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최진실법’은 고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 정치적 속셈으로 엉뚱한 곳을 향해 가는 정부여당과 일부언론
먼저, 최진실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 불행하고 슬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진정 파렴치한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촛불집회 이후 추진해 왔던 사이버 모욕죄 신설과 인터넷 실명제 확대에 기다렸다는듯이 속도를 붙이고 있다. 경찰은 또 대대적인 인터넷 단속과 악플러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전에 두 가지 상식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지금 대한민국 인터넷이 익명이어서 문제인가? 싸이월드, 다음,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은 이미 2007년 7월 혹은 그 이전부터 실명제를 적용해 왔다. 정부 스스로 인터넷 이용자 51.5%를 포괄하는 규모라고 했고, 이번 사건에서도 논란이 된 미니홈피는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 차단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실명제를 도입하고서도 대한민국 인터넷이 유독 문제라면, 정책 목표와 수단 모두 처음부터 진지하게 재검토해봐야 한다. 그러나 37개 사이트에서 178개 사이트로 실명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서는 이러한 이성적 분석을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 이용자를 모두 악플러로 간주하고 엄포를 놓을 뿐이다.
둘째, ‘악플’은 무엇인가? 모든 비난은 악플일까? 촛불시위가 거세었을 무렵처럼 대통령을 모욕하면 악플인가? 진지하게 토론할때 훼방을 놓는 것도 경우에 따라선 악플이 될 수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누가, 무엇을 악플로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는 형법상 모욕죄와 다르게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기관이 일단 ‘모욕’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권력의 정치적 남용과 경찰국가의 도래가 충분히 우려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객관적인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는 명예훼손과 달리 주관적인 명예감 또는 체면만을 보호하는 모욕죄는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명백한 과잉입법이며 정치적 목적만이 뚜렷하다. 본래 ‘모욕’이라는 죄목이 ‘국왕모욕죄’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명예감정의 객관적인 기준조차 제시해줄 수 없는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로써 개인에게 특정한 예절이나 도덕관념을 강요하는 것은 형벌권의 부당한 남용이며, 형법의 최후수단성 및 비례성원칙에도 반한다
정부여당에 경고한다. 불행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악플보다 나쁘다. 일부 언론에도 자성을 촉구한다. 모든 책임을 인터넷에 떠안기려는 시류에 편승하지 말라. 적어도 최진실씨 사건에서는 인터넷 이전에 고 안재환씨 사건에서부터 선정적으로 보도한 당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성을 잃은 규제는 모든 언론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네티즌에 대한 매도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져 왔다. 실명제도, 임시조치도 이미 도입되어 있지 않은가? 형법상 명예훼손에 더하여 사이버 명예훼손도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다가 잘 안된다고 새로운 죄명을 자꾸 개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제도가 있다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재판받을 권리이다. 인터넷은 그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유독 다른 매체에 비해 차별을 받아 왔다. 판사 앞에 서기도 전에 포털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댓글과 게시물을 삭제해 왔다. 이들이 나름의 기준으로 삭제한들 법규범이 바로 서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자의적인 삭제에는 수범자가 수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X박이"라고 불렀다고 국가기관이 나서 ‘언어순화’하라고 명령하는 형편이 아닌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법원이다. 문제는, 법원이 국민에게 너무 멀고 무겁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사법 제도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라. 무엇이 명예훼손인지는 시민사회와 법원이 판단하게 하라. 지금 인터넷이라는 매체와 문화에 걸맞는 제도 개발을 하라.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제도 개발이 있다면 이것이다.
2008년 10월 6일
언론사유화저지및미디어공공성확대를위한사회행동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녹색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언론자유수호투쟁위원회, 문화연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바른지역언론연대, 부산민주언론운동협의회,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새언론포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사)언론인권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민언련,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방송기술인총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청년연합회, 환경운동연합, YMCA전국연맹, 미디어기독연대, 인터넷기자협회, 전국신문판매연대, 참언론을위한모임,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인터넷언론네트워크, 경기미디어시민연대, 민주개혁을위한인천시민연대, 경기 민언련, 방송기자협회, 미디어연대 (이상 48개 단체)]
인권단체연석회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들’,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단체친구사이, 한국DPI,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전국 41개 인권단체)]
2008-10-05