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입장

- 장병규 위원장, 김부겸 의원, 행정안전부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공동성명] 사회적 합의는 없었다. 정부는 데이터 3법에 대한 거짓말을 중단하라!

By 2019/11/05 No Comments

사회적 합의는 없었다. 정부는 데이터 3법에 대한 거짓말을 중단하라!

– 장병규 위원장, 김부겸 의원, 행정안전부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차위가 2018년에 개최한 해커톤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국회에 발의된 데이터 3법의 바탕이 되었다고 말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데이터 3법은 해커톤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반대로 합의에 실패한 쟁점에 대해 정부가 기업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해서 만든 것이다. 이는 해커톤 결과 보도자료와 데이터 3법만 비교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4차위의 성과를 포장하고 데이터 3법 통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가.

정부의 거짓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한 언론에 기고한 컬럼에서 데이터 3법에 대해 마치 사회적인 합의를 본 것처럼 쓴 바 있다.(**) 시민사회가 합의했다면 지금 데이터 3법에 왜 반대하겠는가. 결국 4차위가 해커톤을 개최한 것은 진정한 사회적인 합의가 목적이 아니라 참가자들을 들러리 세우고 데이터 3법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었던가.

데이터 3법의 주요 쟁점은, 정확히 얘기하자면 해커톤에서의 합의가 아니라 반대로 합의에 실패한 것들이다. 첫째, 시민사회는 기업 내부적인 상업적 연구 목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 바 없다. 2018년 4월 3일-4일에 개최된 <제3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결과를 발표한, 4차위의 2018년 4월 5일 보도자료에는 “[학술연구 / 학술 및 연구 ] : 연구의 범위에 관하여 이견이 있어 참석자 일부는 ‘학술연구’라는 표현을, 다른 일부는 ‘학술 및 연구’라는 표현을 지지하였다.”고 하고 있다. 즉, 동의없는 개인정보의 활용은 정보주체의 권리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학술연구와 같이 한 사회의 지식 기반 확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연구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의견과 신상품 개발 등 기업 내부적인 연구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업계측 의견이 대립한 것이다.
현재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연구’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과학적 연구’라는 개념을 쓰고 있으나 과학적 연구를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라고 동어반복으로 정의함으로써 사실상 ‘연구’라고 주장하는 모든 연구에 동의없는 가명정보의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즉, 해커톤에서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업계측의 입장을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다.

둘째, 데이터 결합과 관련하여 위의 보도자료에서 “시민단체와 산업계가 서로 다른 의견을 지시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산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문기관에 의한 결합을 허용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른 데이터 결합을 반대하고 이를 고발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개인정보 인식 수준이 박근혜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며, 이를 법적으로 합리화한다는 점에서 더 나쁘다.

셋째, 개인정보의 개념과 관련해서도 해커톤 합의와 다르게 반영하였다. 2018년 2월 1일-2일에 개최된 <제2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결과를 발표한, 4차위의 2018년 2월 5일 보도자료에는 “‘익명정보’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익명정보’정의를 법에 명시하는 대신 EU GDPR 전문(26)을 참조하여‘개인정보’의 개념을 보완하기로 논의하였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3법의 개인정보 정의는 GDPR보다 좁게 규정되어 있어, 휴대전화 IMEI 정보나 자동차번호와 같은 정보들이 개인정보로 규정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처럼 4차위의 보도자료와 법안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반복해서 해커톤 논의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인 논의 결과를 왜곡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시민사회를 들러리로 이용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어떻게 정부를 믿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정보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안을 강행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식으로 시민사회를 기만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8년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에 참여했던 우리들은 4차위의 장병규 위원장, 전 행정안전부 장관인 김부겸 의원, 개인정보보호법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그동안의 왜곡과 거짓말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 더불어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기업이 보유한 고객정보의 판매, 공유, 결합을 조장하는 데이터 3법을 폐기하고,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11월 5일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 이사)
한석현 (서울 YMCA 팀장)

(*) [중앙일보] [김동호의 직격인터뷰] “내일 당장 망할지 모르는데 벤처가 어떻게 52시간 지키나”(2019.11.1)
(**) [매일경제] [기고] 개인정보 활용·보호 사이에 절충점을 찾다(201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