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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콤 사장 구속 사태로 바라본 저작권에 대한 두 가지 관점

By 2010/06/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오병일

지난 6월 16일 이용자들의 영화 파일 불법 유통을 조장, 방치한 혐의로 나우콤(피디박스, 클럽박스), 미디어네트웍스(엠파일), 아이서브(폴더플러스), 한국 유비쿼터스기술센터(엔디스크), 이지원(위디스크) 대표 등 5명이 구속되었다고 한다. 특히 (주)나우콤의 문용식 사장이 포함된 것에 대해, 나우콤이 최근 한미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대한 현장 중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프리카’의 운영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의 여론 탄압’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 협의회’로부터 이번에 대표가 구속된 6개 업체를 포함하여 8개 업체에 대한 고소를 접수해 수사해왔으며, 나우콤의 ‘아프리카’는 수사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과 언론이 이미 지적하고 있다시피, ‘아프리카’ 운영사인 나우콤의 문용식 사장을 구속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촛불시위의 확산을 막고자 하는 치졸한 정치 탄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왔고, 불법을 조장하는 조치나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나우콤의 해명은 차치하고서라도, 온라인 저작권 문제의 대표적 사례인 소리바다의 경우에도 구속 수사를 하지 않았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까지 굳이 구속수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점에서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엉뚱하게도 저작권법이 이용된 사례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삼미특수강 노동조합이 포항제철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안티포스코’ 사이트를 제작한 것에 대해 포항제철측이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삼미특수강 노동조합이 ‘안티포스코’ 사이트를 만든 것이 기껏 타인(포항제철)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해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란 말인가? 어처구니없는 소송이었고, 결국 2001년 법원은 ‘안티포스코’에 대한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였다. 즉,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많다. 컴퓨터 칩 제조사인 인텔(Intel)은 자신의 컴퓨터 칩 오류를 파헤쳐 놓은 인터넷 사이트에 시비를 걸기 위해 저작권은 이용했다. intel 로고를 패러디한 로고를 홈페이지에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1999년 포드 자동차의 한 노동자가 이용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불량을 회사 쪽에서는 알고 있는데, 포드 자동차에 대해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입수하여 웹사이트에 게재하였는데, 이에 포드 자동차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 저작권 위반 혐의로 항의했고, ISP는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우콤 사장의 구속이 비록 정치적 탄압의 측면이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나우콤을 비롯한 웹하드 업체들이 영화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된 것은 ‘디지털 환경에서 문화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로 보아야 함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서도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존재한다.

저작물 이용 활성화 위한 법적, 공공정책적 장치는 고려대상 아닌 현실

2000년 들어 소리바다를 둘러싸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문제가 논란이 된 이후, 온라인 상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계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저작물 유통의 책임을 맡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저작권 보호의 책임을 강화하거나 행정 및 사법제도를 통한 저작권 보호의 ‘집행’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에 이미 P2P, 웹하드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으며, 지난 5월 말 임시국회에서는 문화부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본격적으로 시행될 9월부터는 저작권 단속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한미FTA 협정 지적재산권 영역에서는 미국의 주요 요구 사항인 ‘효과적이고 강력한 집행규정’이 대부분 수용되었다.

이러한 현재 경향은 ‘저작권 보호’를 중대한 ‘공익’으로 전제하고, 이를 위해 제삼자인 ISP와 공적 기관까지 모두 절대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이익은 하나의 ‘사익’일 뿐이며, 사회문화 발전이라는 ‘공익’을 위해서는 저작물의 ‘이용’과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향은 분명 편향되어 있다.

OECD 장관회의의 사전행사로 지난 16일 COEX에서 개최된 ‘시민사회-노동자 포럼’에서도, 필터링과 같은 기술적 조치를 강제하거나 이용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한 ISP의 책임이 날로 강화되는 것에 대해 국내외 시민사회 활동가들로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되었다. ISP에게 저작권 보호에 대한 법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면, ISP는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행위에 대해 항상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을 위축시키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되는 이용자의 인터넷 계정을 삭제해야한다는 권리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고작’ 저작권 위반에 대해 온라인 공간에서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저작권 보호가 프라이버시권이나 접근권과 같은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ISP에게 필터링 등 과도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인터넷상에서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P2P 파일 공유가 저작권 침해의 우려가 크다고 해서 이러한 기술의 이용을 제약한다면, P2P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의 혁신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나 업체를 옹호하거나, 저작권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저작권 보호만이 절대시 되고 불법 복제는 마치 ‘파렴치한 범죄’인 것처럼 취급되는 데 반해, 저작권 규제 과정에서 침해되는 다른 가치(예를 들어, 이용자의 인권이나 기술 혁신과 같은)나 저작물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공공정책적 장치는 적절하게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하는 것이 무조건 ‘파렴치한 범죄’도 아닐뿐더러, 사회적인 손실도 아니다. 또한, 불법복제로 인한 권리자들의 피해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 지나친 보호기간(예를 들어, 50년이면 강산이 다섯 번 변화할 기간이다), 공적 자원이 투입된 저작물에 대한 이용제한(예를 들어,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가?), 공정이용의 축소(예를 들어, 비영리 인터넷 방송은 더이상 불가능하다.) 등 이용자의 권리 침해는 애써 무시되고 있다. 사실 수천억에 달한다는 불법 영화 시장 규모라는 것도 허구적이다. 불법적인 영화 다운로드를 금지한다고, 모든 사람이 유료로 영화를 볼 것이라고 가정할 근거가 어디 있는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영화의 향유 범위만 대폭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며, 한미FTA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투쟁에 함께했다. 그러나, 그 한미FTA 협정은 지금 한국 영화계가 아주 좋아할 만한 저작권 강화 규정을 대폭 포함하고 있다. 그 저작권 강화 규정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 포함되었을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이 ‘권리자’로 호명되는 사실상 문화기업들의 이익에 복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업 편향적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탄압하기 위해 저작권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를 통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7-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