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위변조 방지의 측면에서! 전자칩이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답변과 전자칩으로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완벽한 모순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전자칩 자체를 위변조하거나, 복제하거나, 대체하거나 하는 다른 가능성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외교통상부도 문제가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시스템이 아직 덜 됐다고. 그래서 유럽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자여권이 공항을 돌아다닌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위변조 방지 측면에서 개선되는 거 전혀없음”
이런 전자여권이 도입되기 위해서 지출된 예산은 다음과 같다. 2007년 전자여권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 155억원, 같은 해 전자여권 e커버 사업 320억원. 2007년 전자여권 사업 예산배정은 10억원이었는데, 어쨌든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지출된 액수는 위와 같다. 올해는 전자여권 예산이 작년에 비해 1,470.6% 증가한 157억원으로 편성되었다. 이 금액을 포함하여 여권업무 선진화에만 764억원이 배정되었는데, 이는 외교통상부 소관 세출 예산의 6.6%를 차지하는 액수이다. 한편, 올해 전자여권 제작에 투입된 비용 중 44%가 외국 기업에 지급되었으며, 앞으로도 217억원 정도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등의 외국기업에 지불될 전망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낭비 아닌가? “나쁘거나 그대로이거나, 효과없거나”인 사업에 들이붙는 돈들이다.
외교통상부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여권의 신원정보면을 없애야 한다”는 비합리적 결론에 도달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합리”의 기준에서 답변하자면, 전자칩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과 그 치명성은 더 커지는 반면에, 위변조 방지의 측면에서 효과가 전혀 없다면, 애초부터 전자칩을 삽입하지 않고, 위에 나열된 예산들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합리적인 결론 아닌가?
전자칩에 저장되건 신원정보면에 출력되건 간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권에 주민등록번호를 수록함으로서 그것을 여권을 열어보는 누구나 확인해볼 수 있다면, 정부가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주민등록번호는 애초부터 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 아닌가? 그것은 지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외교통상부의 주장대로 전자칩에 대한 위변조가 이미 불가능하다면, 2010년부터는 여권의 보안성을 위해 지문까지 추가하도록 한 결정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이미 전자칩에 저장되어 있는 얼굴, 성명, 주민번호, 여권번호, 국적 등의 정보를 위변조하는 행위가 출입국심사대에 걸러진다면, 현재의 전자여권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이고, 굳이 지문을 추가해서 “한국 여행자 특별 지문날인 검사”를 전 세계에 요청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혹은 위변조가 가능하다면 전자칩에서 얼굴사진을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지문도 바꿀 수 있을텐데, 새롭게 지문을 추가해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외교통상부에게는 모순이 합리인건가?
이상으로 외교통상부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부합하는 적절한 답변이 되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200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