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성명] 한국 의약품 제도 모순의 결정체, 글리벡을 정상화시키라!

By 2009/09/1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홍지은
[성명] 한국 의약품 제도 모순의 결정체, 글리벡을 정상화시키라!

글리벡 100mg 거품약가빼기 사업은 2008년 6월 4일 환자시민사회단체의 약가인하 조정신청으로 시작되었다. 노바티스사는 청구인 적격 등 말도 되지 않는 트집을 잡아가며 약가인하 시기를 늦추려는 전략을 써왔고 이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험관리공단은 10개월이나 지난 어제 4월 6일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약가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글리벡은 한국의 의약품 문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째, 선진 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을 기준으로 삼은 ‘A7평균조정가‘의 문제점이다. 선진 7개국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잘 살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약값이 가장 비싼 국가들이다. 선진국의 약가를 기준으로 삼은 글리벡 약값은 한국 사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2006년까지 한국에 들어온 소위 ‘혁신적 신약’은 모두 이 기준으로 약가가 책정되었고 이런 비정상적인 약가는 여전히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이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하였으나 지난 고지혈증 치료제 목록정비에서 보았듯이 제약사의 반발로 인해 원래 취지는 이미 상당부분 퇴색해버린 상황이다.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A7 약가가 한국 의약품 제도가 가진 첫 번째 문제이다.

둘째,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시행하면서 신약 등재 시 A7 약가 기준은 사라졌으나 약가재평가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글리벡은 2007년 약가재평가 대상이었으나 이 기준으로 인해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보건복지가족부도, 공단도 인정하고 있는 글리벡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약가는 여전히 한국 약가 제도에 남아있는 ‘A7 조정 평균가’ 기준 때문에 조정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높게 책정된 약가를 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없는 것이 한국 의약품 제도가 가진 두 번째 문제이다.

셋째, 노바티스는 환자들의 철분 중독 예방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글리벡 400mg을 생산하고 있으나 한국에는 공급하고 있지 않다. 환자들의 건강과 편의 뿐만 아니라 글리벡 400mg 공급은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07년 한 해만 보더라도 글리벡 400mg이 공급되었다면 약 220억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이는 2007년 글리벡 총 보험청구액 720억의 3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노바티스가 공급하지 않으면 그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정부 당국의 무력함이 한국 의약품 제도가 가진 세 번째 문제이다.

넷째, 작년에 허가를 받은 스프라이셀은 글리벡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었다. 비정상적인 약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결정되는 약제의 가격 또한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글리벡 문제는 단지 글리벡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높은 가격의 제 2, 제 3의 글리벡’을 탄생시켜 지속적으로 악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한국 의약품 제도가 가진 네 번째 문제이다.

이제 글리벡 약가인하문제는 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로 공이 넘어가게 되었다. 복지부는 글리벡이 보여주고 있는 한국 의약품 제도의 총체적인 문제를 분명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미 복지부에서도 글리벡 약가인하의 타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으며 그 누구도 약가인하의 필요성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글리벡 약가인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복지부는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고, 약제비적정화방안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일 뿐이다.
또한 노바티스는 글리벡 약가 인하를 최대한 지연시키고자 하는 저열한 수법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노바티스가 지금껏 건강보험재정으로부터 부당하게 가지고 간 것만 해도 이미 차고 넘친다.

2009년 4월 7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200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