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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광고불매운동 유죄판결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망선고

By 2009/02/2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장여경
 

 

논  평

 

 

 

 

 

광고불매운동 유죄판결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망선고

 

2차불매행위 합법성 논란은 일단락

 

 

 

 

 

1. 어제(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림 부장판사는, 광우병 관련 왜곡보도로 인하여 촉발된 신문 광고주 불매운동을 호소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24명의 네티즌들에게 징역10월(집행유예 2년) 및 벌금형 등을 선고함으로써 유죄를 인정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허위도, 명예훼손도, 모욕도 수반하지 않는 전화걸기를, 그것도 직접 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는 방법으로 광고불매운동을 펼친 이들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망선고”를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법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최후 보루 역할을 포기한 이번 판결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2. 법원은 "언론매체의 소비자인 독자는 언론사의 편집정책을 변경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언론사에 대한 불매운동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주 리스트를 게재하거나, 게재된 광고주 리스트를 보고 소비자로서 불매의사를 고지하는 등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광고게재 여부의 결정을 광고주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인정하였다. 이것은 소위 “2차불매행위”의 합법성을 인정한 것으로 그간의 위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광고불매운동을 인터넷을 통해 호소한 행위가 ”허용된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아 유죄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실질적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켰다.  

 

 

3. 법원은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며,” “위력에 의해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됨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광고불매운동 호소글을 올린 이들의 행위가 그와 같은 위력을 구성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불매운동은 필연적으로 대상 업체에게 유형, 무형의 압박을 가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압박을 ‘위력’이라고 처벌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소비자 운동은 검찰이나 법원이 용인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단 의미가 된다. 자발적 동참자가 많지 않아서 아무 ‘위력’도 없는 불매운동은 허용되고, 동참자가 많아 위력적인 불매운동은 범죄가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원은, 광고주들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시장 상황 등 개개 기업의 마케팅 계획, 소비자들의 항의전화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 등 광고 효과를 다시 판단하여 그 시점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는 것이 효과가 없거나, 나아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경영판단으로 광고를 중단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판결문 자체에 벌써 심각한 논리의 상충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종합적 경영판단이란 바로 업체의 자유로운 판단이 아닌가? 광고중단이 기업의 경영판단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피고인을 유죄로 판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4. 법원은 전화가 너무 많이 몰리도록 하여 전화를 불통시키거나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판시하였으나 이와 같은 현상은 제품주문전화가 많이 와도 발생할 수 있다. 주문전화가 폭주하면 합법이고 항의전화가 폭주하면 위법이라는 논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어떠한 법리 하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사건 피고인들이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불매를 설득하는 것"으로 어떻게 ‘위력’을 행사했다는 말인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자가 그 글을 읽는 독자나 광고주들의 자유로운 판단을 과연 어떻게 방해하거나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5. 이번 판결의 가장 심각한 오류는 법원이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인터넷이라는 맥락에 무리하게 유추적용한데 있다. 검찰은 광고주들에게 실제로 폭언이나 협박성 전화를 한 자가 누구인지는 특정할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정중하고 예의 바른 불매의사 고지를 시종일관 주창하였던 피고인들에게 불특정의 행위자들이 한 무리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다. 실제로 전화를 건 자들이 과연 피고인들이 운영하던 웹페이지를 읽어보기라도 한 자들인지에 대한 어떠한 입증도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적법한 사회운동을 인터넷상에서 제안한 자는 그 운동과 관련하여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법한 결과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가?

 

 

6. 법원은 마치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의 낮은 형량으로 선처를 베푼 듯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유죄판결은 국민 전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사람에 의해 다양한 소비자 의제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것이 소비자운동으로 발전하려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 불매운동에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은 누가 강압적으로 요구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기 우리 사회 평범한 시민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의 발현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맞지 않으면 활동을 중단하거나 카페를 탈퇴하면 된다. 어느 누구도 불매운동을 하도록 강요된 적이 없다. 최종적인 행동은 개개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판단"과 “양심”의 문제이다.

 

  

 

  법원이 불매운동카페를 개설한 운영자들에게 검찰과 같은 논리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결사의 자유가 숨쉴 공간을 아예 제거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주권, 양심의 자유, 인터넷의 의미에 대한 시대착오적 공격과 편견의 표출에 불과하다. 이제 항소심에서 법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끝.

 

 

200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