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공정이용망중립성인공지능입장

디지털 뉴딜, 정보인권과 함께 가야 한다.

By 2020/07/15 9월 21st, 2020 No Comments

어제(7월 14일)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고 한국판 뉴딜의 두 축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세부 구상을 발표하였다.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국고 114조원을 직접 투자하고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세부 사업별로 투자 금액과 창출될 일자리 개수가 나와있지만, 보도자료만으로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단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업들도 눈에 띈다. 관련된 제도가 섬세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오히려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소위 ‘데이터 댐’ 과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 댐이란 “데이터 수집, 가공, 거래, 활용 기반을 강화하여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고 5G 전국망을 통한 전산업 5G, AI 융합 확산”을 위한 과제라고 한다. 정부는 여전히 ‘데이터’로만 보고 있지만, 그 데이터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우리의 ‘개인정보’다. ‘개인정보가 아닌 데이터’, 그래서 공유되고 활용됨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데이터와 ‘개인정보인 데이터’, 그래서 정보주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되어야 할 데이터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만 밀어붙인다면, 소위 데이터 3법(속칭 개인정보도둑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최근 데이터청 설립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우려한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도 “범국가적 데이터 정책 수립, 공공 민간데이터 통합관리, 연계, 활용 활성화, 데이터 산업 지원 등을 위한 민관합동 컨트롤타워 마련(‘20. ) 下”라고 여지를 남겼다. 공공데이터 주무 기관과 통계청 등도 존재하는 마당에 별도의 기구를 둘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공공민간데이터 통합 관리, 연계, 활용 활성화를 명분으로 자칫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한까지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얘기하고 있지만 산업적 활용을 위한 데이터 개방에 초점을 맞출 뿐, 정부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보(데이터) 공개에는 관심이 없다. 진정으로 공공데이터를 개방할 의지가 있다면, 국가안보, 업무수행, 심지어 개인정보보호를 명분으로 국민이 알고 싶은 정보들을 가급적 알려주지 않으려는 관행부터 개선해야하지 않겠는가. 국민이 알고 싶은 데이터가 아니라 정부가 공개해도 상관없는 데이터만 공개한다면 별 가치가 없는 데이터에 불과할 것이다. 
  1. ‘K-사이버 방역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사이버위협 증가에 효과적 대응을 위해 ‘사이버 보안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어떠한 사이버보안체계를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있지는 않다. 현재 국가정보원이 국가 사이버보안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원활한 민관협력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저해하고 국가 감시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보안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해결없이, 단지 보안 유망기술 및 기업만 육성한다고 사이버 보안체계가 강화될 수 있겠는가. 
  1. 스마트시티에 교통, 방범 등 CCTV 연계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구축되어 사실상 경찰이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 CCTV 통합관제센터도 법적 근거 없이 위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을 받아왔다. 통합관제센터의 개인정보책임자는 누구인지, 정보주체의 권리는 누가 어떻게 보장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CCTV가 지능화되면 국민들에 대한 감시 역시 고도화될 것이다. 국가감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비롯하여 정교한 법적 통제를 갖추어야 하며, 사회적 토론 없이 CCTV의 고도화와 연계만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1. 어르신 등 건강취약계층 12만명을 대상으로 IoT, AI를 활용한 디지털 돌봄, 만성질환자 20만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보급, 질환 관리를 하겠다고 하는데, 건강취약계층과 만성질환자의 가장 큰 곤란이 스마트 기기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혹여나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서 활용하려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국 공공의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들과 먼저 논의해보기를 바란다. 
  1. 중소기업 원격근무를 위해 “영상회의 품질 향상기술, 보안기술, 업무관리 SW 등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이런 것까지 지원해야할까. 원격근무 지원 도구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련 기술과 도구들이 개발되고 사용될 것이다. 차라리 정부의 지원을 보다 공공적인 부문에 돌리는 것이 낫다. 
  1. 5G 전국망 구축과 5G 융합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 자체에 대해서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세계 최초’를 위해 충분한 준비도 없이 추진하여 수많은 이용자들이 5G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몰아넣은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5G 활성화를 명분으로 망중립성 정책을 완화해서는 안될 것이다. 
  1. 지능형 정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정부를 원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고 정부가 자동으로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똑똑한 정부가 민주적이지 않다면 국민에 대한 감시만 강화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민번호인 연계정보(CI)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온-오프라인 본인확인과 추적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정부 부처는 이용자 편의를 명분으로 특정 기업의 메신저를 이용한 온라인 전자고지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정부부처에 별도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았음에도 주민번호와 CI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개인 추적과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 신분증을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기존 오프라인 신분증을 단지 모바일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오프라인 신분증과 달리 모바일 신분증은 개인이 신분증을 사용하는 모든 순간이 기록으로 남아 사후 및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 훨씬 크다. 모바일 신분증 도입 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이들 CI를 이용한 전자고지제도 및 모바일 신분증은 규제샌드박스에서 일정 기간을 전제로 완화된 정책으로서, 상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그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평가와 반대권(the right to object)등 국민의 권리 보장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1. 국회, 중앙도서관 소장 학술지, 도서 등 디지털화하여 지식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하는데, 단지 디지털화에 그치는 거라면 90년대 후반 공공근로사업을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권 때문에 어차피 온라인 열람이 불가능한데 디지털화하는 것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가 지식플랫폼 구축의 의지가 있다면, 학술저작물의 오픈액세스 지원 및 공정이용의 확대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업에 수많은 사업과 수많은 정보인권이 결부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 사업이 과거 정부들이 그러했듯 ‘속도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정보 공개, 공정이용과 망중립성을 비롯해 디지털 인권의 중요한 가치를 돌아보지 않고 디지털 뉴딜을 밀어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밀어붙였다가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높아질 뿐 애초 상정했던 목표 달성은 오히려 지연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기업과 기술에 돈을 뿌리는 것이 국민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나아가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하게 된다면 역사적으로 환영받는 결과를 낳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조만간 출범할 통합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로서 제대로된 정보인권 안전망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3법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여당이 개인정보 처리의 안전장치로 강조했던 보호위원회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대가 될 것이다. 

2020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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