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의 협의 및 고지 없는 노동자 감시설비 도입은 불법
–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인사·노무편) 개정을 환영한다
지난 1월 3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인사‧노무편)」을 개정, 발표하였다. 2012년 제정되어 2015년 개정된 동 가이드라인은 CCTV, 출퇴근 관리 지문인식기, 인터넷 모니터링 등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를 감시할 수 있는 디지털 장치에 대한 규율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2017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업장 전자감시의 주요 유형별 개인정보 처리의 요건, 절차 및 근로자의 권리 보호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을 권고하였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핵심은 사업장 내 디지털 장치를 통한 근로자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를 위한 기준을 포함한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 및 시민사회의 요구가 늦게나마 수용된 것을 환영한다.
동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1) 사용자는 디지털 장치 도입 시 그 목적과 개인정보 처리내용 등을 노동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2) 노사협의회가 설치된 경우 노사협의를 해야 하며, 3)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가 처리되도록 디지털 장치를 운용해야 하고, 4) 디지털 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여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5) 근로자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해 개인정보 처리내용을 근로자에게 공개하고, 6) 개인정보 열람권 등 근로자의 정보주체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규율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및 근로자참여법 등에 따라 당연히 준수되어야할 규정이었다. 그러나 2022년 ‘디지털 노동감시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사업장 내에 디지털 장치를 도입할 때 근로자 대표와 협의없이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근로자참여법이 거의 무시되고 있었고, 디지털 장치를 통해 어떠한 정보가 수집되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근로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비율도 높았다. 업무용 앱을 근로자 개인 스마트폰에 강제하는 등 대체수단을 제공하지 않고 강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으며, 사업장 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개인정보위와 고용노동부의 감독 역시 미흡했다. 이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만큼, 노동자를 감시하고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동 가이드라인의 모든 내용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노동자 정보주체의 관점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을 명분으로 노동조합 등과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감시설비를 도입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미 사업장 내에 다양한 디지털 장치와 설비들이 도입되고 있고 기술적인 특성에 따라 고려해야할 점이 다른만큼,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디지털 장치의 유형별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길 필요가 있었지만 이번 개정은 원칙적인 기준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원칙적인 기준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방법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설비의 설치 여부, 범위, 요건, 절차 등에 대해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사용자와 협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개선되어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권력관계는 근본적으로 불균형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근로자의 동의가 강압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부규정 및 처벌조항이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근로자참여법을 대신하여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대표가 디지털 설비 설치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정보위와 고용노동부는 동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을 수 있도록 사업자에 대한 감독과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끝.
2023년 2월 1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