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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MB 괴담

By 2010/06/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오병일

검찰과 경찰이 소위 ‘인터넷 괴담’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2MB 탄핵 서명 운동이나 광우병 관련 글을 쓴 21명에 대해 신원확인 요청을 했고, 이들에 대해 명예훼손죄 적용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괴담인가? "광우병이 물이나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대요." "한국인들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다네요." 과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는 광우병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두려움의 표현이다. 광우병 자체가 과학적으로 아직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서로 대화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려를 나누는 과정에서 굳이 과학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전문적인 포럼에서의 토론이 아닌 다음에야, 얘기할 때마다 과학적인 근거를 따지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다. 급식이나 식당 등을 통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광우병 우려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그리고 자식들에게 먹여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두려운 마음으로 떠도는 소식을 전하고 호들갑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겠다?

무엇이 ‘명예훼손’인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열받아서 못살겠다,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하니까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겠다는 건가? (그럼, 탄핵에 서명한 130만명 다 처벌하든가) 대통령이든 보건복지부 장관이든, 무릇 공직자라면 국민들의 쌍욕도 감수할 생각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 술집에서 "MB 씨발 어쩌구 저쩌구"하다가 잡혀가는 시대로 돌아가자는건가?

오히려 괴담과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정부가 아닌가? 보건의료단체들이 광우병 ‘정부괴담’에 대해 ’10문 10답’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었고, ‘미국산 쇠고기를 96개국의 세계인들이 즐겨 먹고있다’는 정부의 홍보도 언론에 의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었음이 폭로되었다. (이에 변명한다고 하는 얘기가 ‘영문 해석의 오류’라니, 나름 귀엽지 않은가? ㅠ.ㅠ) 어청수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광우병에 대한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 선동하는 것은 범죄"라며 사법처리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그럼 당장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 외교통상부부터 수사를 해야하지 않을까?

검찰은 ‘신뢰저해사범 전담팀’을 구성하고, 게시글이 ‘악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유포되었다는 단서가 포착될 경우 사법처리한다고 한다. 도대체 뭔 기준으로 ‘악의적’이라고 판단할건가? MB를 싫어하는 사람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악의적인 것인가? (아니, MB를 저주하는 글도 못쓰나?) ‘조직적’이라는 기준은 또 뭔가? 어떤 단체가 개입했으면 조직적인가? 혹은 어떤 사람이 이곳 저곳에 글을 쓰거나 퍼다 날랐으면 조직적인가? 근데 조직적으로 하는 게 또 뭔 잘못인가? 인터넷을 비조직적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근거라도 있나? 이번 기회에 ‘신뢰저해사범’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보긴 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면 그것도 범죄가 되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공중에 대한 신뢰의 저해라면, 공중에 대한 신뢰를 저해한 명확한 주범이 있기는 하다. 바로 2MB 정부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소동의 근본 원인은 바로 정부에 의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혹시 검찰과 경찰이 2MB에 대한 교묘한 안티가 아닐까?)

물론 대통령이 독도를 포기했다느니, 숭례문이 불타서 기가 쇠했다느니 하는 얘기들도 있다. 근데 이런 얘기들이 좀 퍼지면 어떤가? 난 나름 재미있던데. 연애인 A와 B가 가 사귄다드라하는 사람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하는 얘기까지 정부는 단속할 생각이란 말인가?

네티즌들은,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만 듣고 사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하는 말도 듣고, PD 수첩도 보고, 언론의 분석기사도 읽으면서 꼬치꼬치 따지기도 한다. 지금 광우병 쇠고기를 둘러싼 인터넷의 모습은 우려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참여적이고 역동적인 상승국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를 둘러싼 인터넷 상의 담론들이 모두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반대가 안전한 음식 환경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또 다시 국가주의적 동원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한 우려는 우려대로 표출하면된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정말 유치하고 치졸하다. 정부가 무슨 골목대장도 아니고. 2MB와 관료들은 정부 때려치고 그냥 네티즌하면 안될까?

2008-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