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성명] 제약사의 공급거부카드를 더욱 공고히 한 글리벡 조정위의 결정을 규탄한다.

By 2009/09/1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홍지은
[성명] 제약사의 공급거부카드를 더욱 공고히 한 글리벡 조정위의 결정을 규탄한다.

어제 보건복지가족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이하 조정위) 글리벡 100mg 약가를 14% 인하하여 19,818원으로 결정하였다. 조정위는 그 근거로 글리벡 400mg 미도입, 스프라이셀과의 비용효과성, 본인부담금 지원 부분 인하, 관세 인하 4가지를 들었다.

우리는 조정위의 결정에 크나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결과이다. 조정위는 1년 전에 약가 인하 조정 신청을 했던 가입자들, 약가인하 사유를 검토했던 심사평가원 급여평가위원회,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했던 건강보험공단 등이 평가하고 제시했던 근거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엉뚱한 결정을 내렸다.

우선 급여평가위원회는 글리벡이 2차 치료에서 대체약제인 스프라이셀과의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약가가 인하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스프라이셀과 비교해 글리벡이 비용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최소 20.4% 인하되었어야 했다. 조정위의 오늘 결정으로 인해 글리벡은 여전히 효과 대비 비용이 높은 비효율적인 약제로 남게 되었다.

또한 공단은 400mg 미도입, 관세인하, 환자본인부담금 지원 등의 문제 때문에 글리벡 약가가 인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 동안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글리벡 400mg 도입은 첨예한 문제가 되었다. 글리벡 400mg가 도입되었을 때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 철 중독 예방, 재정 절감 등의 효과가 있지만 노바티스 사가 이윤을 이유로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00mg 약가와 비교하여 보면 글리벡 100mg은 최소 37.5% 인하되었어야 했다.

올해 12월부터 환자본인부담금은 5%로 줄어들게 되어 그 만큼의 약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고, 한-EFTA로 인한 관세 인하 5.28%가 인하되도록 되어있다. 이는 설령 시민사회단체의 약가인하조정신청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당연히 인하되었을 부분이다. 조정위가 결정한 14%에서 위 두 요인을 제외하면 조정위는 단 3.72%의 약가를 인하했을 뿐이다.

1년을 끌어오며 수차례 논의되었던 수많은 약가 인하 요인이 오로지 3.72% 뿐이라는 것이다. 3.72%의 근거가 무엇인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글리벡 가격에 대한 논쟁은 한국 약가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바티스사는 약가를 높게 받기 위해 공급거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고, 환자본인부담금지원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선진7개국 조정평균가로 글리벡 가격을 관철시켰다. 이제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글리벡 가격을 바로잡고자 했으나 조정위는 모든 약가인하조정사유들을 묵살해 버렸다.

글리벡 약가 결정 당시 노바티스의 공급중단으로 독점의 위력을 본 복지부는 노바티스가 원하는 대로 약값을 결정하였듯이 이번 조정위원들 또한 노바티스 사의 공급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필수의약품의 공급 여부를 무기로 속속들이 협상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이 이처럼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협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정부의 강력하고도 단호한 입장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글리벡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글리벡의 경우는 설령 노바티스가 공급거부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미 제네릭 의약품들이 출시 준비 중일 뿐더러 이미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협박에 대해 환자들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조정위는 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오롯이 다국적 제약사의 입맛에 맞춰 무기력한 타협을 하였다. 결국 다국적 제약사의 공급 거부 카드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가 되어 환자들을 위협할 것이다. 필수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 위원회로서 임무를 포기한 조정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2009년 6월 9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200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