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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옥죄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국가보안법{/}대한민국 인터넷, 후진적 검열에서 벗어나라

By 2003/11/2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표지이야기

장여경

국제언론단체 ‘국경없는기자단’은 2003년 6월 <감시하의 인터넷>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인터넷 검열국의 하나로 지목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5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군대 반대 사이트’를 2달간 폐쇄했던 사건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군대와 징병제의 폐지주장, 대체복무제 주장"을 했기 때문에 폐쇄한다고 밝혔지만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법률상 불법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의하면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사이트가 불법이 아니라도 단지 ‘불온’하다는 이유로 삭제하거나 폐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법은 2003년 6월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았다. 정보통신부가 불온하다는 이유로 이용자의 글을 삭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당시 사건을 대리한 김기중 변호사는 "특히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라고 선언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해 헌법재판소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해 11월 ‘불온’을 ‘불법’으로 대체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불법성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규제권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인터넷에 대한 내용규제권을 갖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가 처해있는 현실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활동과 예산이 정보통신부에 종속되어 있다. 신문이나 방송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문화관광부와 같은 정부부처의 내용규제에서 벗어났지만, 인터넷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내용규제 대상에 머물러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이 만들어진 것이 1991년이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국가보안법이다.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 회사원 김강필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구속되었으며 2002년 12월 두번의 재판 끝에 징역1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7월에는 건국대 학생들이 프리챌?싸이월드 등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산당 선언> 등 사회과학서적에 대한 자료를 올렸다는 혐의로 체포구속되어 재판 중이다.
정부의 검열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자퇴청소년 커뮤니티 ‘아이노스쿨’은 2001년 5월 "학교에 너무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해 폐쇄되었다. 2002년 1월 동성애 사이트인 엑스죤은 인터넷등급제가 동성애 사이트를 검열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인터넷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사이트는 소프트웨어로 차단되는 등급을 달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검열반대공동대책위원회의 선용진씨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우리에게 과분하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네티즌이 인터넷 이용에 선진적인 열정을 보이는데 비해 인터넷에 대한 내용규제는 아직도 냉전적이고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200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