등학교 교사에서 직위해제 되었지만 민심은 아직 수그러들고 있지 않습니다.

사건이 크게 알려질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의 공분을 살 수 있었던 것도 ‘동영상’이라는 생생한 매체를 통해 오장풍의 광기가 날것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동영상이 교실친구에 의해 촬영된 것이 아니라 교실CCTV 등 이미 통제권을 쥔 이들의 기기를 통해 촬영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파급력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설령 사건이 알려지고 오장풍씨가 직위해제 된다 하더라도 동영상은 삭제와 편집을 거쳐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조작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추측이야말로 가장 생생한 현실일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학교에서 천안함 부교재를 가지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고사리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 속 동영상은 역감시의 표본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약자에 손에 쥐어진 감시수단이 부정의를 알리고 만인의 공분을 모아 사악한 자를 벌합니다. 자본과 권력의 감시수단은 우리의 생산을, 우리의 도덕을,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왜곡하는 체계적 수단이라면, 핸드폰 속 아이의 동영상, 당신의 역감시는 일상의 지층에서 생생함으로 저들의 폭력과 만행을 기록하는 무기입니다.

이렇게 역감시는 단순히 감시를 떠나 약자의 저항수단이 됩니다. 아이의 손을 떠나 인터넷으로 흘러간 동영상은 더 이상 화소와 둔탁한 소음의 조합이 아닌 고발이 됩니다. 저들은 지배하기 위해 감시하지만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저들의 뻔뻔한 폭력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당당하고 은밀하게 버튼을 누르시길 바랍니다. 국회의원 강용석의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를 듣던 이들 중 누군가가 버튼을 눌렀으면 어땠을까요. ‘그런 적 없다’ 판에 박힌 저들의 낯짝은 얼마나 더 비틀려야 진실 토해낼까요.

    늦었습니다. 약간은 미안합니다. 빈 시간을 벌충하려다 보니 조금 더 길어졌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계간지 ‘정보운동 ActOn 제9호’ 입니다.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